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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평화상 오바마, 북한 앞에서만 우왕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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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평화상 오바마, 북한 앞에서만 우왕좌왕 [정욱식 칼럼] 핵 탑재 전략 무기 대신 '대북 특사'를 보내라
"우리가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전보다 북한을 더욱 고립시키고 국제 사회의 단결을 이루는 데에는 성공했다"

북한이 수소 폭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1월 6일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내놓은 입장 가운데 일부이다. 이 발언 속에는 '전략적 인내'라고 불리는 미국의 대북 정책의 현실과 모순이 잘 담겨 있다. 역대 미국 정부와 마찬가지로 오바마 행정부 역시 '한반도 비핵화'를 대북 정책의 목표로 제시해왔다. 하지만 북한의 네 차례에 걸친 핵실험 가운데 세 번이 오바마의 임기 동안 실시됐다. 이에 따라 '전략적 인내'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북한에 대한 고립과 국제적인 압박에는 성과를 냈다며 비판의 예봉을 피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본말이 전도된 현실과 모순을 발견하게 된다. 대북 제재와 외교적 고립, 군사적 봉쇄와 압박은 한반도 비핵화 달성을 위한 수단이다. 그런데 어느덧 목표와 수단이 뒤섞이고 이제는 그 수단이 목표인 것처럼 되어버렸다.

나를 잊지 말아요

나는 북한의 핵실험 의도가 미국의 관심 끌기나 대미 협상용보다는 핵 억제력 완성을 과시해 경제 건설에 매진하겠다는 '병진 노선'에 따른 것이라고 본다. 김일성에게 핵은 '협상용'이었고, 김정일에게는 협상과 핵 보유를 동시에 염두에 둔 '헤징'(hedging)의 성격이 짙었다. 이에 반해 김정은에게 핵은 '안보의 경제성'이라는 말로 압축할 수 있다. 재래식 군사력 건설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다고 '믿는' 핵 억제력 확보를 통해 안보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겠다는 것이다.

어쨌든 북한의 무모하고도 반평화적인 핵실험은 미국 정계에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오바마의 임기 마지막 해인 데다가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핵 뢰성'이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

그러자 '전략적 인내'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전략적 인내'는 며칠 전 작고한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009년 12월 평양을 다녀온 직후에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의 입에서 나온 표현이었다. 그는 당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취하는 접근은 6자 회담 참가국들과의 긴밀한 조율을 통한 전략적 인내이다."

당초 이 표현은 북한이 비핵화 및 6자 회담 복귀를 주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미국과 동맹국들은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쏭달쏭하게 변질됐다. 북한이 조건 없는 6자 회담 개최 의사를 피력했지만, 미국은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대화를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전략적 인내의 실패, 전략 무기로 대신한다?

'전략적 인내'와 '전략 무기'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의 모순을 보여주는 두 개의 키워드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대선 유세 때 "6자 회담과 북미 직접 대화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를 공약했다. 이에 따라 '전략적 인내'라는 표현은 애초부터 오바마의 정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또한 오바마는 2009년에 노벨 평화상을 선불로 받았는데,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창한 덕분이 컸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오바마 행정부가 한반도에 핵 전폭기 등 전략 무기를 동원해 무력 시위를 전개하는 것 역시 노벨 평화상의 정신에 배치되는 것이다.

실제로 오바마 행정부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수시로 한반도에 전략 무기를 투입했다. B-2, B-52 전략 폭격기, 현존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인 F-22, 핵잠수함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대개 북한의 핵실험과 같은 무모한 행동이 있을 때, 미국의 전략 무기 투입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이산가족 상봉을 앞둔 시기에도, 혹은 미국의 대북 인권 특사 방북을 앞두고도 종종 이뤄져 왔다. 또한 과거 미국 행정부 때에는 이들 무기를 투입하더라도 비밀리에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오바마 행정부는 대놓고 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B-52를 전개하면서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 지난 10일 한반도에 전개된 미국 전략 폭격기 B-52(왼쪽). ⓒAP=연합뉴스

이러한 공개적인 전략 무기 시위에는 몇 가지 의도가 담겨 있다. 대북 억제와 압박은 기본이다. 한국 내에서 부상하는 핵무장론을 억제하기 위한 의도도 엿보인다. 중국을 압박해 대북 강경책을 유도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북핵 위기를 이유로 미국의 전략 무기를 운용해보고 싶은 심사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전략적 인내에 대한 미국 안팎의 비판 여론에 대한 무마책으로 볼 수 있다. 북한에 결코 나약하지 않고 뭔가 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전략적 인내의 실패를 전략 무기로 대신하려고 하는 셈이다.

하지만 전략 무기는 결코 전략적 인내의 실패를 대신할 수 없다. 북한의 언행을 바꾸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점은 이미 충분히 입증된 터다. 오히려 북한이 이를 빌미로 자신의 핵 억제력 강화를 정당화시키는 '프로파간다의 소재'로만 이용될 뿐이다.

하여 오바마 행정부가 한반도에 보낼 것은 전략 무기가 아니라 고위급 대북 특사이다. 이게 대북정책 공약과 노벨 평화상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고자 했을 때, 그리고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을 때 다짐했던 초심으로 돌아가길 간곡히 호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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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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