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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수모를 견뎠다'는 김무성, '친박'에 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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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수모를 견뎠다'는 김무성, '친박'에 기합? [시사통] 1월 27일 이슈독털
한 번은 속아도 두 번은 속지 않습니다. 언론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권력자' 발언을 대서특필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가 크게 충돌이라도 할 듯 호들갑을 떨지만 괜한 억측입니다. 박 대통령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졌던 김무성 대표입니다. 이번이라고 다를 이유가 없습니다.

게다가 맥락을 잘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의 '권력자' 발언이 나온 맥락인데요. 김무성 대표가 이 말을 한 자리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의 자리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망국법인 국회선진화법은 우리 당내 많은 의원이 반대했지만 당시 권력자가 찬성으로 돌자 의원들도 모두 찬성으로 돌아버렸기 때문에 통과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였습니다. "이런 잘못을 끝내려고 내가 온갖 수모를 견디며 100% 상향식 공천을 완성했다"고요. 공천권을 쥔 권력자에 줄 서는 문화의 폐단을 상징하는 사례로 국회선진화법을, 그 폐단 극복의 대안을 상향식 공천제로 설정해 말한 것입니다. 박 대통령의 과거 전력을 문제 삼으려는 측면보다는 자신의 역점 사업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강했습니다.

어조는 방어적이었습니다. 자신의 역점 사업인 상향식 공천제를 공치사하는 차원이 아니라 사수하는 차원에서 말했습니다. '온갖 수모를 견디며' 등의 표현이 함축합니다.

고려사항이 하나 더 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의 직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당으로 복귀한 최경환 의원에 대해 "정권의 막강한 실력자라고 생각한다"며 "최 의원과 많은 대화를 해서 서로 의견을 조율하겠다"고 말했는데요. 이 말이 시사하는 바도 적잖습니다. '권력자'와 맞짱 뜰 요량이라면 그 권력자의 수하인 '실력자'를 예우할 이유는 전혀 없겠죠?

거꾸로 읽는 게 맞는 듯합니다. 김무성 대표는 계속 밀리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친박'의 사람 심기를 막으려 하지만 여의치 않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압박에다가 그 직계 최경환 의원의 태클까지 예고되는 상황이다 보니,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여기에 현실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친박의 공세와는 별도로 당내 일각에서 현실론을 앞세워 인재영입과 전략공천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친박은 또 이런 현실론을 유효적절하게 활용하고 있고요.

김무성 대표의 말은 기합 소리입니다. 만신창이가 돼 가는 상향식 공천제에 어떻게든 연명의 숨결을 불어넣기 위한 기합 소리입니다. 더불어 타협 소리입니다. 친박을 향해 상향식 공천제의 구색은 유지시켜 달라는 타협 소리입니다.

물론 마지막 경우의 수를 검토할 필요는 있습니다. 애절한 호소 다음 수순은 죽기살기식 도전입니다. 퇴로 없는 구석에 몰리면 그 누구라도 정면돌파를 선택할 수밖에 없기도 합니다. 김무성 대표도 그럴 수 있습니다. 친박의 공세가 피도 눈물도 없는 차원으로 전개되면, 상향식 공천제 자체를 갈기갈기 찢어놓으면 김무성 대표는 면 세우기 차원에서라도 맞받아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친박은 실리를 챙기고 있습니다. 상향식 공천제 형식 안에서 정치적 알박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낙하산 공천의 폐해를 세탁하는 정치적 부수입까지 올리고 있습니다. 이런 친박에 왜 판을 깨서 쓸데없는 반발을 자초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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