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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단독 집권 가능"...그런데 뭐 할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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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단독 집권 가능"...그런데 뭐 할 건데? [기자의 눈] 비전도 없이 '집권 가능성'부터 따지는 국민의당
두 야당이 벌써부터 삐걱댄다. 국민의당은 근거 없는 자신감에 도취해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불완전한 승리(바꿔 말하면 불완전한 패배)의 원인을 두고 적전 분열 상태에 돌입했다.

특히 국민의당의 기세가 거침없다. 호남에서 3선 고지에 오른 유성엽 의원(전북 정읍.고창)은 3일 "국민의당, 단독 집권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호남에서 23석, 수도권에서 2석을 건진 당으로서는 대단한 포부다. 제목에서부터 야심이 느껴진다.

이번 선거 결과를 만든 요인은 거칠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하나는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심판, 또 하나는 '될 인물을 밀어주자'는 유권자의 전략적 투표 결과다. 전자에 대해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므로 후자에 집중해보자.

국민의당이 정당 투표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제친 것은 팩트이고 결과다. 문제는 이 결과에 국민의당의 경쟁력을 그대로 대입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전략적 투표는 셀 수 없는 변수의 연속이 만들어 낸 마술이다. 예컨대 교차 투표를 활용, 국민의당에 표를 던진 유권자의 머릿속에는 야당의 분열 상황과 새누리당의 지리멸렬함에 대한 고려가 들어 있다. 국민의당을 지지한 635만 명(새누리당은 796만 명, 더민주는 607만 명)의 유권자 한명 한명은 복잡한 전략적 사고 끝에 페이퍼 스톤을 던졌다.

물론 그중에는 국민의당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그들을 선택한 유권자가 있을 것이다. 그런 유권자가 어느 정도 규모일지 정직하고 냉철하게 분석하는 것은 향후 국민의당의 과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토론회의 발제자인 최광웅 데이터정치연구소장의 분석은 의아한 부분이 많다. 특히 국민의당의 고정표를 600만~750만 표로 못 박은 점이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의 고정표로 분석한 450~600만 표보다 많고, 새누리당 보수 고정표인 800만~1000만 표보다는 적다.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 추정컨대, 4.13 총선 정당투표 용지에 국민의당을 찍은 모든 유권자를 '고정 지지자'로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결과가 창조적이다. 최 소장은 이를 근거로 대선에서 "양자구도(새누리당과 국민의당)면 무난하게 승리하고 3자 구도면 부동표의 향배가 승패를 결정"한다고 분석했다.

대선 승리 가능성도 총선 정당 득표율을 근거로 했다. 국민의당의 후보가 "달(대구 16% 득표, 2위)·빛(광주 46.5% 득표, 1위) 동맹을 강고하게 하면 유권자 수 절반인 수도권(총선에서는 27.4% 득표로 2위)에서의 1위 탈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총선에서 보여준 대구와 광주의 국민의당 지지세가 대선에서는 더 강해질 것으로 전제했다. 대구와 광주의 지지세가 수도권 지지율을 견인하게 되면 국민의당 후보도 대권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2017년 대선에 나서면 "무난하게 승리"한다는 것이다.

비약도 이런 비약이 없다. 총선 지지율이 대선까지 간다는 것은 누가 보장하고, 대구와 광주의 지지율이 더 강해진다는 것은 무엇을 근거로 하나?

그야말로 장밋빛 분석이다. 20대 총선 정당투표 지지율을 국민의당 고정 지지율로 상정하고, 이들이 대선까지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라는 가정부터가 쉽게 와 닿지 않는다. 20대 총선 여론조사가 모조리 실패한 이유는 유권자의 심리가 수치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인데, 국민의당은 총선 전 여론조사 기관들이 저지른 오류를 똑같이 범하고 있다. 유권자는 산수를 수학으로 풀어냈는데, 정치인들은 여전히 산수 문제를 풀고 있다. 과거의 성공 요인으로 대선 승리를 점치겠다는 것은, 재미없는 장난이다.

국민의당이 총선에서 얻은 정당 지지율에 목을 매는 이유는 간단하다. 38석의 의석을 가지고 이번 선거를 '승리'로 규정하고자 하는 욕망 때문이다. 신생 정당이라, 승패 여부를 가릴 만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 같다. 정확히 말하면 국민의당은 승리한 게 아니라 성공한 것이다. 그것도 일단 성공한 듯 보이는 것뿐이다.

이런 질문은 왜 던지지 않을까? 국민의당이 참패한 수도권에서 왜 유권자는 지역구 후보에게 표를 던지지 않고, 정당에 표를 던졌나? 왜 영남 지역에서는 단 한 석의 의석도 확보하지 못했나? 선거 룰의 탓도 있겠지만, 유권자는 주어진 룰에서 움직인다. 룰이 바뀌면 유권자의 선택도 바뀐다. 그런 논리라면 중대선거구제를 가정했을 때 호남에서 더민주 의석은 국민의당과 비슷했을 것이다.

'수도권에서 졌지만 지지 않았다'는 자위도 이제 지겹다. 간단한 논리로 반박당할 주장을 왜 그들은 끊임없이 하고 있을까.

단독 집권 가능해? 집권해서 뭐 할 건데?

토론자로 나선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이 제시한 국민의당 수도권 낙선자의 패인 분석을 들어보자.

"이번 선거를 단순화하면 수도권은 박근혜 싫어서 민주당 몰아주고 호남은 문재인 싫어서 국민의당 몰아준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음. 나아가 국민들이 양당 체제의 폐해에 공감하고 제3당 체제의 가능성과 기회를 열어준 과도적 현상을 보임. (…)국민의당 27% 지지는 (…) 언제든지 3%로 떨어질 수 있는 실체 미약의 상태임. 따라서 국민의당이 (…) 수권정당으로 인정받으려면 개혁신당으로서의 정체성과 진정성, 실천력을 보여주어야 함.(중략)" (임승철, 국민의당 시흥갑 후보)

수도권에서 낙선한 국민의당 인사의 평은 냉혹하다. 이런 목소리가 가려지는 것은, 그리고 국민의당이 호남당 소리를 듣는 이유는, 정당 지지율(정확하게는 20대 총선 정당 득표율) 등에 고무된 호남 지역구 의원들이 승리의 도취감에 지나치게 몰입해 있어서가 아닐까?

더민주가 호남 패배 요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듯, 국민의당은 수도권 패배 요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할 때다. 더민주를 찍지 못하는 여당 성향 유권자의 표를 유인해 냈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동시에 이들을 고정 지지층으로 본다는 논리 자체가 모순이다.

이날 토론회의 취지에 찬물을 끼얹은 토론자 김대호 소장의 반박은 이런 답답함 속에서 나온 것 같다.

"단독이든 연립이든 '국민의당 집권은 가능한가?'는 잘못 잡은 화두이다. (…) '돈을 쫓으면 돈이 달아난다'는 통찰은 현실을 모르는 순진한 장사꾼의 얘기가 아니듯이, '정권과 공직을 좇으면 오히려 달아난다'는 통찰도 현실을 모르는 순진한 서생의 얘기가 아니다. (…) 그래서 질문을 이렇게 바꿔야 한다. 국민의당이 정권을 잡든 말든 간절히 구현하고 싶은 가치와 정책이 무엇인가? 분명한 것은 독자적 아젠다(가치 비전) 없이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를 표방하며 때론 보수의 손을, 때론 진보의 손을 들어주는 식으로 가다가는 정주영, 김종필, 이회창 당의 전철을 밟기에 십상이라는 것이다."

아직 국민은 국민의당이 말하는 새 정치가, 국민을 위한 정치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 그런데 '단독 집권'을 운운한다. 오만이다.

캐스팅보트는 캐스팅보트일 뿐이다. 여전히 국정 운영 주도권은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에 있다. 캐스팅보트를 쥔 것을 두고 '주도권을 쥐었다'는 언론의 비유적 표현을 설마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인가? 국민의당은 중간에 끼어 있는 소수 정당이다. 이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당이 추구하는 가치부터 제대로 정립하라. 정신 차리지 못하면 한 방에 훅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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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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