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몬산토반대시민행진을 처음 기획한 사람은 주부이자 두 딸의 엄마인 타미 먼로 커낼 씨다. 그가 살던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2012년 11월 GMO를 포함한 식품에 GMO 여부를 표기하도록 하는 '제안 37'이 주민투표에 붙여졌으나 부결됐다. 그 과정에서 몬산토가 제안 37이 통과되는 걸 막기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썼고, 그 일이 커낼 씨의 "눈을 뜨게 했다." 커낼 씨는 두 딸을 위해서라도 몬산토에 반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2013년 소셜미디어를 통한 캠페인으로 전 세계의 공감을 얻었다. 그 결과 2013년 5월 25일 전 세계 330여 개 도시에서 몬산토반대시민행진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2014년에는 40개국 400여 개 도시에서 시민행진이 열렸다.
페이스북에 'GMO 없는 한국'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고종혁 씨는 2013년 한국에서 처음 시민행진이 시작될 때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해 왔다. 고종혁 씨가 몬산토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소주' 때문이다. 특정 소주만 마시면 소위 '필름이 끊겼는데', 알고 보니 그 소주에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스파탐은 유전적으로 조작한 박테리아로 제조하는데, 1990년대까지 몬산토에서 특허를 갖고 있었다. 흔히 다이어트 콜라 등 '0' 칼로리 음료에 들어 있으며, 한국에서는 막걸리와 소주 등에 아스파탐을 넣는다.
이를 계기로 몬산토에 관심을 갖게 됐지만, 2011년 당시만 해도 국내에 관련 정보가 없어 외국 뉴스 등을 보고 정보를 나르는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몬산토에 따른 세계(The World According to Monsanto)>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에서 몬산토반대시민행진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종혁 씨의 말에 따르면 "처음에는 한국에 들어와 있던 원어민 영어강사 중심으로 약 50명 정도가 모였다"고 한다. 규모는 작았지만 GMO나 몬산토에 관심이 있던 사람들이 전남 광양이나 부산에서도 올 정도였다. 같은 해 5월과 10월에 두 번 시민행진을 했고, 2014년부터는 1년에 한 번 5월에 진행한다.
2013년에는 홍보용 전단을 500장 찍었는데 다 못 돌렸다. 2014년에는 2000장을 찍었는데 역시나 많이 남았다. "사람들이 GMO가 뭔지도 모르고 전단을 받지도 않더라"는 게 종혁 씨의 말이다. 그런데 지난해 2000장 찍은 건 몽땅 다 나갔을뿐더러 모자라기까지 했다. GMO에 대한 관심이 커진 걸 느낀다. 또 2014년까지는 외국인이 주류를 이루었다면 지난해부터 한국인들이 많이 참가하고 있다. 올해는 GM벼 재배 이슈 때문에 농민 단체들도 관심을 갖고 있어 시민행진 규모가 좀 더 커질 것 같다.
기술 악용하는 악덕 기업 퇴출돼야
몬산토반대시민행진은 과격한 시위라기보다는 몬산토가 뭔지, GMO가 뭔지 이름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에 대해 알리는 창구이다. "시민운동은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GMO 없는 한국'을 운영하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꾸준히 고민하고 바꿔 나가려 하는 게 중요해요."
고종혁 씨가 활동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 "'카더라'가 아닌 사실이 중요해요. GMO 찬성 논리에 잘 대응하고 내 주장이 묻히지 않으려면 정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정보를 이중 삼중으로 확인한다. "GMO에 관심은 있지만 정보를 너무 몰라요. 단순히 '나쁘다'고 생각하고 두려워하죠. 그러면 GMO 찬성론자에게 빌미를 잡힐 수 있어요." '유전자조작이나 육종이나 돈 벌려고 하는 건 똑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또 잡종 1세대인 F1 씨앗과 GMO 씨앗을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듬해 씨를 받아 심어도 같은 게 나오지 않는 F1 씨앗과 달리 GMO 씨앗은 재생산할 수 있다. "GMO 씨앗은 받아서 기를 수 있어요. 단, 그렇게 하면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몬산토로부터 제소를 당할 수 있죠."
고종혁 씨는 유전자조작 기술 자체보다 기술을 악용해 건강에 해를 끼치고 그 사실을 은폐하는 게 문제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몬산토라는 악덕 기업을 퇴출시키는 게 주목적이다. 그런데 "최근 몬산토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던 몬산토의 기세가 조금은 꺾인 듯도 싶다.
종혁 씨는 "시민행진으로 단기간에 큰일을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거나 잘못 알고 있는 먹을거리에 대한 사실을 알리는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 "저는 각자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행진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많이 모여서 세를 과시하기보다는 자기가 아는 바를 실천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종혁 씨는 친구들에게 먹을거리 문제에 대해 종종 이야기한다. "그중에 한두 명이라도 알아들으면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자기 먹을거리를 스스로 바꾸는 게 중요하잖아요?" 종혁 씨가 페이스북에 올리는 먹을거리 관련 글에 '좋아요' 한번 안 누르던 친구가 채식을 시작했다고 하는 등 변화는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일어나고 있다.
종혁 씨는 GMO는 문제의 일부분일 뿐, GMO만 없앤다고 해서 먹을거리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텃밭을 가꾸고, 가까운 먹을거리를 먹고. 결국 소비를 제대로 해야 생산도 제대로 되겠죠. 내가 소비를 바꾸면 이 세상도 바꿀 수 있다는 걸 알면 좋겠어요." 이를 위해 생협에서 몬산토에 반대하는 이유와 함께 먹을거리 철학도 더 잘 알리면 좋겠다.
앞으로의 바람은 "외국의 관련 단체들과 좀 더 긴밀하게 연대해서 시민행진의 영향력을 넓혀 가는 것"이다. 또 토박이씨앗 지키기 등 다른 운동과도 잘 연결하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GMO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다. "그때그때 직접 몸으로 활동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요. 내 관심사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시나리오만 잘 쓴다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일을 전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중요한 건 일상을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 어떤 먹을거리와 환경이 필요한지 알고, 아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참고
- March Against Monsanto 홈페이지(www.march-against-monsanto.com)
- 2016 몬산토반대시민행진 홈페이지(nongmokorea.wix.com/mam-korea-2016)
- GMO 없는 한국 페이스북(//www.facebook.com/groups/gmofreekorea/)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우리나라 대표 생협 한살림과 함께 '생명 존중, 인간 중심'의 정신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살림은 1986년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열면서 싹을 틔워, 1988년 협동조합을 설립하였습니다. 1989년 '한살림모임'을 결성하고 <한살림선언>을 발표하면서 생명의 세계관을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살림은 계간지 <모심과 살림>과 월간지 <살림이야기>를 통해 생명과 인간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바로 가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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