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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신공항 논란, '반기문 등판'에도 강력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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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신공항 논란, '반기문 등판'에도 강력 변수 TK와 PK 균열 가속화 촉매제…6월말 용역 발표 예정
동남권 신공항 논란이 5년만에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TK(대구 경북)와 PK(부산 경남) 지역간 갈등이 잠재해 있는 이슈인데, 두 지역 모두 새누리당의 지지 기반이 강고한 곳이라 여권 분열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주목하고 있다.

6월 말에는 동남권 신공항 입지 결정을 위한 용역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다. 이 용역 결과에 따라 동남권 신공항이 부산 가덕도로 가느냐, 경남 밀양으로 가느냐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다. 부산 지역 정가는 여야 구분 없이 가덕도 유치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대구, 경북, 경남, 울산 지역은 밀양 지역 유치를 원하고 있다. 지난 2011년에는 PK와 TK간 극심한 갈등 끝에 이명박 정부가 백지화를 선언한 적이 있다.

정부의 백지화 이유는 동남권 신공항 자체가 경제성이 없다는 논리에 근거했다. 실제 환경 단체나, 일부 여야 의원들은 효용성이 없는 대규모 토목 사업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일본이 나리타 공항 대안으로 간사이 공항을 만들었다가 사실상 실패한 사례가 제시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성 여부는 논란의 뒷전이다. 부산이냐, 대구경북이냐 논란만 남은 상황이다. 경남의 경우 홍준표 도지사는 밀양 유치에 찬성하고 있으나, 지역별로 해당 이슈에 대한 온도차는 제각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성 유무 여부와 별개로 동남권 신공항 이슈가 부상하는 현상 자체는 무시할 수 없다. 정치권의 복잡한 셈법이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5월27일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 지역 후보들과 함께 밀양 공항 유치를 요구했다.ⓒ연합뉴스

새누리 부산 의원들 "야당과 공조할 수도 있다" 압박

동남권 신공항 가덕도 유치는 부산 지역에서 여야 모두 공약으로 내건 사안이다. 부산 지역 새누리당 의원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1일 새누리당 김세연, 김도읍, 조경태 의원 등은 김해공항가덕이전시민추진단(추진단)과 함께 정진석 원내대표를 면담했다.

김세연 의원은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용역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공정성, 객관성이 일부 무너지고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며 "투명성, 객관성의 준수를 촉구하기 위해 면담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중앙당 차원에서는 각 시도당별로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경청만 하고 입장을 정한 것 같지는 않다"고 당 지도부의 당혹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필요에 따라 부산 지역 야당 의원들과도 공조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정 원내대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지역 새누리당 의원들이 공개 행보에 나선 이유는 야당 의원들의 신공항 유치 활동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다. 이와 함께 당내 TK 출신 의원들의 일부 발언에 대한 당혹감도 묻어난다. 4.13총선을 앞두고 대구에 지역구를 둔 조원진 의원은 "남부권 신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에 선물 보따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발언, 부산 정가를 발칵 뒤집히게 만들었다.

더민주는 적극적이다. 부산에서 당선된 더민주 5인방인 김영춘, 최인호, 박재호, 전재수, 김해영 의원은 당선 직후인 지난 4월 25일 '진박' 서병수 부산시장을 찾아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강하게 촉구했고, "신공항 유치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한 것은 사실이다. 난 한번 얘기한 것은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서 시장의 발언을 끌어냈다.

더민주 고위 관계자는 "당이 입장을 특별히 정하지는 않았지만, 산이 많은 곳은 상식적으로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며 동남권 신공항 부산 유치에 우회적으로 힘을 실었다.

부산시당 가덕 신공항 유치추진위원장인 최인호 의원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당연히 부산으로 와야 할 것이 저 쪽(밀양)으로 가면, 부산 민심이 앞으로 어떻게 폭발하게 될지, 나로서도 예측 불가"라고 말했다.

신공항의 정치학, 대선 변수로 작용할 듯

더민주로서는 손해 보지 않는 게임이라고 판단할 만 하다. 지난 4.13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아성인 부산 지역에 큰 균열을 낸 데다 경쟁 상대가 새누리당의 핵심 지지 지역인 TK이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다잡을 경우, 부산이 '야도'로 변하는 것이 시간 문제라는 계산도 염두에 두고 있다.

새누리당은 PK와 TK의 대결 구도가 부담스럽다. 두 지역 모두 포기할 수 없는 정치적 핵심 토대이기 때문이다. 지도부가 어느 한 지역의 손을 들어줄 경우 다른 지역의 민심 이반을 감수해야 한다. 만약 대구로 결정이 될 경우, 정의화 전 국회의장,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 등 PK 기반의 '비박' 정치 세력이 이탈할 수 있다. 부산으로 결정되면, TK의 균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TK를 핵심 지지 기반으로 하는 박근혜 대통령도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친박계 일각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판과 함께 거론되는 '충청-영남 연대' 대선 시나리오 역시 차질을 빚게 된다.

이같은 복잡한 사정 때문에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지역 구도를 흔들어 정계 개편의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사회에서는 지역 구도가 정계 개편의 상수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내년 대선 구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공항 건설의 당위성을 떠나 정치권이 이 논란에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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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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