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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마다 강제 이사, 반사회적인 인권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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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마다 강제 이사, 반사회적인 인권 범죄"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가 바라는 주거 공약
대한민국에 주거권은 있는가? 세입자들이 우리 사회에 이 질문을 던진 지 오래되었다. 주거권이 보장되지 않아서 많은 사람이 고통의 수렁 속에 빠져 있다.

며칠 전 한 신문에 나온 이야기다. 한국 기자가 독일 세입자에게 한국에는 2년마다 이사 가야 하는 법이 있다고 했더니 "2년마다 이사 가는 건 반사회적인 범죄"라고 말하더란다. 나는 2년마다 이사 가는 규정을 두고 있는 주택 임대차 보호법은 '주거 악법'이라고 본다. 임차인 보호법이 아니라 임대인 보호법이라고 생각한다. 2년마다 이사는 현대판 강제 이주법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도 조경한다고 소나무를 파와서 심는 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나무가 성하게 자라는 걸 본 적 있는가? 주거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그 집만 뽑아서 강제로 옮기면 풍토가 다른 주거 생태계에서 적응하느라 힘든 시간을 보낼 것이다. 또 적응할 만하면 또 파서 옮긴다. 이게 바로 문명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야만이고 또 다른 유형의 강제 퇴거다. 즉시 멈추어야 한다.

2년마다 이사 가야하는 건 반사회적 범죄 행위

세계 대부분의 나라의 세입자는 원하는 기간 동안 같은 임차 주택에서 산다. 본인이 원하면 자가를 가진 사람들이 한 곳에 쭉 살듯이 세입자들도 한 곳에 쭉 산다. 주거권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머물 권리다. 원하는 곳에 원하는 만큼 머무는 것이다. 주택을 소유한 사람은 원하는 기간만큼 살고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은 주거권을 유린당하는 사회는 잘못된 사회다. 임대인이 2년 계약 기간이 다 되었을 때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하고, 임대인이 원하는 만큼 올려달라고 할 때 올려 줄 수 없으면 나가야 하는 건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주택 소유 여부에 따라 한쪽은 주거권을 누리고 한쪽은 못 누리는 건 민주공화국 정신을 훼손하고 평등권을 규정한 헌법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계약이 끝났다고 많은 돈을 올려 달라고 하는 임대인에게는 단지 돈을 확보하는 문제지만, 자기가 살던 정든 보금자리에서 나가야 하는 사람은 삶의 비애감을 느끼고 좌절감을 겪어야 한다. 세입자한테 물가 수준 정도로 적정하게 올려 달라고 하면서 정든 보금자리이자 삶의 안식처인 '집'에 계속 살 수 있게 해야 한다. 보금자리 문제를 수요 공급의 원리가 작동하는 약육강식의 시장에 맡겨 놓은 사회를 문명 사회라고 볼 수 없다.

한국의 세입자는 2300만 명에 이른다. 예비 세입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분가를 앞둔 청년, 얹혀사는 사람들, 홈리스, 고시원, 비닐하우스, 쪽방 거주자, 지하방 거주자, 결혼을 앞둔 청년 등을 합치면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주거 불안에 떠는 나라를 상식과 정의가 통하는 나라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사회가 사회 통합이 될 리가 없다.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4년마다 돌아오는 총선이지만, 이번 총선만큼 정책이 실종된 선거는 드물 것이다. 다른 때 선거가 주로 북풍이 부는 선거였다면 이번 선거는 막장 공천, 독재 공천으로 본 선거 들어가기 전에 빛이 바랬고 막장 공천이 정책 선거를 실종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나는 이번 총선 공약을 비교하면서 "2년마다 이사 가야 하거나 4년 되면 이사 가야 하는 건 주거권 유린 행위다" 이렇게 말하는 정당을 찾으려고 했지만 좀처럼 발견하지 못했다.

ⓒ연합뉴스

지난 총선, 대선 그리고 20대 총선 주거 공약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 때 공공 임대 주택 120만 호(2013-2018년 사이에 매년 20만 호씩 공급)를 확보해서 주거난을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담대해 보였던 공약은 헛공약이었음이 판명되었고, 공약을 지키기 위해 애쓴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반년 뒤에 박근혜 후보 대선 공약이 나왔는데 공공 임대 주택 55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 6개월 만에 반토막이 나는 공약을 하게 되었는지 해명 한 번 못 들었다.

새누리당 20대 총선 공약집을 보면 놀랍기만 하다. 공공 임대 주택 신규 공급 공약이 완전히 사라졌다. 공공 실버 주택 800호 매년 공급, 빈집 리모델링, 임대 주택 매년 600호 공급이 있긴 하지만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행복 주택에 대한 언급이 있긴 한데 이전 주장의 재탕이다. 2017년까지 14만 호를 공급할 계획인데 5만 호를 짓는 데 추가 예산이 드리라는 제3자적인 자세를 취한다. 현재 9만 호가 확정되었다고 하는데 사업 승인이 났다는 걸 이렇게 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업 승인 내고 이후 실제 준공하는 비율은 지금까지 30%대에 불과했다.

▲ 새누리당 주거 공약. ⓒ새누리당

위에서 보듯이 새누리당은 공공 주택, 기숙사 등 기존 주택에 대한 관리 방안을 주로 내놓고 있다. 새누리당의 주거 관련 공약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뉴스테이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기금 등의 투자 참여 유도와 리스크 완화를 명분으로 앞세우며 준공 후 기금 지분 인수, 임대 기간 중 지분 매각 허용을 공약하고 있는데, 이는 공공성을 허물고 건설 재벌에 퍼주기 작전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공공 임대 주택 공약을 뺀 것은 놀라운 일이다. 총선 승리는 예정된 것이고 단지 과반을 넘어 '국회 선진화법'을 무력화하거나 개헌을 시도할 수 있는 정도의 의석을 확보하느냐 마느냐 하는 상황으로 보고 정권에 부담이 되는 공약은 피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공 주택이 모자라 고통 받은 세입자의 처지를 외면하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공약은 그동안 시민사회와 세입자 단체들, 주거 단체들이 요구한 내용에 어느 정도 근접한 안이다. 가장 눈에 띄는 공약이 앞으로 10년 동안 해마다 15만 호씩 공급하겠다고 약속한 점이다. 계약 갱신 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도입도 이들 요구안과 같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세입자 상담 센터 설치는 매우 의미 있는 공약이라고 생각한다. 세입자들이 정보에 목말라 한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에서 주거권, 주거 관련 법률에 대해 공부하지 않다. 그래서 세입자 대부분이 법과 제도, 실상을 잘 모른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세입자 상담 센터가 있다면 정보의 비대칭성은 많이 극복이 될 것이고, 세입자도 그나마 있는 법률과 제도의 혜택을 받을 것이다. 보증금을 법을 몰라 떼이는 확률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는 공공 임대 주택 60만 호 공급, 계약 갱신 청구권 도입 등을 공약했다. 더민주당의 공약은 문재인 대선 후보의 공약을 잇는 모습이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공공 임대 주택을 연 10만 호 공급에서 15만 호로 바꿨다는 점이다. 공공 임대 주택 규모를 더 늘렸으면 그에 합당한 예산 대책과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와야 마땅한 일이다.

더불어민주당 지역 공약 중 주거 공약

제주도

- 실수요자형 임대 주택 공급으로 저소득층 주거 복지를 실현하겠습니다.
- 집 걱정 없는 제주, 도민의 주거 복지를 실현하겠습니다.

경북

- 농어촌 지역 독거노인 공공 임대 주택 단지를 조성하여 어르신들의 주거 불안, 의료 불안을 해소하겠습니다.

경기도

- 임대 주택 공급 목표(8.6%)를 두 배 이상 확대하여, 서민들의 주거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겠습니다.


위는 더불어민주당의 지역 공약 가운데 주거 공약만 모아 놓은 것이다. 지역 공약으로 구체적인 주거 공약을 내놓은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실천만 된다면.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은 계약 갱신 청구권 도입을 공약했다. 그러나 그 공약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하는 건 물음표다.


국민의당은 이렇다 할 주거 공약이 눈에 띄지 않는다. 주거 항목이 따로 구분되어 있지도 않을 정도다.

"이사할 때 불편을 해소하겠습니다. 전월세든 자가든 이사를 하는 과정에서 이사 시기의 불일치로 인하여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이사 시기 불일치하는 세입자 가구에 대해 대출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원내 교섭 단체 규모에 있는 정당이 이래도 되나 싶다. 세입자가 이사 가는 고통을 얼마나 큰데 이사를 안 가고 살 수 있는 고민은 없고, 이사 갈 때 겪는 고민을 해결하겠다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게 이해가 안 갔다. 그래서 공약집을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모두 네 곳에 주거 관련 표현이 있다. 아래 표에서 보다시피 이렇다 할 공약이 없다. 주거권에 대한 무관심이 너무 심한 수준이다.

국민의당 주거 관련 공약

- 기초 생활 보장 제도를 개선하여 노인 가구의 주거비, 광열비 등 지출 비중이 높은 항목 지원을 확대한다.
- 경로당을 홀몸 어르신을 위한 쉐어하우스로 만든다.
- 청년 희망 주택을 공급(국민 연금 재원)하여 35세 이하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공급한다.
- 공동 주택 관리법을 개정하여 일상생활 지원 센터를 만든다.


지난 대선 때 안철수 후보는 다음과 같은 공약을 내걸었다. △ 2018년까지 공공 임대 주택을 연간 12만 호씩 공급 △ 주택 임대차 보호법 개정을 통해 임차인에게 1회 자동 계약 갱신권 보장 △ 우선 변제 제도 대상 가구 확대 및 우선 변제금 증액 △ 주택 임차료 보조 제도(주택 바우처) 본격 시행. 또한 공공 주택 거주 비율을 "현행 4%에서 10%로 늘리겠다'고 했고 '정부가 앞으로 새로 조정하는 공공 택지는 가능한 건설 업체에 분양하지 않고, 분양 전환이 되지 않는 공공 임대 주택과 토지 임대부 주택 위주로 건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대선 때 나름 의미 있게 평가할 만한 공약을 한 안철수 후보였는데 안철수 의원이 대표로 있는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을 맞아 이렇다 할 주거 공약을 제시하고 있지 않고 있다.

공공 임대 주택 공약 없거나 미약한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세 정당의 공약을 비교한 것은 유권자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이다. 우리 모두가 인정하듯이 선거 때 정당이 무슨 공약을 하는지, 당선된 뒤 그 공약을 지키는지 관심이 없는 시민이 많다. 공약은 말 그대로 공적 약속이기 때문에 공약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새누리당이 공공 임대 주택 공급 공약을 내놓지 않고, 국민의당이 청년 희망 임대 주택 공약을 살짝 언급하는 수준에서 머문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폭등 지역에 한해서 전, 월세 상한제를 도입한다고 했는데, 미흡하기 그지없는 그 공약마저도 전혀 지키지 않았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아예 상한제를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 또한 전, 월세 폭등을 방조하고 조장한 새누리당이 전, 월세 폭등과 주거 불안을 막을 어떤 구체적인 제도적 대안을 내어놓지 않은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연합뉴스

지난 대선 때 안철수 후보가 공공 임대 주택 60만호 공약과 계약 갱신권 도입을 내 건 바 있는데, 국민의당에서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안철수 대표는 이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3년 만에 이처럼 변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좋은 공약을 내어 놓았는데 세밀한 예산 대책을 내놓지 않아 공약 실현에 의문을 자아낸다. 지난 4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이용섭 총선 공약단장이 국민 안심 채권 발행을 통한 국민 연금 투입과 주택 도시 기금을 통해 공공 임대 주택 152만 호를 확보할 재정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이 발표한 방안은 다음과 같다.

"임대 주택 재고량 11.5%(253만 호)=101만 호(현 재고량)+67만 호(주택 도시 기금을 통한 확충)+85만 호(국민 연금 기금 공공 투자를 통한 확충)."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연금을 매년 10조 원 투입해 장기 공공 임대 주택 85만 호와 5600개의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보하고, 주택 도시 기금으로 나머지 67만 호를 확보하겠다고 한다. 우선 제시한 100조 원이 공공 임대 주택과 보육 시설을 확보할 재정 액수가 되는지 구체적인 분석 내용을 제시해야 하고, 얼마의 주택 도시 기금을 확보해야 67만 호를 확보할 수 있는지도 말해야 한다. 주택 도시 기금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지도 제시해야 한다. 각 연도별로 구분해 구체적인 재정 로드맵 제시를 요구한다.

4년 임기의 총선 기간에 무엇을 할 것인지 말해야 한다.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는 정당이 다음, 다음 국회 때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대답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보여주기식 방안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오는 4년 동안 60만 호의 공공 임대 주택을 확보할 재정 대책을 촘촘하게 내고 국민들의 동의를 받는 게 우선이다.

세입자가 맘 편히 사는 세상 만들자

내가 바라는 주거 공약은 이렇다. 앞에서 강조했듯이 임대차 보호법에 2년마다 이사 가게 되어 있는 건(제6조) 강제 이주를 합법화해 놓은 것이다. 독일 등 다른 유럽 여러 나라처럼 세입자도 원하면 한 곳에서 계속 머물 수 있는 계속 거주권을 보장해야 한다. 적어도 20년 거주권은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

지금 전세, 월세는 너무나 올라 있는 점을 생각할 때 집세(보증금 또는 월세)는 인하해야 정상이다. 인하는 법제화하기 쉽지 않지만 전, 월세를 동결하는 입법은 가능하다. 4~8년 동결 입법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약하다고 본다. 전년도 물가 이상 못 올리게 하는 물가 기준 전, 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면 사실상 동결 입법이라고 볼 수 있다. 전세가 지금보다 더 오르면 '깡통 전세'가 될 가능성을 대폭 높이는 문제도 있다. 월세가 더 오르면 서민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된다.

공공 임대 주택 200만 호를 추가 확보해서 프랑스 수준의 주거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기 공공 임대 주택을 매년 25만 호씩 추가 확보해서 4년 임기 동안 100만 호를 확보하고, 다음 21대 국회 임기 동안 같은 물량을 확보하면 200만 호가 추가 확보된다. 이에 대한 재정 대책으로는 사회 복지세 도입, 연기금 투입, 재정 효율화 등이 가능하다.

제발 이사 안 가고 한 곳에 살게 하라. 2년 시한부 주거 인생 이제 끝내자. 세입자도 발 뻗고 맘 편히 살아보자. 집을 부동산으로 보는 시대를 끝내고 집을 삶의 안식처로 보는 시각 전환이 절실하다.

(최창우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 운영위원장은 집 걱정 없는 세상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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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시민들이 복지국가 만들기에 직접 나서는, '아래로부터의 복지 주체 형성'을 목표로 2012년에 발족한 시민단체입니다. 건강보험 하나로, 사회복지세 도입, 기초연금 강화, 부양의무제 폐지, 지역 복지공동체 형성, 복지국가 촛불 등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칼럼은 열린 시각에서 다양하고 생산적인 복지 논의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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