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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메트로 갑질, "빨리 수리 못하면 배상금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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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메트로 갑질, "빨리 수리 못하면 배상금 내라" [기고] 상습적인 불법이 판치고 규제는 작동하지 않는 현장
아직 꽃도 피워보지 못한 젊은 청년 노동자들이 '하청 노동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서럽게 스러지고 있다.

2013년 1월 성수역에서, 2015년 8월 강남역에서, 그리고 바로 지난 토요일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19세 노동자가 가장 참혹한 모습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 하루 800만 명이 탑승하는 서울시 지하철의 승객 안전을 위해 가장 일선에서 일하는 스크린도어 고장 수리 노동자들 중 절반은 서울시 지하철 공기업 소속 노동자가 아니다. 1호선~4호선을 담당하는 서울메트로의 경우 121개 역사의 스크린도어 정비 업무를 모두 하청화하였다. 반면 5호선~8호선을 담당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의 경우 직영 정규직 노동자가 관리한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바로 외주화되어 있는 서울메트로에서만 계속되는 하청 노동자의 죽음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철도 노동자가 지하철이 운행 중인 상황에서 사고 수습 등을 하고 있는 모습. ⓒ프레시안(최형락)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

상습적인 불법이 판치고 규제는 작동하지 않는 현장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궤도나 그 밖의 관련 설비를 보수, 점검할 때 관련 규칙 제38조에 따라 작업장 사전조사 및 작업 계획서의 작성을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래야 정보를 사전에 파악하고 안전한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절차가 집행되었다는 설명은 어디에도 없으며 실제로 이렇게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정이 더욱 확실하다. 사고 직후 발표된 <2호선 구의역 내선 승강장 안전문 작업자 열차 접촉 조사 보고서>(서울메트로 펴냄)에 따르면 망자는 역에 도착하자마자 2분 만에 승강장으로 이동했고 다시 2분 만에 안전문을 개방하고 선로쪽으로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무슨 사전 조사며 작업 계획서가 있었겠는가.

또 관련 규칙 제408조에 따라 열차가 운행하는 궤도상에서 궤도와 그 밖의 관련 설비의 보수 점검 작업 등을 하는 중 위험이 발생할 때에 작업자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열차 통행의 시간 간격을 충분히 하고, 작업자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 것을 확인한 후에 작업에 종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그림의 떡일 뿐 역시 이를 진행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서울메트로는 공사 감독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2013년 성수역 사고 이후 2인 1조 작업(1인은 작업, 1인은 열차감시)을 자구책으로 도입했지만 그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또한 원청에서는 하청에게 유지 보수를 계약하면서 요구한 내용을 보면 "점검 및 보수 등은 발주 기관의 통상 근무 시간 내에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열차 운행, 승객 안전 등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점검 및 보수 사항은 영업 종료 후 시행하여야 한다"로 규정하고 있지만 사실상 모든 스크린 도어 정비 업무는 영업 시간 중에 시행되었다.

그리고 "수리 업체는 점검 및 보수를 위해 선로 출입시 역사 내 역무실 출입 대장에 등재 후 출입하여야 하며, 영업 종료 후에도 발주 기관의 규정에 의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런 규정이 지켜지지 않고 있었으며 이를 감독하지도 않았다.

산재 사망은 하청 노동자의 숙명이 아니라 구조화된 위험 때문이었다

위의 표에서 고장 접수를 받은 직후 망자는 1시간 이내에 사고 현장에 도착했고 즉시 선로 방향으로 들어갔다. 왜 아무런 준비도 없이, 열차 감시자도 없이 이런 일을 무리하게 진행했을까?

서울메트로의 '2015년 PSD 유지 보수 과업 지시서'에 따르면 수리업체는 고장 및 모든 장애 발생시 신고 접수 후 1시간 이내에 출동을 완료하여 즉시 처리하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최대 24시간 이내에 처리가 완료되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를 이행하지 못하였을 경우 지체일수에 대하여 지체상금을 물도록 되어 있다. 이에 더하여 정비 소홀로 인한 승강장 안전문 고장으로 10분 이상 열차 운행이 지연 되었을 경우, 월 동일 개소 동일 장애가 3회 이상 발생되었을 경우, 월 동일 역사에 도어 전체 연동 장애가 2회 이상 발생되었을 경우에도 벌칙이 적용되는 계약 내용을 가지고 있다.

계약 내용이 다소 과도하더라도 하청이 이를 잘 지킬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겠으나 실제로 지급되는 비용의 규모와 전문성 확보 지원책과 같은 것은 현실과 매우 동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2인 1조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1시간 이내에 출동하여 즉시 처리해야 한다면 현재와 같은 상황은 또 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누구의 책임인가?

일부 언론에서는 의도성이 다분한 거짓 기사를 싣기도 한다. 노동자 개인의 부주의가 사고를 불러왔다는, '망자를 두 번 죽이는' 폭력을 자행하고 있다. 노동자가 자살을 할 목적이 아니었다면 업무상 재해는 관리자의 책임, 기업 안전 시스템의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하청 사업주의 책임인가? 그런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하청 사업주는 설비 하나 가지지 못한 고작 인력 도급 회사의 사업주일 뿐이다. 실제로 설비를 가지고 있는 원청의 책임이 사실상 더 크다. 자신의 설비를 통해 공공 교통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하루 800만 명에 가까운 승객 안전을 책임져야 할 주체는 바로 원청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감독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원청인 서울메트로의 실질적 관리 주체인 서울시이다. 모든 중대한 의사 결정과 재정에 대한 권한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운영 회사인 서울메트로의 감독 기관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현재의 이 비극적 상황을 재생산하고 있는 원초적 책임은 서울시에 있다고 볼 것이다.

우리 모두의 무관심, 무책임이 제3의 비극을 불렀다

2013년, 2015년 사고를 통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를 제대로 상기했다면 이번의 똑같은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강남역 사고로 책임을 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노동자 부주의', '노동자 과실'이 문제의 전부였고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러니 개선할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이 되었고 결국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서울시, 원청, 하청은 제3의 비극을 불러온 주체들이고 시민들의 무관심 역시 여기에 한 몫을 했다.

특히 경찰은 지난 강남역 사고를 노동자 개인의 문제로 몰아가면서 원청이나 하청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으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최근 구의역 사고가 쟁점이 되면서 태도를 바꾸는 듯한 모양새를 내비치고 있다. 1년이 가까이 지난 현 시점까지 사고조사와 처리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것도 문제이다.

가슴을 치며 통곡을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강남역 사고 때 제대로만 대처했더라고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 따라서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 금번의 사고는 반드시 철저하게 조사되어야 한다. 그리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 그쳐서는 결코 안 된다. 신속하고 직접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서 멈추어 서게 하기 위한 방법

우선, 당장 내일이라도 다시 터질 수 있는 사고를 막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면적인 작업 중지가 이루어져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에서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또는 중대 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작업장소로부터 대피시키는 등 필요한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한 후 작업을 다시 시작하여야 한다"로 명시하고 있다. 현장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을 뻔히 보면서 일을 하게 하는 것은 반인륜적인 동시에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업무를 중지하자는 것은 아니다.

인력 부족으로 인해 1인 작업밖에 할 수 없다면 열차 차단 시간에만 작업해야 한다. 열차 운행 중에 긴급하게 1인 작업을 해야 한다면 기술 분야나 역무 분야에서의 업무 지원이 이루어지거나 선로 안쪽으로 들어가는 작업은 없어야 한다. 이외의 모든 형태는 즉각적인 작업 중지 대상이다.

또한 121개 역사 하청의 실태 조사를 전면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수 개의 업체에 나뉘어져 외주화 되어 있는 노동자들의 상태와 위험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적극적인 개선 작업에 나서야 한다. 개선 내용에 대해서는 다양한 요구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공공 부문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노-사-민-정 논의 기구를 통한 대책마련이 중요하다. 이미 '노사 관계 발전 지원에 관한 법률'을 통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독려하고 있으니 고통스러운 역사의 종지부를 찍는 것이 큰 어려움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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