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즉 '안철수 신당'이 이른바 '스폰서 검사' 등 인사 영입 취소 해프닝에 이어 창당 발기인의 경력 문제로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부패 척결"을 강조해 온 안철수 의원의 정치적 강조점과는 달리, 비리 전력이 있는 인사들이나 부적절한 전력을 지닌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다. (☞관련 기사 : 안철수, '스폰서 검사' 등 3명 3시간 만에 영입 "취소")
현재까지 문제가 된 발기인들은 이남기 전 공정거래위원장, 최락도 전 국회의원 등이다. 이 전 위원장은 2002년 SK그룹 구조조정본부장에게 SK그룹의 KT 주식 취득 행위에 대한 선처를 부탁받고 대신 이 전 위원장 자신이 다니던 절에 10억 원을 시주하도록 한 혐의(뇌물)로 2006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최 전 의원은 2006년 지방 선거에서 김제시장 선거에 입후보하면서, 당내 공천을 앞두고 당시 민주당 조재환 사무총장에게 4억 원이 담긴 사과 상자를 전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2007년 유죄가 확정됐다.
안 의원은 이들이 발기인 명단에 포함된 것이 논란이 되자 11일 저녁 전남 순천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대한 파악하고 거기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앞서 지난해 9월 20일 이른바 '10대 혁신안'의 첫머리로 '부패 청산'을 들며 "부패 관련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영구 퇴출시켜야 하며 그 기준은 '원스트라이크-아웃'"이라면서 "단 한 건이라도 부패 혐의로 법원의 유죄 판결이 확정된 당원은 형이 확정된 날로부터 자진 탈당하지 않으면 즉시 제명 조치해야 한다"고 했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이 전 위원장이나 최 전 의원은 발기인으로 참여한 신당이 선관위에 정식 정당으로 등록되는 즉시 제명돼야 한다. (☞관련 기사 : 안철수, '반부패' 내세워 문재인과 선 긋기)
김동신·허신행·한승철 이어 이남기·최락도…한광원·유재규도 추가 논란 예상
이들 뿐만 아니라 한광원·유재규 전 의원도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다. 유 전 의원은 배우자가 부녀회장에게 100만 원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돼 2000년 벌금 800만 원이 확정됐고, 2001년에는 회계 책임자가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벌금 100만 원을 받아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시민단체가 주도한 '낙선·낙천운동' 대상자 명단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한 전 의원은 경선 선거인단에게 축전을 발송하고 일부 유권자에게 명함을 돌린 등의 행위로 1심에서 벌금 70만 원을 받고 형이 확정됐다. 특히 한 전 의원의 경우, 선거법 위반보다는 오히려 부적절한 성(性)인지 의식 수준과 관련한 전력이 더 논란의 소지가 많다.
한 전 의원은 2006년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최연희 의원의 기자 성추행 사건 당시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최 의원의 성추행 사건은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사건 당사자에게 소명의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며 "아름다운 꽃을 보면 누구나 그 향기에 취하고 싶고,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만져보고 싶은 것이 자연의 순리이자 세상의 섭리"라고 해 거센 역풍을 맞고 열린우리당 최고위로부터 공개 경고까지 받았다. (☞관련 기사 : 한광원-정의화 '어설픈 최연희 동정론'에 된서리)
또한 그는 2012년 대선 당시 "지인에게 카카오톡으로 받은 것"(한 전 의원 트위터)이라며, 한 여성이 '투표하세요 1219'라고 쓴 한쪽 젖가슴을 드러낸 사진을 "몇몇 알고 지내는 분들께 카카오톡으로 보냈"다가 비난을 받고 문재인 캠프 조직특보직에서 사퇴하기도 했다.
또 국민의당은 2003년 민주당 분당 사태 때 '이미경 머리채 사건'으로 논란을 빚었던 문팔괘 전 서울시의회 의원도 발기인으로 참여한다고 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민주당 구주류에 속하는 문 전 시의원은 민주당 당무위 폭력 사태 당시 신당(열린우리당) 창당파인 이미경 의원의 머리채를 잡아당기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담겨 물의를 빚었다. 문 전 시의원은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박모 씨로부터 서울대공원장을 시켜주겠다며 전 서울시 호남향우회 사무총장 임모 씨와 함께 2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이 정도는 괜찮아?…김희철, 강연재 등 논란의 인물들
비리나 부적절한 행동 등 도덕적 측면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해도, 정치적 논란이 예상되는 이들도 있다.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김희철 전 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야권 연대 경선에서 통합진보당 후보에게 패했으나 이에 불복하고 무소속 출마를 감행해 결국 3등에 그쳤다. 신중식 전 의원은 국민의당 발기인으로 참여했지만, 지난해 11월 '박주선 신당' 출범식에도 참석했고, 같은해 4월에는 더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천정배 의원 지지 선언을 했었다.
노민기 전 노동부 차관은 2007년 노무현 정부 마지막해 차관 직무를 수행하고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산업안전공단 이사장으로 간 인물로, 차관 당시 토론회에 참석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방안으로 거론되는 사회보험료 감면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비정규직에 대한) 직접 규제는 부작용이 큰 만큼 적용되기 어렵고, 외주화 문제로 발생하는 근로자 보호방안은 검토할 것"이라고 했었다. 박근혜 정부가 노동시장 개편을 밀어붙이고 있고, 안 의원은 "박근혜 정부 '노동 개혁'은 큰 틀에서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고 비판하며(☞관련 기사 : 안철수, '박근혜식 노동개혁' 공개 비판) 신당의 우선 가치가 '민생'임을 천명하고 있다.
특정 지역구 공천을 바라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공개적으로 드러난 이들도 있다. 고연호 더민주 서울 은평을 지역위원장은 2012년 당시 천호선 통합진보당 후보(전 정의당 대표)와 야권 단일화를 하게 되자, 수면제 30알을 복용해 응급실로 실려간 일화로 유명하다. 김세응 전 충남 천안갑 위원장은 2004년 17대 총선 때부터 양승조 의원과 자리를 놓고 경쟁해왔다.
또 강연재 변호사의 경우 지난해 <안철수는 왜>라는 책을 펴내 한때 정치권 화제의 중심이 됐던 인물로, 지난해 2월 YTN TV 인터뷰 당시는 문재인 더민주 대표가 대선 후보 선호도 1위라는 리얼미터 여론 조사 결과에 대해 "이 기관은 희한하게 하루가 멀다 하고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을 계속 여론 조사를 돌리고 그 결과를 내는 것으로 유명한데 누가 의뢰하고 비용을 내는지 상당히 궁금하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강 변호사는 "(주변에) 문 대표 지지는 거의 없고, 문 대표에 대한 환멸이 굉장히 많다"고 하기도 했다. 리얼미터 측에서는 당시 명예 훼손으로 법적 대응까지 검토했었다.
安신당, 인사 검증에 구멍?…"다시 거르고 있다"
그밖에 본인이 동의하지 않았는데 발기인으로 이름이 올라간 경우, 동명이인의 직업이 잘못 표기돼 오해를 산 경우 등 실무적인 실수까지 합쳐져 이래저래 발기인 명단이 말썽이 되고 있다.
특히 논란의 소지가 있는 인물이나 이미 논란이 된 인물의 경우, 기존 '안철수계'가 아닌 더민주 탈당파 의원들의 소개로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를 패러디해 입길에 오른 한광원 전 의원 탈당 기자 회견에는 문병호 의원이 배석했었다. 이남기 전 위원장, 최락도 전 의원은 전북 김제 출신이며, 유성엽 의원은 탈당 전 더민주 전북도당위원장을 지냈다. 앞서 김동신·허신행 전 장관, 한승철 전 검사장 영입도 더민주 탈당파인 김동철·황주홍 의원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데 이어, 발기인 명단 논란이 커질 경우 더민주 탈당파 의원들의 신당 내 입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관측된다.
신당 관계자는 "창당 발기인의 경우 각 의원실에서 추천을 받은 부분이 많다"며 "의원실에서 명단을 너무 늦게 준 경우도 있고, 의원들이 스스로 검증을 거쳤다고 (해서 별도로 검증하지 아니)한 것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인재영입위원회가 정식으로 꾸려지면 검증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을 병행하고 기준을 세울 것"이라며 "전체를 다시 스크린하고(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초 문제가 된 한승철 변호사 등 3명은) 일반 발기인으로 들어왔으면 모르겠는데 '영입 인사'로 분류하다 보니 저희 당의 이미지와 맞지 않았다"는 인식을 보이기도 했다. 문 의원은 "사실 애당초 영입 대상으로 해서는 안 될 상황이었는데 착오가 있었다. 국민의당은 부패 문제만큼은 깨끗이 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조금의 오해도 없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安신당 '인사 파동' 계속...] 관련 반론보도문본지는 지난 1월 12일자 정치면에서 국민의당 발기인에 비리 전력이 있거나 부적절한 전력을 지닌 인사가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한광원 전 의원은 부적절한 성인지 의식 전력으로 논란의 소지가 많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광원 전 의원은 "당시 발언은 성범죄를 정당화하고 옹호하는 취지가 아니다. 최연희 전 의원의 행동은 분명 부적절했으나,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비판을 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였는데, 이를 두고 성인지 의식이 부족하다고 표현한 것은 유감이다. 또한 카카오톡 메시지는 본인이 작성한 것이 아니라 지인으로부터 전달받았을 뿐이며, 이 사안은 이를 브리핑한 새누리당 정옥임 전 의원으로부터 유감 표명도 받은 사안이다. 뿐만 아니라 기사에서 언급된 경고는 열린우리당 윤리심판원 징계절차에 따른 공개 경고가 아니라 최고위원회 회의과정에서 이뤄진 구두경고였을 뿐이다. 위 문제들과 관련해서는 내부적으로도 공천심사과정에서 문제가 되지 않아 두 차례 공천을 받은 바 있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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