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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혁신위원회 구성이 친박계의 조직적인 전국상임위원회 불참으로 무산된 가운데, 친박계가 사태의 책임을 정진석 원내대표와 비박계에 돌리고 나섰다.

친박계 의원들은 18일 오전 각 방송사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집단적으로 출연해 친박계가 소외 또는 배제된 비대위와 혁신위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사실상 정 원내대표에게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비박계가 전면 배치된 비대위와 혁신위의 인선안을 수정하지 않으면 정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친박계의 목소리도 거세다.

정 원내대표를 겨냥한 친박계의 이 같은 공격에는 당내 주류를 위시한 친박계가 원한다면 당권 주자를 만들 수도, 또 끌어내릴 수도 있다는 자신감이 서려 있다.

일례로 친박 김태흠 의원은 이날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한 인터뷰에서 "자기(정 원내대표)가 독배를 마실 각오가 있다 이런 얘기를 했다"면서 "자기가 말한 대로 행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정 원내대표가 "사과를 하고 백지에서 시작하든가 아니면 본인께서 정말로 이런 상황 속에서는 너무 어려워서 못하겠다면 사퇴를 하든가 그 두 가지 결정을 저는 (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친박계의 정진석 표 비대위·혁신위 반발의 이유는 그 면면이 다름아닌 '당내' 비박계라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도 하다.

친박계가 적은 비율로 인선 및 내정되어 있는 점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청와대와 자신들을 꾸준히 공격해 왔던 당내 비박 대표 주자들이 당의 지도부와 혁신의 키를 쥐는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이를 보여준 것은 친박 홍문종 의원의 인터뷰였다.

홍 의원은 한국방송(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저는 처음부터 끊임없이 외부에서 데려오는 게 맞다고 주장한 사람 중에 하나"라면서 "인명진 목사, 또 김황식 총리나 하여간 중립적인 인사들이 와서 계파에 관계없는 분들이 혁신위를 맡고 비대위를 맡고 이러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친박계 또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비대위와 혁신위를 맡아 운영해보겠다고 나설 외부 인사는 사실상 아예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앞서 진행된 당내 논의에서 비대위는 '정기국회 전'으로 못 박은 전당대회까지만 당의 임시 지도부로서 기능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사실상 전대 룰(규칙)을 만들고 새 당 지도부 선출 절차를 관리하는 일만 하는 '관리형 비대위'다.

또 혁신위에는 주어진 시간이 사실상 2~3달뿐인 데다 혁신위가 내놓을 당헌당규 개정안이나 각종 혁신안을 전대에서 새로 선출된 지도부가 받아들일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이렇게 권한도 기한도 애매모호한 비대위와 혁신위 구성안이 마련되다 보니, 정 원내대표 또한 외부 인사 기용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다 보니 친박계의 이런 '외부 수혈론'은 당내 비박계가 당의 전면에 나서는 것을 막기 위해 급조된 논리로 보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의원은 심지어 MBC 라디오에서 비대위원으로 인선됐던 이혜훈 당선자를 겨냥해 "이 분은 모든 것을 침소봉대해서 자기 입장에서 얘기하시는 분"이라며 "완전히 트러블메이커"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한편, 정 원내대표는 친박계의 집단 공격에도 이날 오전 5.18 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광주를 찾았다. 정 원내대표는 당내 상황이 혼란한데도 외부 일정을 변경 없이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나는 새누리당의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