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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박근혜 중간평가 완패…백지에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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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박근혜 중간평가 완패…백지에서 시작" 친박계 지지 쏠려…유승민 등 복당 문제엔 "의견 수렴하겠다"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에 4선의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이 3일 선출됐다. 공천 파동 이후 선거에 참패한 새누리당을 수습하고 쇄신할 새 지도부로 새누리당 당선인 69명은 범 친박계인 정 의원을 선택했다.

'비박·중립'을 내세웠던 나경원 의원의 후보 조는 43표를, 친박계 유기준 의원의 후보 조는 7표를 얻는 데 그쳤다. 당선인 122명 중 과반인 70여 명의 친박계 당선인 표와 충청권 표가 대거 정 의원 쪽에 쏠린 결과로 풀이된다.

정 신임 원내대표는 선출 직후 "협치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열겠다"고 당선 인사를 했다. 후보 토론회와 기자들과 한 질의·응답에서는 줄곧 '결속과 화합'을 강조했다.

친박-비박으로 나뉘어 볼썽 사나운 싸움을 벌여 온 분위기를 청산하고 기존의 일방적이고 수직적이던 당·정·청 관계는 보다 수평적이고 협력하는 관계로 재조정하겠다는 의지도 거듭 밝혔다. 그는 "당의 자생력을 키우겠다"고 했다.

지난 총선 결과는 '청와대 중간 평가' 성격이라는 생각도 밝혔다. 정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이루어진 후보자 합동 토론회에서 "이번 총선은 박근혜 정부 임기 중반 이후 치러졌다는 점에서 중간 평가"라면서 그 선거에서 "참패했고 완패했다"면서 "완전히 백지상태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정권 재창출 목표는 세우기도 어렵다"고 했다.

이처럼 정 당선인의 일성은 '계파 정치 청산'으로 수렴하고 있지만, 정작 그를 원내대표에 뽑아준 세력은 친박계라는 점에서 운신의 폭이 크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비박계 나경원 의원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 이런 점을 꾸준히 부각하려 했으며, 이날 후보자 토론회에서도 정 의원이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기용된 것은 박근혜-이명박 데탕트(화해) 격이란 언론 보도가 있었다"고 했다.

이렇게 나 의원이 '실은 친박 후보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계속하자 정 신임 원내대표는 "어떠한 계파 모임에도 그간 참석한 적이 없다. 저는 계파주의를 생리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하는 모습이 반복됐다.

나 의원은 이런 정 의원을 겨냥해 "뚝심과 배짱을 강조하셨는데, 그런 뚝심 배짱으로 독립적으로 선거를 하셨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고 뼈 있는 한마디를 던지기도 했다. 친박계 사령탑인 최경환 의원이 친박계 중진 유기준 후보의 출마를 만류했고, 당내 친박 중진 의원들은 '소리 없이' 정 의원 지지 쪽으로 분위기를 몰아왔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 새누리당 신임 원내지도부에 정진석 의원과 김광림 의원이 3일 선출됐다. 왼쪽이 정 신임 원내대표, 오른쪽이 김 정책위의장이다. ⓒ연합뉴스
비대위·복당 문제엔 침묵…김광림 "노동법은 노사정위에서"

정 신임 원내대표는 이제 극단의 계파 갈등으로 치달았던 당을 수습하고 3당 여소야대 체제라는 완전히 새로운 환경 속에서 원내 입법 협상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자리에 서게 됐다. 당장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 등을 둘러싼 원 구성 협상이 눈앞에 있으며, 박근혜 정부의 국정 과제인 노동 개편과 구조조정 현안 등을 최전선에서 다뤄야 한다.

이와 관련, 정 신임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대원칙이 필요하지만 그 원칙을 (대야 협상에서) 관철시킨다고 장담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면서 "여당이 늘 가져왔던 국방위원회나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직을 꼭 이번에도 해야 한다는 데서 벗어나 유연하게 협상에 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노동 4법과 같은 청와대 주도의 구조 개혁 정책들을 다루는 방식에도 약간의 변화 가능성이 생겼다.

정 의원의 러닝메이트로 함께 선출된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노동 4법에서 근로기준법, 산재법, 고용보험법은 되고 파견법은 안 된다고 (야당과 노동계가 주장) 하는데, 이는 패키지로 가야 한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면서도 "노동 개혁은 어차피 노사정위원회를 복원해서 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노사정위는 현재 정부-여당의 노동 4법 일방 추진에 반발한 한국노총의 탈퇴로 정상적인 가동이 되고 있지 않다.

네 개 법안이 패키지라는 정부의 기존 입장에는 동의하면서도, 국회에서 당장 대야 협상을 통해 입법화를 하기는 어렵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신임 정책위의장은 "국민이 여소야대 삼당 체제라는 새로운 구도를 만들어줬다"면서 "지금까지 (정부-여당이) 주장했던 내용을 다시 점검하고 타율이 높은 실사구시 쪽으로 해결해가겠다"고도 했다.

구조조정 자본 확충 방안에 대해서는 국회를 거치지 않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김 신임 정책위의장은 주장했다. 그는 한국은행의 산업은행 직접 출자를 통한 방법은 현행법을 개정해야 해 구조조정의 "타이밍을 놓친다"면서 "또 국회에 와서 동의를 구하는 방법은 시간이 걸리니 국회에 오지 않고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는 구조조정에 쓰일 재원은 추경을 통하건 한국은행이 마련하건 국민이 부담하는 재원이므로, 국회가 투명하게 관리·감시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과는 정 반대의 주장이다.

무소속 유승민 의원이나 윤상현 의원의 복당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정 원내대표는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연찬회를 조속히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시기, 방식, 그 성격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힌 것은 없다. '외부 인사를 영입해 쇄신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했던 나 의원과는 달리, 정 신임 원내대표는 "당선인들의 중지를 모으겠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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