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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문화의 높은 산, 닥터 드레의 마지막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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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문화의 높은 산, 닥터 드레의 마지막 앨범 [화제의 음반] [컴프턴] [3 리틀 웩스]

닥터 드레 [컴프턴] 7.5/10

힙합은 랩 앨범의 잇따른 성공에 힘입어 1980년대 미국 대중문화에서 점차 큰 지분을 차지해갔다. 그러나 아직은 미국 동부, 더 정확히는 뉴욕 중심의 문화였다.

1980
년대 말이 다가오면서 지역색을 가진 힙합 문화가 미국 전역에 자리잡아 나갔는데, 이른바 ‘올드 스쿨’로 불리던 뉴욕 랩 음악의 대척점인 ‘뉴 스쿨’은 미 서부 끝자락,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발화했다. 조직폭력단의 삶, 폭력, 섹스가 노골적으로 들어간 랩에 신시사이저 효과음을 뒤섞은 컴프턴(Compton) 출신의 5인조 랩 그룹 ‘성깔 있는 깜둥이들(N.W.A., Niggaz with Attitude)’의 앨범은 곧 전국적인 명성을 떨쳤다.


9월 국내에 개봉할 이들의 전기 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프턴(Straight Outta Compton)>에 발맞춰 N.W.A.의 핵심 구성원이었고 그룹 해체 후 솔로 예술가로서 힙합 문화 역사를 바꾼 거인 닥터 드레(Dr. Dre, 본명 Andre Romelle Young)가 16년 만의 신보 [컴프턴(Compton)]을 들고 돌아왔다. 이미 공언된, 그의 마지막 정규 앨범이다.

국내 패션 피플에겐 헤드폰 제조사 ‘비츠 바이 닥터 드레’의 소유자로 더 유명할지 모르는 그의 참모습은 앨범 제작에서 발휘됐다. 그는 이른바 ‘지-펑크(G-Funk)’로 알려진 독창적 랩 음악 스타일을 스스로 확립한 걸작 [더 크로닉(The Chronic)]으로 힙합 문화의 세계화에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 나아가 스눕 독(Snoop Dogg, 과거 스눕 도기 독, 스눕 라이언 등의 이름으로도 불렸다), 에미넴(Eminem), 피프티 센트(50 Cent),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앨범을 제작해 모두 세계 최고 인기의 래퍼로 키워냈다.

1999년 발매된 [2001] 이후 공언된 닥터 드레의 마지막 앨범 제작 소식은 이미 2002년부터 이어져 왔다. 미루고 미루다 발매된 그의 신작은 앨범 명으로 고향 지역을 표기했고, 전기 영화 줄거리, 곧 닥터 드레 본인의 삶을 투영한 내용을 담았다.

▲Dr. Dre [Compton]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앨범의 여러 트랙이 ‘닥터 드레’를 주인공으로, 미국 흑인 사회의 무너진 아메리칸 드림을 이야기한다. N.W.A. 시절에서 성공한 사업가가 되기까지 닥터 드레 본인의 삶을 이야기한 내용이 적잖다.

‘잇츠 올 온 미(It’s All on Me)’는 N.W.A.의 히트곡으로 백인 경찰에 대한 흑인 사회의 분노를 이야기한 ‘퍽 더 폴리스(Fxxx tha Police)’ 제작 과정을 포함해 닥터 드레의 청년기를 담았다. ‘애니멀스(Animals)’는 ‘Fxxx tha Police’와 마찬가지로 미국 경찰의 폭력을 다뤄, 최근 미국 사회에 논란이 되는 흑인을 향한 백인 경찰의 총기 사고를 곧바로 떠올리게 한다. 한국계 미국인 앤더슨 박이 랩에 참여했다. ‘다크사이드/곤(Darkside/Gone)’은 N.W.A.의 구성원이었던 고(故) 이지 이(Eazy E)의 목소리를 넣어 과거와 현재의 연관성을 높였다.

옛 앨범을 연상케 하는 느긋한 비트의 ‘올 인 어 데이스 워크(All in a Day’s Work)’, 켄드릭 라마의 중독적인 후렴구로 서서히 강도를 높이며 컴프턴 흑인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리는 ‘제노사이드(Genocide)’ 등은 모두 ‘닥터 드레 사운드’를 느끼기 부족함 없는 곡이다.

이 때문에 이 앨범을 온전히 감상하기 위해서는 가사는 물론, 닥터 드레로 대변되는 미국 서부 힙합 전성기의 역사를 함께 훑어보는 게 중요하다. 그만큼 그간 자신이 이룬 성취를 되돌아보는 자전적 성격이 강한 앨범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앨범에는 누구나 예상했던 대로 이른바 ‘닥터 드레 사단’이 총출동했다. 따라서 이 앨범은 곡의 완성도를 떠나, ‘마지막’이라는 절대 명제와 함께 힙합 거장이 걸어온 역사의 아우라까지 담았다.

청자뿐만 아니라 국외 평단도 이 점을 고려해 앨범을 일제히 하반기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추어올렸다. 대중음악사에 결코 빠져서는 안 될 거장의 화려한 마지막이다.

모음집 [3 리틀 웩스] 8.5/10

▲영기획 모음집 [3 Little Wacks] ⓒ영기획
방송의 힘인지, 어느새 ‘전자 댄스 음악(EDM)’과 박명수의 ‘따다다다~’가 동의어가 되어가고 있다. 단어를 잘못 선택했다. 방송의 폐해다.

한국의 전자 음악인은 이런 편견에 갇힌다. 아이돌의 댄스 음악과 클럽 음악만이 대중에 노출되다 보니, 여러 조류를 훑는 다른 음악인이 대중과 만날 기회를 얻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공연할 클럽도 한정되어 있다. 이미 홍대의 언더그라운드 클럽에서도 신인이 설 자리를 갖기란 쉽잖다. 새로운 음악의 발굴, 새로운 음악의 유통 모두 벽에 부딪힌 셈이다.

독립제작사 영기획(YOUNG, GIFTED&WACK)은 이미 낡은 단어가 되어버린 ‘척박한’ 한국의 음악 현실에서 개성적인 전자음악을 전문적으로 제작, 유통해왔다. 그에 더해 다른 장르의 음악인들과 협업 프로그램을 가동해 전자음악 장르를 대중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해왔다.

제작사 3년의 세월을 기념해 이 음반사와 작업한 음악인의 작품 모음집 [3 리틀 웩스(3 Little Wacks)]가 나왔다. 지난해 평단의 호평을 받은 사람 12사람, 마니아들의 주목을 받는 음악인 플래시 플러드 달링스 등을 비롯해 음악인 10팀의 곡이 수록돼 있다.

모음집인 만큼 이 앨범은 개별 음악인의 개성을 충분히 살린 곡들로 꾸려졌다. 그러나 서정적 정서와 가라앉은 기운으로 시작한 앨범이 서서히 속도를 높여가다 몽환적으로 흩어지는 인상적인 배치로 앨범의 완성도를 높였다.

절대 어렵지 않다. 아름다운 곡, 환상적인 풍광을 그려주는 곡, 소품과 같은 곡, 추상적인 곡이 모두 영기획의 이름 아래 더 큰 빛을 그리는 뛰어난 앨범이다. 전자 음악 마니아, 전자음악을 접하고 싶은 팬 누구나 만족할 만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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