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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선체는 기울지 않고 있죠?" 세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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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선체는 기울지 않고 있죠?" 세월호 "…" [프레시안 books] <세월호, 그날의 기록>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9분, 배가 기울었다. 10시 30분, 배는 침몰했다. 172명이 구조됐다. 그리고, 304명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영원히 바깥으로 나오지 못했다.

아이들은 추악한 어른의 말을 믿다 바다에 수장됐다. 그 후 숱한 이야기가 나왔고, 숱한 싸움이 일어났으며, 몇몇 사람이 가해자로 지목됐다. 그리고 "왜 구하지 못했느냐"는 근본적 물음은 뒤로한 채, 한국은 다시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우리는 이미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무수한 이야기를 기사로 접했다. 각자가 나름의 논리로 이 사태를 설명할 줄 안다. 그러나, 거기에 진짜 진실이 얼마나 있을까. 제대로 정리된 이 사건의 실체를 기억하는 이 얼마나 있을까.

<세월호, 그날의 기록>(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 지음, 진실의힘 펴냄)은 세월호 참사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정리한 책이다. 이 참사의 실체를 밝히고자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은 10개월 동안 재판 기록 15만 장, 3테라바이트(TB)에 달하는 자료를 조사해 이 책을 만들었다. 이 자료에는 세월호 인허가와 관련한 소송 기록,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 수사 기록, 국회 국정조사특위 기록 등도 포함되었다. 송·수신 기록은 녹취 그대로 고스란히 실려 있고, 당시 세월호의 인력 상황 등이 모두 자세한 표로 수집되었다.

이 조사를 통해 책은 그간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도 전했다. 세월호의 마지막 교신 기록이 대표적이다. 그간 정부와 언론은 세월호가 마지막으로 교신한 상대는 진도VTS라고 설명했다. 아니었다. 제주 운항관리실이 마지막이었다. 9시 40분 교신 기록이다.

09:40 SSB 제주 운항관리실-세월호 [음성]

제주 운항관리실: 세월호, 해운제주 감도 있습니까?
세월호: 네, 세월호입니다.
제주 운항관리실: 혹시 경비정, P정 경비정 도착했나요?
세월호: 네, 경비정 한 척 도착했습니다.
제주 운항관리실: 네, 현재 진행 상황 좀 말씀해주세요.
세월호: 네, 뭐라고요?
제주 운항관리실: (다른 담당자가 전화 바꿔 받음) 네, OO님 현재 진행 상황 좀 말씀해주세요.
세월호: 네, 경비정 한 척 도착해서 지금 구조 작업 하고 있습니다.
제주 운항관리실: 예, 지금 P정이 계류했습니까?
세월호: 네, 지금 경비정 옆에 와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승객이 450명이라서 지금 경비정 이거 한 척으로는 부족할 것 같고, 추가적으로 구조를 하러 와야 될 것 같습니다.
제주 운항관리실: 네, 잘 알았습니다. 지금 선체는 기울지 않고 있죠?
세월호: (대답 없음)
▲ <세월호, 그날의 기록>(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 지음, 진실의힘 펴냄.) ⓒ진실의힘
이 교신 기록은 검찰과 법원, 국회, 감사원에서도 공개되지 않았다. 선원들은 교신 도중 배에서 도주했다. 승객에게 퇴선 명령을 내리면 선원들은 나중에 탈출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아이들을 버리고 제 목숨을 살리려 최소한의 직업 윤리도 지키지 않았다. 왜 이런 사실조차 그간 드러나지 않았을까.

다시금 물어야 한다. 우리는 과연 이 사건을 얼마나 잘 알고 있나. 책에는 이 교신 기록 외에도 해경이 제출한 해경 지휘부와 구조 세력이 사용한 주파수공용무선통신시스템(TRS) 원본 음성과 해경이 작성한 녹취록의 비교 자료가 실려, 해경이 삭제하거나 의도적으로 표현을 바꿨음을 입증할 내용이 담겼다. 해경의 보고 시간 오류도 바로잡았다. 12차례에 걸쳐 아이들에게 "대기하라"고 지시한 후 도망친 자들의 선내 안내 방송이 순서대로 복원되었다.

이런 철저한 조사 후 책은 결론을 내린다. 아이들은 구할 수 있었다. 법과 규정이 정한 대로 배를 검사하고, 사고가 났을 때 이에 제대로 대처했다면 아이들은 수장되지 않았으리라고 책은 단언한다.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이 참사에서 우린 무엇을 배웠나. 아는 게 있어야 배울 게 있다. 정부가, 의회가 당연히 우리의 녹을 먹고 했어야 할 일을 이 책이 대신 했다. 그 사이, 저들이 한 일은 뼈아픈 상처를 덧낸 것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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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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