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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예산? '보이지 않는' 복지는 대폭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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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예산? '보이지 않는' 복지는 대폭 삭감!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2016년 예산 들여다보기
총지출 386.4조 원으로 확정된 2016년 예산의 가장 큰 특징은 긴축 예산이라는 점이다. 내년도 예상 명목성장률이 4.2%인데 총지출은 본예산 대비 3.0% 증가, 추경 대비 0.5% 증가에 그치므로 경기 침체기 재정의 경기안정화 임무를 방기한 예산이다. 지출을 긴축적으로 짠 것은 적극적인 증세를 하지 않겠다는 원칙 때문이다. 감세가 투자와 소비를 활성화시킬 것이라는 믿음으로 인해 세수는 2.5%라는 매우 미미한 규모로 증가하는데, 이와 같이 지출과 수입을 엄격히 관리함에도 불구하고 내년 관리재정수지는 37조 원의 적자, 국가채무는 최초로 40%를 넘는 수준(40.1%)이 될 것이다.

세수 부족은 적극적 증세 불가 원칙뿐 아니라 금융소득이나 부동산상속에 대한 비과세 혜택 신설 때문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세수 부족 뿐 아니라 조세의 공평성도 더욱 악화될 것이다. 지출 내용도 '보이는 복지'를 늘리기 위해 '보이지 않는 복지'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낭비적 자원개발 사업의 유지, SOC 사업의 여당 지역구 몰아주기 등 문제가 심각하다. 총론과 각론 모두 문제 있는 현 정부의 조세재정정책은 그 근본 원칙이 수정되지 않는 한 경제활력과 민생안정이라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필자)

1. 긴축 기조 하 국가 채무 급증

2016년 예산은 총지출 386.4조 원으로 12월 3일 새벽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됐다. 내년 예산의 가장 큰 특징은 긴축 예산이라는 점이다. 내년도 예상 명목성장률이 4.2%로 전망되었는데 내년 정부의 총지출이 올해 본예산에 비해서 3.0% 증가(11조원 증가)에 그치므로 GDP 대비 지출규모는 줄어들게 된다. 본예산 기준의 정부 지출 증가율이 2011년~2015년 동안 평균 5.1%였으므로 증가율이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한편 384.7조 원이었던 추경예산에 비한다면 내년 재정지출액은 0.5% 증가(1.7조원)에 그치게 된다. 즉 경기 침체기 재정의 경기안정화 임무를 방기한 예산이다.

지출을 긴축적으로 짠 것은 수입 증가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예산안 제출 시, 정부는 내년 재정수입 증가율을 종전 국가재정운용계획(2014~2018) 기준 전망값 5.7%에서 2.4%로 대폭 내려 391.5조 원으로 잡았으며 국회를 통과한 최종 재정수입은 이보다 소폭 적은 391.2조 원이었다. 이는 2012~2014년 3년 내리 발생한 수조 원에 이르는 세수 결손이 그간 낙관적 경기 전망에 따른 과도한 수입 추계 때문이라는 지적을 정부가 받아들여 내년도 예산의 수입 전망을 보수적으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출은 수입의 범위 내에서 유지하여 재정건전성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추구하고 있고 적극적인 증세는 없다는 것을 불변의 원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결국 재정지출이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이렇게 긴축적으로 예산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내년 관리재정수지는 37조 원 적자가 발생한다. 그것은 증가하는 수입이 대부분 기금 수입이기 때문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로 인해 국채는 40.9조 원 더 발행되어 국가채무는 GDP 대비 올해 38.5%에서 내년 40.1%(645.2조 원)이 된다. 긴축적 지출 예산을 세웠음에도 국가채무는 증가하는 것이다. 함께 발표한 '2015~2019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18년에는 41.1%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긴축적 재정지출 정책으로 인한 경기부진 못지않게 재정건전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2. 선심용 감세 혜택과 세수 부족의 문제

지난 3일 새벽 예산안 처리와 함께 통과된 세법 개정안은 지난 9월 정부가 제출한 세법 개정안을 일부 수정한 것이다. 올해의 세법개정안은 정부가 내세운 경제활력 강화와 민생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현 정부 집권 이후 반복되고 있는 세수부족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갖는다.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개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첫째, 파생상품 양도소득세를 과세하기로 결정했다. 파생상품시장의 위축을 우려하여 다시 연기하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결국 20% 세율로 부과하기로 결정했다.(다만 탄력세율 10%를 적용할 수 있고 시행 초기에는 대통령령으로 75%의 범위에서 인하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내년에는 5% 정도로 매우 낮은 세율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부과와 관련하여 대주주의 범위를 다소 늘리고 중소기업의 대주주에게 적용되는 주식 양도세율도 10%에서 대기업 적용 세율인 20%로 인상됐으며 양도소득세의 물납제도도 폐지됐다. 이 조치는 상장주식 양도차익 전면 과세에 비추어 미흡하기는 하지만 개편 방향은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셋째, 역외탈세방지와 관련해서도 다국적기업의 국제거래정보 제출의무 확대나 정기적 금융정보 교환을 위해 금융회사의 정보 식별·보유 권한 신설, 재외국민의 판정기준을 기존 1년 이하에서 183일로 축소하는 등의 노력 역시 해외금융계좌 신고기준이나 대상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반가운 조치다.

위와 같은 긍정적인 개편도 있지만 역진적인 효과가 예상되는 부정적인 개편도 있었다. 첫째, 모든 금융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3년 만기 비과세 통장(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계좌)은 상위 1%를 제외한 모든 소득자에게 허용되므로 저축 여력이 큰 중산층 이상 계층에 혜택이 집중될 것이다. 근로소득자와 개인사업자, 농·어민들이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는 ISA계좌는 연 소득이 5000만 원 이하일 경우 운용수익 250만원에 대해 비과세되지만, 연소득이 5000만원 이상인 경우에도 200만원까지 비과세되고 초과분에 대해서는 9.9% 분리과세된다.(금융소득종합과세자는 혜택을 받지 못하므로 이에 해당하는 상위 1%의 소득자는 제외되겠지만 가구당 연간 4000만원의 저축 한도(개인 한도 2000만원)를 채울 수 있는 가구는 중산층 이상일 것이다. 특히 소득이 5000만원 넘는 중산층 이상에게는 200만원 초과 시의 9.9% 분리과세가 매력적일 것이다.)

둘째, 상속세가 개정되어 무주택 자녀가 부모와 10년 이상 함께 산 주택을 상속받을 때 5억 원 한도에서 공제율은 현행 40%에서 80%로 인상됐다. 문제는 현재에도 5억 원까지는 무조건 비과세, 배우자 상속의 경우 5억 원을 더 비과세 해주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 추가적으로 5억 원까지는 80%를 더 공제해주겠다는 것이다. 결국 15억짜리 집을 상속해도 1억 원에 대한 상속세만을 낼 수 있게 된다. 부의 대물림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조치이다.

한편, 획기적인 개혁안이라고 제시되었지만 효과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세법 개정안으로 업무용 차량 과세, 청년고용증대세제, 종교인 과세를 들 수 있다. 첫째, 정부는 업무용 차량으로 등록만 하면 구입 및 유지비 전체를 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한 조치가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고 연간 경비인정액을 800만원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새로 도입했다. 그러나 경비처리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아 사실상 차량 구입금 전액, 유지비 전액을 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으며 연간 경비가 800만 원 이하면 운행일지 등 업무용 증빙도 필요 없다. 의미 없는 세법 개정안이라고 말할 수 있다.

둘째, 내년부터 기업이 청년 정규직 근로자를 늘리면 대기업의 경우 1인당 200만 원, 중소기업의 경우 1인당 500만 원까지 법인세를 공제받게 된다. 이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이지만 일시적인 보조금 성격이라 이를 받기 위해 고용에 나서는 기업이 있을지 의문이다.(2010년과 2011년 사이에 시행된 ‘고용증대세액공제’ 하에서 취업자 수 증가율은 오히려 3.1%에서 2.6%로 떨어졌다.) 결국 취업률은 경기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내년의 낮은 경제성장률 전망을 고려하면 청년취업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면서 기업의 세금만 줄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셋째, 종교인 과세는 2년 유예를 조건으로 도입되었는데 필요경비 공제율을 과하게 제공하고(4000만 원 이하는 80%, 4000만원 초과∼8000만 원 이하는 60%, 8000만원 초과∼1억5000만 원 이하는 40%, 1억5000만원 초과는 20% 공제율 적용) 종교단체에 대한 세무조사범위를 확대하지 않기로 한 조치가 포함되어 문제이다. 더구나 종교계의 강력한 반발로 이번에 유예되면서 대선을 앞두고 폐기될 가능성도 높다.

이러한 세제개편으로 새롭게 창출될 세수는 고작 1조 원 남짓에 불과하다. 이러한 세수로는 현 정부 집권 이후 계속 발생해 왔던 세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세수 부족의 문제는 단지 총수입 예산에 비해 세수가 더 적게 걷히는 세수 결손만을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 MB정부 하 감세정책 실시 이후 2011년부터 계속해서 세수결손이 발생했고 올해는 자산관련 세수의 상대적 호조로 세수결손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수 부족 문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인 세수 부족으로 인하여 복지 공약은 축소되었으며 누리과정의 경우 제대로 재원을 마련해 주지 않아 지방정부의 재정압박이 심각하다. 현 정부의 조세 전략은 적극적인 증세 전략이 없을 뿐 아니라 그나마 증세안이라고 제시했던 비과세 감면제도의 정비도 제대로 추진하지 않고 있어서 문제이다. 올해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심용 감면 조치가 추가되었다. 현 정부의 세수 확보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이 담배세 인상이었다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3. 중앙정부 복지 확대와 지방정부 복지 위축, 재정 낭비 지속
정부는 2016년 예산안이 청년 희망, 경제혁신, 문화융성, 민생안정을 위한 예산안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러나 예산 구조는 기존과 비슷하고 낭비 사업들이 축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침체된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예산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정부는 복지·보건·노동 항목의 예산은 122.9조 원으로 전년 대비 6.2% 확대되고, 산업·중소기업·에너지, SOC 예산은 전년대비 6.0% 감소했기에 예산편성의 무게중심이 경제 성장동력 창출보다는 민생안정과 복지에 기울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우리나라의 재정지출 구조가 OECD 평균이 비해서 경제부분이 두드러지게 크고 복지지출이 두드러지게 작다는 점에서 이번 예산안보다 더욱 대폭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태이다.

예산안의 내용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복지·보건·노동 항목의 예산이 7.2조 원 크게 늘어나도록 짜였지만 이 중 자연증가분이 절반 이상이 된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사학연금이 3.5조 원 정도 증가하고 기초연금도 자동으로 3528억 원 증가한다. 따라서 이런 증가분을 제거한다면 복지수준을 실질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늘어나는 예산은 3.4조 원에 그친다. 자연증가분 외에 늘어나는 복지예산은 구직급여(실업급여),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행복주택 건설, 청년 일자리 창출, 영육아 보육료 지원 사업에 투입된다. 구직급여는 1조 가량 증가,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는 5740억 원 증가, 행복주택 건설비용은 2757억 원 증가, 영유아 보육료 지원 예산 1400억 원 증액, 보육교사 수당 3만 원 인상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구직급여의 경우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노동개혁이 추진되지 않으면 이 중 6382억 원은 제외될 것이고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의 경우 급여액을 5만 원 인상하였으나 부양의무자 사각지대에 있는 410만 명은 여전히 방치되며, 행복주택건설도 현재의 전세난, 월세난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보육료 지원은 늘어나지만 영아돌봄서비스에 대한 복지가 축소되어 사용자의 자기부담금이 큰 폭으로 오른다.(영아종일제 돌봄서비스는 소득에 따라 한달에 3만원, 17만원, 31만원씩을 더 내야 하며 시간제 돌봄서비스 또한 시간당 이용요금이 6000원에서 6500원으로 오른다.) 청년 일자리 확대 정책은 고용디딤돌 프로그램, 기업수요 맞춤형 훈련, 일학습병행제 등 청년의 취업역량을 제고하는 정책으로 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청년취업 문제의 근본 원인이 '좋은 일자리'의 부족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수급불균형(mismatch), 그로 인한 취준생의 증가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그 효과가 클 것인가는 의문이다.(진정으로 민생안정을 추구한다면 실업, 생계, 주거 문제 있어서 더욱 적극적인 지출 확대가 필요하고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서는 일자리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 예를 들어 중소기업 복리후생 제고를 위한 예산지원이 장기적 관점에서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복지가 확대되지만 현재의 민생고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점만이 문제는 아니다. 중앙정부가 복지사업을 시행함에 있어서 제대로 재원을 마련해 주지 않아 지방정부의 재정을 압박하는 것이 또 다른 문제이다. 대표적으로 누리과정(만 3세에서 5세에 대한 무상보육 및 교육 사업)은 현 정부의 대표적인 선거 공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중앙정부가 재원 마련을 지방정부에 떠넘기는 문제가 올해도 반복되었다. 누리과정 뿐 아니라 다른 복지 사업들도 마찬가지로 지방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그것은 복지 사업이 국비와 지방비가 매칭되어 실행되어야 한다는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초연금과 같이 새로운 복지사업을 중앙정부가 실시하면서 그에 대한 지방비 재원을 마련해 주지 않음에 따라 지방정부는 자체적으로 실시하던 많은 복지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중앙 정부가 추진하는 공약 사업은 축소된 규모로나마 시행되고 있지만 재원 부족으로 인해 눈에 보이지 않는 복지 사업들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재정을 압박하여 지방정부 자체의 복지사업을 줄이게 만들뿐 아니라 재정 여력이 되는 지방정부까지도 자체 복지사업을 하지 못하게 막으려 하고 있다. 현 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유사중복 복지사업을 정리하지 않으면 지방교부세를 삭감하겠다고 시행령을 개정하였다. 이는 명백한 위헌이며 지방자치와 복지를 후퇴시키는 것이다. 중복사업이라고 했던 것의 상당수는 중복이기 보다는 모자란 것을 보완하는 성격이 더 강했다. 또한 복지 분야의 낭비를 없애려면 수혜자에 대한 중복보다는 어린이집, 유치원, 장기요양시설 등 민간시설 운영자의 비리와 낭비를 없애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민간 사회서비스 공급자의 비리와 낭비가 심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지만 이를 막고 제대로 된 전달체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정부가 복지사업의 신설 및 중복사업 정리를 놓고 서울과 성남시 등 지방자치단체들과 정책갈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 복지사업에 대한 심의 및 조정 권한을 지니고 있는 사회보장위원회(이하 사보위)가 지자체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는 중앙정부 위주의 일방적 구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보위는 사회보장기본법에 의해 설치된 중앙과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보장사업을 심의·조정하는 기구다.)

보건복지고용에 투입되는 예산이 매우 크다고 이야기되지만 SOC, 농림수산식품, 연구개발, 산업중소기업 등 경제사업 분야에 투입되는 예산도 77.6조 원으로서 작지 않은 수준이다. 적극적인 지출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은 복지사업보다는 이와 같은 경제 사업이다. 지출 축소 1순위는 OECD기준으로도 이미 수위의 인프라를 구축한 SOC예산이다. 이러한 점에서 2016년 SOC 예산이 전년대비 6% 감소한 것으로는 부족하다. 여기에 더해 내년 예산에서는 여당 지역구로 집중 배정되었다. 당초 국토부에서 제출한 예산안은 기재부를 거치면서 충청·호남지역 예산이 삭감되고 영남지역 예산이 대폭 증액되었는데 국회를 통과하면서 다시 한 번 동일한 손질이 가해졌다. 보통 SOC 사업의 '지역 나눠먹기'가 문제라고 이야기되는데 이번에는 지역 나눠먹기가 아니라 이번에는 대놓고 ‘지역 몰아주기’가 행해진 것이다.

문제 많은 해외자원개발 관련 예산도 250억 원 감액에 그쳤다. 해외자원개발사업 전반에 걸친 부실과 재정위험으로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감사원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해외자원개발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석유·가스·광물자원공사 공히 부실한 사업계획과 실적, 과소평가된 재무위험 등을 지적받았으나 상황을 타개할 만한 의지나 역량도 보여주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감사원은 부실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경우 향후 5년간 24조 5000억 원의 재원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차입액만 7조 9000억 원에 달한다고 예측했다. 이 외에 정부 보조금이 들어가는 연구개발 산업과 기업 지원 정책도 손보아야 한다.)각종 명목의 기업 지원금도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다. 정부는 불필요한 사업, 유사중복 사업을 없애겠다고 했지만 그러한 노력을 복지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2016년 예산에서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에 대한 예산 지원이 소규모라도 증가한 것이 긍정적이다. 중소·중견기업 연구개발(R&D) 바우처 지원, 100억원 규모의 사업화지원 프로그램 신설, 융자형태의 창업기업지원자금 기존 1조 3000억원에서 1조 5000억원까지 증액, 2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성장촉진자금 신설, 128억원 투입 전통시장 '청년몰' 육성 등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4. 경제활력과 민생안정을 위해서는 '적극적 증세' 모색되어야

현 정부는 경기회복이야말로 고용 증대, 세수 증가를 가져오는 최고의 복지 대책이자 재정건전성 대책이며 감세가 경기회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의 거시경제 성과를 보면 감세정책 하에서도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지 않았다. 정부가 바라는 '감세정책->경기회복을 통한 복지와 재정건전성의 달성'이라는 메커니즘이 잘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생은 더욱 절망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진정한 경제활력과 민생안정을 원한다면 이러한 도그마에서 벗어나 경기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할 적극적인 조세재정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증세해서 제대로 쓴다면 내수부진 해소를 통한 새로운 선순환을 작동시킬 수 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의 부진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의 믿음은 전혀 타격을 받지 않은 듯하여 절망스럽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2월 4일 재정전략협의회를 열어 현재의 조세 및 복지 체제를 유지하면 오는 206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지금의 40% 수준에서 60% 이상으로 20% 포인트가량 치솟을 수 있으므로 '고급여 체계'를 '적정급여 체계'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전망에서 국가채무가 급증하는 이유는 현재의 출산율 감소 추세와 경제성장률 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조세부담률이 현재와 같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세부담률만 높여도 국가채무 비율이 증가하지 않을 수 있으며 만일 증세를 통한 적극적 복지사업으로 출산율 감소 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욱 좋은 해결책이 없을 것이다. 현 정부는 경제활력을 촉진한다며 더욱 소비부진을 야기할 노동개혁을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친기업 정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루빨리 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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