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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입사해 스물둘 사망…'삼성 직업병'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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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입사해 스물둘 사망…'삼성 직업병'은 여전하다! 반올림, 삼성전자 등에서 일한 반도체 노동자 7명 산재신청
조은주 씨는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삼성디스플레이에 입사했다. TV 판넬에 접착이 제대로 되지 않은 불량기판을 유기용제로 닦아내는 일을 맡았다. 성과주의 조직문화 때문에 빠른 업무처리를 해야 했다. 설비 밑을 무릎으로 기어 다니며 자신의 일을 마무리해야 했다.

그렇게 일한 지 2년쯤 됐을까. 몸에 이상증세가 발생했다. 피부염, 두드러기, 요추 통증, 근막동통증후군 등으로 병원진료 받는 일이 급격히 늘어났다. 결국, 2013년 9월 골수이형성형증후군(혈액암) 판정을 받았다. 이후 항암치료를 받으며 골수이식을 준비했지만 이미 늦었다. 급격한 병세악화로 2015년 2월 사망했다. 그의 나이 22살이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 19살(1994년)에 입사해 1999년까지 일했던 구성애 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6개월이 지나서야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인식했다. 그는 포토공정에서 감광제 코팅 작업, 황산볼에서의 웨이퍼 세척 등 담당했다. 그러면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병원에서는 '전신홍반성 루푸스'라고 했다. 희귀병이었다. 평생 약을 먹고 살아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후 합병증으로 신장이식, 자궁적출, 갑상선 이상, 거대바이러스에 따른 안과질환 등을 겪어야 했다.

구 씨는 "내가 했던 일이 이렇게 위험하고 내 몸을 파괴하는 일이었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퇴사 후 결혼을 하면서 즐거운 일만 생기리라 기대했는데, 이런 병에 걸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눈물을 흘렸다.

ⓒ프레시안(허환주)

"얼마나 더 많은 노동자들이 죽어야 하는가"

29일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반도체의 날을 맞아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씨와 구 씨를 포함한 7명의 직업병 피해 노동자를 집단산재신청 한다고 밝혔다. 7명의 노동자 중 4명은 삼성에서 일한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반올림에 제보된 첨단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의 수는 366명"이라며 "그 중 70명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 보상을 신청했지만 이중 단 4명만이 직업병으로 인정받았고 나머지 50여 명은 아직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정부 조사와 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러한 이유를 두고 사업주의 책임 회피와 정부의 무능을 꼽았다. 이들은 "사업주는 역학조사나 재해조사에 제공되는 정보들을 통제하며, 피해 노동자와 법적 대리인의 참여를 막고, 정부는 이런 사업주의 횡포를 규제하지 못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화학물질 유해성 미확인, 작업환경 안전보건관리 부실 등으로 인해 노동자가 병들고 죽어도 사업주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삼성전자를 지목하며 "삼성전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산업재해 문제를 제기한지 8년이 돼 가는데 여전히 여기에서는 직업병 피해자가 나오고 있다"며 "삼성이 국내외 전문가들을 동원해 작업병을 부인하고 작업환경의 완전무결함을 거짓으로 선전하던 순간에도 삼성 노동자들은 공장에서 병을 키워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투명하고 내실 있는 예방 대책을 만들기 위한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고 독단적인 보상위원회를 앞세워 피해자 한명 한명을 침묵하게 하는 지금 삼성의 태도 때문에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젊은 노동자들이 병들고 적어가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 정부와 기업이 반도체, 전자산업 노동자의 생명과 인권을 존중할 것 △ 정부가 독성화학물질과 방사선에 의한 노동자 질병과 죽음을 산업재해로 인정할 것 △ 정부와 기업이 반도체, 전자산업 직업병에 대한 투명하고 내실있는 예방책 마련할 것 △삼성은 독단적인 보상조치와 반인권적인 권리포기각서에 대해 사과하고 조정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대화에 나설 것 등을 요구했다.

"더는 죽음을 방관하지 말아달라"

공유정옥 반올림 교섭단 간사는 "삼성의 반도체는 세계적으로도 명성을 얻었지만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재앙의 산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전히 많은 노동자가 불치병에 시달리거나 죽어가고 있다"며 "문제는 그러한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하다 죽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지금의 죽음을 재생산하고 있다"며 "이런 구조 속에서 반도체 산업은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반도체 산업이 망하라는 게 아니라 반도체 산업에서 인권과 생명이 존재하길 바랄 뿐"이라며 "더는 죽음을 방관하지 말아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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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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