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국가 정보기관 '대성공사'에서 3년 6개월간 불법 구금 상태로 고문당했던 탈북자 김관섭 씨가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비영리 민간 단체 '민들레 국가폭력 피해자와 함께 하는 사람들( 민들레)'는 6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 김 씨의 소송은 민들레의 국가폭력 피해자 법률지원 사업 첫 사례이며, 그의 사연은 <프레시안>과 포털사이트 다음 '뉴스펀딩'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관련기사 : "박정희를 암살하러 왔습네다", )
올해로 여든한 살인 김 씨는 지난 1974년 도강해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다. 탈북 신고 직후 서울 소재 '대성공사'에 입소한 그는 조사관들로부터 약 45일간 고춧가루 물고문, 곤봉 구타 등 모진 고문을 받았다. 그가 입국한 때가 마침 '육영수 여사 피살사건'이 발생한 직후였던 터라, 간첩 의심을 받았던 것.
간첩 혐의를 벗은 이후에도 대성공사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귀순용사 환영식'까지 치렀지만, 정보기관 직원들의 강요로 수용 생활을 계속해야 했고, 북한 정보가 담긴 조서를 작성하거나 반공 강연에 불려갔다.
입소 3년 6개월 만인 1978년 풀려났지만, 다른 귀순용사와 같은 혜택은 받지 못했다. 북한군 장교 출신이었던 김 씨는 대성공사에서 간첩 의심을 받았다는 이유로 다른 군 출신의 탈북자와 달리 국군으로 편입되지 못했고, 군인연금법 등 혜택도 받지 못했다. 이렇다 할 직장을 구하지 못해 반공강연을 하던 그는 퇴직 이후로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살아가고 있다. 어려운 형편에 설상가상으로 고문 후유증 탓에 주기적으로 다리 치료를 받는 상황이다.
김 씨는 "3년 6개월 동안 워낙 혹독하게 당하다 보니 국정원에 다시 끌려갈까 봐 그동안 법적 대응은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언제 죽을지 모르는 나이가 되니 용기를 내게 됐다"며 소송을 제기한 배경을 밝혔다.
변호인단은 "폭행으로 인한 고문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독방에서 24시간 헌병의 감시를 받으며 장기간 구금된 것은 그 자체로 고문"이라며 3년 6개월간의 수용생활이 '불법 구금'임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북한이탈주민보호법과 달리, 김 씨가 탈북할 당시 적용되던 국가유공자 및 월남귀순자 특별원호법에는 '임시 보호나 그 밖의 필요한 조치'에 관한 규정이 없다. 또 법원은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피해자 유우성 씨의 여동생 유가려 씨에 대한 중앙합동신문센터 수용 생활에 대해 '사실상의 구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유 씨는 합신센터 수용 당시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이 설치된 독방에 갇힌 채 외부와 연락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조사관의 강압에 의해 자신의 오빠가 간첩이라고 거짓 진술한 바 있다.
민들레 측은 "김관섭 씨가 죽기 전에 억울함을 밝혀 불법구금과 가혹 행위로 받은 마음의 상처를 다소나마 치유하고,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반인도적인 인권 유린 행위가 근절되고 국가폭력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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