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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13명 '죽음의 공장'…대체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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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13명 '죽음의 공장'…대체 무슨 일? [조선소 잔혹사] 안전망만 설치했어도 피할 죽음들
현대중공업에서는 2014년에만 13명(계열사 포함)의 노동자가 일하다 죽었습니다. 모두 하청 노동자였습니다. 올해에도 2명의 노동자가 죽었습니다. 역시 하청 노동자였습니다. 이들은 왜, 어떤 일을 하다가 죽었을까요? 죽음을 막을 방법은 없었을까요? 왜 죽음은 반복되는 걸까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생깁니다.

이들 죽음의 이면에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하리란 생각을 해봅니다. 반복되는 죽음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그런 죽음이 지금도 반복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로 치부됩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일하다 죽는 노동자'를 당연시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죽음은 그렇게 당연시되어야 하는 걸까요. 그 죽음의 고리를 찾아보고자 <프레시안>에서는 '조선소 잔혹사'를 기획했습니다. 이 기획은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과 '노동건강연대'의 협조로 진행됐습니다.
하루 강수량이 37.7mm, 평균 구름양은 10을 찍었다. 바닷가라서 안개도 심했다. 밤 9시였다. 시야는 거의 가려졌다. 그래도 작업은 해야 했다. 블록을 안벽 끝에 적재하지 않으면 내일 작업에 차질이 생겼다. 블록 운반 트랜스포트의 신호수 김모 씨가 악천후에도 작업한 이유다. 트랜스포트는 지네 모양으로 생긴 운반차다. 탱크처럼 운전자 시야 확보가 어려워 앞뒤로 신호수를 데리고 다닌다.

일은 갑자기 터졌다. 트랜스포트를 바라보면서 더 오라고 신호를 보내던 중이었다. 안벽 쪽에 바짝 붙여 블록을 적재해야 했다. 뒷걸음치면서 신호를 보내던 김모 씨는 계속해서 더 오라고 신호를 보냈다. 한밤중이었고 비까지 쏟아져 어디가 땅이고 바다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결국, 문제가 발생했다. 김모 씨는 안벽 끝인지 모르고 계속해서 뒷걸음질치다 바다 쪽으로 추락했다. 잠수부가 출동했으나 1시간 넘게 찾지 못할 정도로 파도가 거셌다. 뒤늦게 김 씨를 발견했으나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있었다.

비가 오면 작업을 중단해야 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진행하다 사고가 발생했다. 안벽 앞에 안전펜스만 설치됐더라도 이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김 씨가 죽고 난 뒤에야 안전펜스가 설치됐다.

한 달에 한 명꼴로 사람이 죽었다. '죽음의 공장'이었다. 죽은 이유도 이상했다. 떨어져서, 철판에 깔려서, 끼어서 죽었다. '재래형 사고'의 결과였다. 막고자 했다면 막을 수 있는 죽음이었다. 2014년 한 해 동안 13명의 사내하청, 즉 비정규직 노동자가 죽은 세계 1위의 조선업회사인 현대중공업 이야기다.

ⓒ프레시안(여정민)

안전망 하나만 설치했어도… 어이없는 죽음들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현대중공업 계열사에서 2014년 발생한 중대재해로 사망한 사고를 보면 추락사고 5건, 끼임 사고 2건, 깔림 사고 2건, 질식사 2건, 질환 1건, 원인불명 1건(자살과 사고 논란으로 현재까지 진상규명 중인 사건) 등으로 정리된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3월 20일 현대삼호중공업에서는 박모 씨가 블록 외벽에 족장(발판)을 설치하다 12미터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선박 부품인 블록은 선박에 탑재 전, 땅에서 안전하게 족장을 설치한다. 추락 방지를 위해서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던 게 문제였다. 블록을 선박에 탑재한 뒤, 블록에 족장을 설치하다 이런 변을 당했다.

게다가 추락방지를 위해 법에 명시된 안전대를 걸기 위한 생명줄, 그리고 추락방지망도 설치하지 않은 채 작업했다. 추락방지망만 설치됐다면 박모 씨가 사망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4월 7일 발생한 사건도 마찬가지다. 손이 닿지 않는 파이프에 붙은 테이프를 떼려다 정모 씨가 8.6미터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최소한 안전난간대, 그리고 안전망만 있었다면, 그리고 2인 1조로 작업을 해야 한다는 안전수칙만 지켰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다.

11월 27일에 있었던 사고도 안전망만 설치했다면 일어나지 않았다. 블록 안에서 마무리 작업을 하던 이모 씨가 3층 족장에서 작업하다 추락했다. 조명시설 없는 어두운 작업장에서 헤드랜턴 하나에 의존해 작업하다 발을 헛디뎠다.

지켜지지 않는 안전수칙

간단한 안전수칙이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건도 상당하다. 3월 7일 현대삼호중공업에서는 크레인에서 2톤 철판이 떨어져 노동자를 덮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크레인에 두 장의 철판을 물리면 안 된다는 안전수칙을 어겨서 일어난 인재였다. 게다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작업지휘자와 유도자도 배치되지 않았다.

3월 25일 발생한 사건은 작업 과정 자체가 불법이었다. 배가 완공되면 배에 설치된 족장을 해체해야 한다. 이 작업을 노동자들이 한다. 그리고 해체한 족장을 배 앞머리에 쌓아놓으면 크레인이 이를 운반하는 식으로 작업이 진행된다.

▲추락해서 사망한 노동자가 남긴 헬멧.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문제는 배 앞머리에 족장을 놓아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배 바깥, 즉 바다 위에 불법거치대를 설치한 뒤, 족장하선작업을 진행했다. 크레인 이동을 빠르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불법이다. 결국, 문제가 생겼다. 족장거치대 위에 족장 60개 묶음, 2개(1.6톤)를 올려놓고, 하선 작업을 진행하던 중 거치대가 붕괴하면서 3명이 바다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2명이 다쳤고, 1명이 죽었다.

4월 21일 발행한 LPG선 화재사고는 사후대응이 늦어지면서 문제가 커졌다. 이 사고는 흔한 소화장비 하나가 없어 화재가 커졌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기본적인 안전준비 미흡이 사고를 키웠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이 사고로 2명의 노동자가 죽었는데, 이 중 한 명은 배 구조도 전혀 모르는 미경험자였다. 현대중공업에 출근한 첫날 화재가 발생한 것. 안전교육도 받지 못하고 작업장에 투입됐다. 이는 불법이다.

또 다른 사망자는 용접부위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는 방사선 검사자였다. 작업장에서 금지하는 병행작업이 있었다는 증거다. 병행작업을 할 때의 사고 확률은 단일작업을 할 때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그나마 산업재해도 인정 못 받는 죽은 자

10월 23일에는 안모 씨가 3톤 무게의 배 부속품에 깔려 사망했다. 크레인으로 이동 중이던 부속품이 이를 지탱하던 벨트가 끊어지면서 추락했다. 안모 씨는 당시 크레인 밑에서 신호수로 일하고 있었다.

크레인 벨트에 각진 물건을 묶을 때는 고무 같은 걸 덧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각진 부위에 벨트가 쓸려 끊어질 수 있다. 고무만 댔어도 안모 씨는 죽지 않았다.

12월 27일에는 엘리베이터와 엘리베이터 트렁크보강재에 머리가 끼여 이모 씨가 사망했다. 엘리베이터 수리를 위해 들어갔다가 작동불량으로 참변을 당한 것이다.

사망한 이모 씨는 21살로 갓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교 등록금을 벌기 위해 조선소에 취업했다가 이런 변을 당했다. 조선소 작업은 위험하기에 '초짜' 노동자의 경우, 경험 많은 숙련공을 한 조로 붙여준다. 하지만 이 사고의 경우, 작업장에 투입된 이들이 모두 경험 없는 '초짜' 노동자였다. 만약 숙련공이 함께 일했다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게 업계 평이다.

그나마 지금까지 언급한 죽음은 산업재해로 인정이라도 받았다. 8월 23일 작업 준비 중 쓰러진 채 발견된 조모 씨는 산재도 인정받지 못했다. 알려진 바로는 조모 씨는 하청업체 팀장으로 원‧하청관계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또한 아침 5시에 출근해 밤 9시에 퇴근하는 등 하루 15시간씩 근무했다. 업무상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한 죽음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유가족은 산재 신청을 하지 않았다. 사고사 같은 경우, 산재 인정이 쉽지만 조모 씨와 같은 경우, 작업과 연결 관계를 입증해야 하기에 산재 인정이 매우 어렵다. 몇 년을 싸워도 산재를 인정받을 가능성은 무척 낮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조모 씨와 유사한 사고는 1년에 3~4차례 발생한다.


현미향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조선소에서 위험하고 열악한 작업은 대부분 하청노동자들에게 넘어갔다"며 "자연히 하청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현 사무국장은 "위험한 작업장일수록 기본적인 안전수칙도, 안전조치가 이뤄져야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그렇다 보니 어이없는 사망사고가 줄을 잇고 있다"고 13명의 죽음을 설명했다.
(이 기획 시리즈는 사단법인 ‘다른내일’준비위원회와 <프레시안>의 공동기획으로 제작되었으며, 이후 별도의 책자와 영상제작으로 발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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