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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5, 지진이 또 日 핵발전소 덮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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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후쿠시마+5, 지진이 또 日 핵발전소 덮치면? [초록發光] 불안한 센다이 핵발전소 가동 즉각 정지해야
지난 3월 22일부터 일주일 간 일본 후쿠시마 현과 도쿄에서 연달아 열린 '반핵 아시아 포럼'과 '반핵 세계 사회 포럼'에 다녀왔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5주년에 체르노빌 사고 30주년까지 겹친 해라 일본이 개최지가 된 것은 자연스러웠다. 많은 것을 보고 들었지만, 3월 26일 도쿄의 요요기공원에서 3만5000명의 일본 시민과 사회단체, 반핵 운동가들이 함께한 탈핵의 날(No Nukes Day) 집회는 핵 발전에 대한 일본의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것은 예전에 비해 젊은 사람의 참여도 많았고 시민의 호응도 높았다는 점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확실히 일본의 사회운동은 반핵과 탈핵을 매개로 젊어지고 있고, 총리관저 앞에서의 대규모 직접 투쟁과 후쿠시마 현장에서의 풀뿌리 활동 경험을 통해 역량을 단단히 다지고 있음이 느껴졌다.

아쉬운 점이라면 반핵 운동의 열기가 조금은 꺾인 듯하다는 것인데, 이는 정치적 요구의 목표가 약간 애매해진 것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었다. 집회에서 가장 많이 외쳐진 구호는 "핵발전소(原発) 재가동 반대"였는데, 일본에서는 2년간의 핵발전소 제로 상태 이후 지난해 8월에 이미 규슈의 센다이 1, 2호기가 재가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김이 좀 빠졌을 수 있겠다 싶었다. 물론 재가동을 예고한 다른 핵발전소를 보더라도 재가동 반대는 여전히 유효하고 필요한 구호다.

현재 일본에서 유일하게 가동 중인 이 센다이 1, 2호기가 지난 3월 14일과 16일 일어난 구마모토 현의 강진과 함께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진의 진원과 멀지 않은 데다가 아소산 외에도 수 개의 활화산을 근처에 두고 있기 때문에 지진이 핵발전소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이는 것은 당연하다.

총리실을 향해 센다이 1, 2호기의 가동 정지를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이 이미 10만 명을 넘어서고 있고 일본 내 언론 매체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시이 가즈오 일본공산당 위원장도 철도망이 작동하지 못할 때 피난이 어려움을 주장하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센다이 핵발전소의 운영사인 규슈전력과 일본 당국은 구마모토 지진이 핵발전소 가동에 미치는 영향은 없었다며, 가동을 중단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 돌아보면 센다이 핵발전소의 재가동 승인 과정에는 진작에 논란이 있었다.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진 새로운 원자력 규제 기준에 최초로 합격한 센다이 핵발전소라지만, 화산의 대규모 분화 가능성에 대한 규제위원회 심사 의견은 모호한 것이었고 피난 계획도 완전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었기 때문이다. 센다이 핵발전소가 소재한 가고시마 현민의 절반 이상이 재가동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도 공개되었다.

게다가 지진은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 단지 여진들만 이어질지 아니면 추가로 강진이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 남부를 가로지르는 단층대를 따라 지진이 동쪽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는 이카타 핵발전소가 영향을 받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센다이 핵발전소 자체도 이 단층대와 먼 것이 아니다.

일본의 지진 전문가들도 지진 활동이 남쪽으로 이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만약 가고시마 현으로 지진이나 화산 활동이 이어져서 센다이 핵발전소 가까이까지 이른다면, 핵연료가 분열하는 상태에서 격한 지각 활동을 겪는 것과 제어봉을 삽입하여 정지한 상태에서 겪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규슈전력과 아베 정부가 모처럼 어렵사리 재가동을 시작한, 그리고 다른 핵발전소들까지 재가동하기 위한 시발점에 해당하는 센다이 핵발전소를 지진의 위험을 이유로 가동 중단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들로서는 여기서 가동 중단 여론에 밀린다면 일본 전역의 남은 50여 기의 핵발전소마저 재가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 지진이나 화산 활동이 닥친다 하더라도 높은 수준의 방재 설계와 감시 체계를 감안한다면 멜트다운에 이르는 사고는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이나 주장은 거짓이 아닐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지켜보면서 갖가지 장치를 점검하며 준비하는 가운데 멜트다운 수준의 사고가 일어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정말 긴급한 상황이 닥치면 그 때 제어봉을 삽입하거나 피난 명령을 내려도 될 것이다. 그렇다고 희생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극단적인 방사성 물질 누출이나 폭발 상황은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그것으로 족한 것일까? 그리고 우리도 그런 기준이나 판단에 동의해줘야 하는 것일까?

지진으로 교통망이 차단될 때 피난 방도가 없다는 이유에서 센다이 핵발전소의 가동 중단을 요구하는 일본공산당 위원장의 주장은 중요하다. 멜트다운이 아니더라도 핵발전소 사고 시 자동차들이 몰려나오면 도로도 삽시간에 무용지물이 된다. 미국 뉴욕 시 인근 롱아일랜드에 1972년부터 건설되던 쇼어햄 핵발전소의 경우 1979년 스리마일 핵발전소 사고로 핵발전소 반대 운동이 확산되고 안전 기준이 강화되자 결국 1986년에 완공되고도 가동되지 못했는데, 이 역시 유효한 피난 계획 작성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뉴욕 동쪽으로 길게 뻗은 모양의 롱아일랜드의 주민들이 브루클린을 지나 허드슨 강을 넘어 피난하는 방법은 도저히 만들어낼 수가 없었다. 한국도 예를 들어 355만 명의 부산 시민이 긴급히 대피할 방법이 없음은 마찬가지지만, 피난 계획이 필요 없어서가 아니라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런 수준의 피난 계획을 세우지 못할 따름이다.

러시아의 온라인 매체 [RT News]는 구마모토의 첫 지진 다음날 게재한 기사에서 지진 단층대 가까이 있어서 가장 위험한 세계 여덟 개의 핵발전소를 들고 있다.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쾨버그 핵발전소, 캘리포니아의 디아블로캐년 핵발전소, 뉴욕의 인디언포인트 핵발전소, 인도의 자이타푸르 핵발전소(계획), 워싱턴 주의 컬럼비아 핵발전소, 아칸소 주의 아칸소 핵발전소, 일본의 센다이 핵발전소, 터키의 악쿠유 핵발소가 그것들이다. 한국의 핵발전소들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 다행이지만 경상남도 양산과 경상북도 영덕까지 뻗어있는 양산 활성 단층 이야기도 뉴스에 오르내린다.

안전하다는 기준, 안전하기 위한 방도를 다시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센다이 핵발전소의 가동 정지를 요구해야 마땅하며, 그렇다면 다른 일본과 한국의 핵발전소도 연관하여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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