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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자락 그림 같은 '내 집', 협동으로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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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자락 그림 같은 '내 집', 협동으로 짓다 [프레시안 books] <협동조합으로 집짓기>
여전히 국민 다수에게 내 집 마련은 꿈이다. 아직 신문의 부동산 면은 집을 투자 대상으로 여기는 기사가 가득하다. 어느 정도의 경제적 여건이 된다손 치더라도, 가격 상승 기대를 반영한 이런 집을 구하기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아직 큰 관심을 얻진 못했지만, 대안의 하나로 거론되는 게 주택협동조합이다. 한국에도 있다. 2013년 협동조합기본법이 통과되면서 생겨난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이하 하우징쿱)은 한국 최초의 주택소비자협동조합이다. 주택 구매 의향자들이 조합원이 되어 주택을 합리적 가격으로 마련하고, 모인 이들이 작은 주거공동체를 이루도록 돕는 곳이다. 협동조합 주택은 가격 거품을 뺀다는 점은 물론, 아파트 문화에서 잊힌 마을 공동체를 복원하고 주택 재생 개념을 살린다는 장점까지 갖췄다.

<협동조합으로 집짓기>(홍새라 지음, 휴 펴냄)는 하우징쿱이 서울 은평구 불광동 북한산 자락에 처음 지은 집 '구름정원사람들 협동조합주택'에 입주한 이들의 경험담을 쓴 책이다. <연두색 여름>, <새터 사람들> 등을 쓴 소설가 홍새라가 자신과 자신 이웃의 입주기를 성실히 기록한 결과를 담았다. 2013년 착공해 2014년 가을 여덟 가구가 입주하기까지 약 1년의 기간을 수록했다. 약 3억 원~4억 원대의 자금을 마련한 이들은 온갖 시행착오 끝에 여덟 세대의 주거 공간과 3개의 점포 공간이 마련된 복합시설을 갖게 됐다. 지하수를 활용하고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소비를 줄였다.

▲401호는 거실 맞은편에 책장으로 서재를 만들었다. 서재에 문을 달지 않아 옆에 있는 부엌과 함께 집을 넓고 시원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김재윤

우리가 보통 구매하는 아파트는 일방적으로 시공자의 의견만 반영된다. 건설자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공급 주택의 개성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 주택 소비자가 개입할 방법은 없다. 주택협동조합은 다르다. 이 책이 다루는 주요 내용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은 내 돈을 내고, 내가 살 집에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구름정원사람들은 어느 집이 남향을 가질 것인가, 어느 집이 복층을 쓸 것인가, 창을 어떻게 낼 것인가를 두고 연일 회의한다.

각자 성격이 다르니 어떤 이는 모임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빠져버려 다른 이를 곤란하게 한다. 누군가는 다짜고짜 "난 산자락이 보이는 동향이 아니면 안 됩니다"라고 자기 의견부터 내세운다. 그야말로 복장 터질 일이다. 남이 주는 것만 가만히 받아먹던 사람으로서는 말이다.

여럿이 함께 집을 짓다 보니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날마다 회의, 회의다. 이 때문에 기공식이 끝나고도 설계도가 수차례 바뀐다. 여러 회의 끝에 공동 세탁실과 보일러실을 설치하기로 합의하고, 누군가의 집에는 툇마루까지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이 잦은 회의를 통해 이들은 천정의 자연광이 고스란히 내려오는 거실, 카페에서나 보던 특이한 인테리어의 부엌, 자연이 바로 보이는 갖가지 모양의 창을 갖게 됐다. 개성이 듬뿍 담긴, 그야말로 '내 집'을 얻게 되었다. 좋은 설비로 지은 집 덕분에 최소한의 에너지 소비로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되었고, 창밖으로 북한산 자락이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자연을 갖게 되었으며, 텃밭을 일궈 이웃과 농작물을 나눠 먹는다. 층마다 마련된 공동 테라스는 자연스럽게 이웃과의 교류를 낳는다. 계단에는 늘 햇빛이 쏟아진다.

▲<협동조합으로 집짓기>. 홍새라 지음, 휴 펴냄. ⓒ프레시안
'단돈 몇 원에 내 집 마련' 따위의 정보는 없다. 서로 모르던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를 마련하기까지 겪은 여러 일이 기록됐다는 점에서 협동조합하기의 다른 내용으로도 읽힌다. 의견 충돌로 골머리를 앓던 사람들은, 이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게 된다. 그리고 교류하게 되었다. '내 의견'이란 이만큼 중요하다. 비단 협동조합이 아니더라도, 이웃과의 교류에서 다름을 이해하고 이를 절충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책을 읽다 보면 여덟 가구의 이웃이 어떤 과정을 거쳐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게 되었는가를 자연스레 유추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욕심이 생긴다. '나도 저런 집이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 말이다. 책에 실린 갖가지 사진을 보면 탄성이 절로 난다. 물론, 대출을 꼈다손 치더라도 이 주택 마련에 적은 돈이 드는 건 아니다. 그래도 이들 가구가 내 집 마련에 들인 돈은 서울의 아파트에 전세로 입주할 정도의 비용임도 분명하다. 공동 주거환경을 고민하는 사람, 집에 대한 생각을 바꾸고 싶은 사람, 협동조합을 고민하는 사람 누구나 읽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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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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