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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서 새누리 찍은 이유는 '기타'…국민의당은 '새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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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총선서 새누리 찍은 이유는 '기타'…국민의당은 '새정치' [토론회] 다른백년·민주주의연구소 '여론조사 결과로 살펴본 20대 총선 결과'

지난 4.13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특정 정당에 투표한 이유를 분석한 결과, 새누리당 지지층은 뚜렷한 요인이 없었던 반면 국민의당은 '새정치'와 '타 정당 견제'라는 이유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이 예상 외의 참패를 겪었고 국민의당이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한 이번 총선 결과가, 명확한 선거 전략 '콘셉트'가 있었느냐 여부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인 셈이다.

14일 사단법인 '다른백년'과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여론조사로 살펴본 20대 총선 결과' 토론회 발표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에 지역구·비례대표 투표를 한 응답층에 대해 로지스틱 회귀 분석을 시행한 결과 '기타 지지 이유'와 '후보자'(인물 변수)라는 부분이 가장 큰 동인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역구 투표층에 대한 같은 기법의 분석 결과에서는 '후보자'와 '공약'이, 비례대표 선거 투표층에 대한 분석에서는 뚜렷한 동인이 없는 가운데 '국가 발전'과 '타 정당 견제'라는 항목이 비교적 두드려졌다.

반면 국민의당의 경우, 지역구 투표 동인 분석에서는 특정 변수가 두드러지지지 않았지만 비례대표 투표에서는 '새정치'와 '타 정당 견제'라는 변수가 압도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 분석을 시행한 정완규 한림대 연구교수는 "아직 파일럿 테스트 정도이지 학문적·학술적으로 인과 관계가 뚜렷한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지역구·비례 선거에서 새누리당에 투표한 가장 큰 이유는 '기타'였다. 이것은 새누리당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이유가 뭔가 잡다하다는 것"이라며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 지지하니까 다양한 답변을 억지로 갖다댄 것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정 교수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투표 이유 분석 결과 역시 "잡다하다"고 요약하며 "별다른 변수가 없다. 특히 비례 선거에서 특별한 것(높은 영향력을 발휘한 요인)이 없다는 것은, 더민주가 비례대표 선거에서 실패한 대표적 이유가 아닌가 한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이어 "국민의당의 지역구 투표 이유 분석을 보면, 다른 당과 비슷하게 '잡다'하다. (이는) 국민의당이 지역구 선거에서 지지를 못 받은 이유가 아닌가 한다"면서 "이와 대조적으로 국민의당에 비례 투표를 한 이유는 아주 뚜렷하다. '새 정치'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타정당 견제'가 강력한 변인이다. 국민의당이 왜 비례 선거에서 선전했느냐는 이 두 가지(이슈)를 확실히 가져갔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여러 정당에 대한 결과를 결합해서 보면, (결과가) 좋은 선거를 했을수록 이슈가 뚜렷하다는 게 특징적"이라고 총평했다. 그는 같은 분석 틀을 2012년 18대 대선과 19대 총선에 적용해본 결과를 20대 총선 분석 결과와 대조하면서 "지난 선거에서는 (지지 이유가) 상당 부분 이념적인 것이었다"며 "이번 선거에서 야당이 선전한 이유 중 하나가 (지지 이유에 영향을 미친 변수 가운데) 이념적인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2012년에 치러진 선거들의 경우 "'북한에 대한 태도'가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결정적 요인이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없었다"는 것. 이른바 '색깔론'이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통계학적 가설인 셈이어서 눈길이 간다.

정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에 투표한 동인 가운데 상위 항목에는 "북한 적대시", "통합진보당 이념 평가", "새누리당 이념 평가" 등이 포함됐고,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승인 분석에도 "북한 적대시"가 있었다. 반면 20대 총선에서는 이념 변수가 거의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더민주에 대한 투표 동인 분석과 관련 정 교수는 "전체적으로 보면 과거나 지금이나 여전히 '타 정당에 대한 평가'가 주된 이유"라며 "다른 정당에 대한 평가로 득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새누리당에 대한 반감'이 더민주에 대해 표를 던지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라는 정치권의 일반적 분석과 궤를 같이한다. 국민의당은 비교할 만한 지난 선거 결과가 없어 과거 선거 관련 분석에서는 제외됐다.

로지스틱 회귀 분석은 단순히 '어떤 이유로 ○○○당에 투표했느냐'는 질문에 대한 주관식 답을 묻는 여론 조사가 아니다. 응답자들이 '한국사회의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한국의 경제 상황에 만족하는지', '한국 경제 상황에 불만족한다면,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는지', '응답자 본인의 이념 성향은 진보적인지 보수적인지' 등 동일 설문에서 답변한 여러 항목 결과를 놓고, 유권자들이 특정 정당에 표를 던지는 행동에 이같은 기타 변수들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통계학적으로 분석한 결과다. 영향이 클수록 '로지스틱 회귀 계수(B값)'와 '승산비(exp(B))'의 값이 커지게 되고, 어떤 변수의 경우 긍정적 영향이 아닌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비례대표 선거에서 새누리당에 투표했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경우, '한국의 경제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그 책임은 청와대에 있다'라는 응답 항목이 이들의 투표 행동에 미친 영향을 뜻하는 '로지스틱 회귀 계수(B값)'는 마이너스(-)로 나왔다. 또 언뜻 보기에 특정 정당을 지지한 이유와는 무관한 것으로 보이는 '어떤 경로로 총선 관련 정보를 접하는지'라는 질문에 '신문·잡지'라고 응답한 것과,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것 사이에는 양의 상관 관계(exp(B)=2.219)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당별 호오 분석, 새누리 '매우 싫다' 높아…청와대·정치집단에 전반적 불만 높아


정 교수의 통계 분석은, 다른백년 리서치팀이 여론조사 기관(DNR)에 의뢰해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2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173명을 대상으로 웹(인터넷) 기반 설문 방식으로 시행한 조사(신뢰수준 95%에서 표집오차 ±2.9%포인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조사 주제는 '20대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정치의식 조사'로, 유권자들의 투표 행태 뿐 아니라 정부 및 정치권에 대한 신뢰도, 공동체 의식, 한국 사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 경제 상황 평가, 국정 운영 만족도, 북한에 대한 인식, 복지와 증세에 대한 인식 등 전방위적 질문이 포괄됐다.

정치 효능감에 대한 질문에서는 '나 같은 사람은 정부가 하는 일에 의견을 표명하기 어렵다'라는 항목에 대해 52.9%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해 무력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회의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를 묻는 질문에서는 '경제 안정 및 활성화(34.5%)', '사회 통합, 양극화 및 불평등 해소(17.8%)', '일자리 창출 및 고용 안정(15.0%)', '정치 개혁 및 안정(6.8%)' 순의 응답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가장 걱정되는 일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는 '경제 문제(23.8%)', '고용 불안(14.7%)', '고령화와 노후 불안(13.3%)', '가계 소득 불안정(13.0%)' 등 경제 관련 내용이 상위 항목을 모두 점령했다.

정부 및 정치조직에 대한 만족도를 물으며 '매우 불만족'을 1점, '매우 만족'을 4점으로 해 1~4점 평가를 하게 하자, 낮은 순서대로 정당 1.61점, 국회 1.65점, 청와대 1.78점, 사법부 1.92점, 행정부 1.95점 순으로 나왔다. 신승배 백년포럼 리서치팀장(서강대 연구교수)은 "어느 기관도 중간값인 2.5점을 넘지 못했고, 대체적으로 만족도가 현저히 낮다"고 평했다.

정당의 이념 성향에 대한 평가(0점은 강경 진보, 10점은 강경 보수)에서는 새누리당이 7.28점, 국민의당 4.43점, 더민주 3.83점, 정의당 3.08점으로 나왔다. 유권자들은 정의당과 더민주 간의 이념 성향 차이보다, 국민의당과 더민주 간의 이념 성향 차이가 더 크다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 스스로의 이념 성향은 4.85점으로 중도(5점)에 수렴했다.

또 정당별 호오 분포도를 0~10점 지표(매우 싫다 0점, 매우 좋다 10점)로 물어본 항목에서는 대체적으로 '보통(5점)'이 가장 높게 나왔지만, 새누리당만은 '매우 싫다'(0점)가 29.0%로 '보통(23.1%)'이라는 응답보다 높게 나왔다.

한국의 경제 상황에 대한 만족도 항목에서는 '만족' 5.1%, '불만족' 71%(만족도 불만족도 아님 23.9%)으로 조사됐고, 불만족의 이유가 주로 누구 때문이냐는 추가 질문에는 청와대 52.1%, 여당 19.8%, 야당 11.2%, 기타 16.9% 등의 답이 나왔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세금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렇다 33.0%, 아니다 25.8%(보통이다 41.2%)로 응답했고, '사회 복지 확대를 위해서는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렇다 31.5%, 아니다 29.9%(보통이다 38.5%)라는 결과가 나왔다. '세금을 줄여서 사회 복지를 축소해야 한다'는 항목에는 '그렇다'가 13.9%에 그친 반면 '아니다'가 48.3%(보통이다 37.8%)로 높게 나왔다.

백년포럼의 조사는 웹 기반의 조사라는 특성상 실제 투표 결과 및 전화 기반의 여론조사와 다소 간 차이를 보였다. 현 정권의 국정 운영 평가에 대한 질문에 '잘하고 있다'는 답은 5.2%, '잘못하고 있다'는 71.1%로 나왔다. 반면 무선전화 기반 조사인 '한국갤럽'의 지난주 조사에서는 대통령 직무 수행 만족도를 물은 결과 '잘하고 있다' 31%, '잘못하고 있다' 54%로 나왔었다.

지난 총선에서 투표를 했는지 묻자 응답자의 87.9%가 '투표했다'고 답한 반면 선관위가 집계한 실제 투표율은 58%였고, 비례대표 선거에서 어느 정당에 투표했느냐는 질문에 '백년포럼' 조사 응답자들은 새누리 22.0%, 더민주 28.9%, 국민의당 31.5%, 정의당 10.7%라고 답한 반면 실제 정당들의 득표율은 새누리 33.5%, 더민주 25.55%. 국민의당 26.74%, 정의당 7.23%였다. 단 18대 대선에서의 지지 후보가 누구였느냐는 질문에는 박근혜 48.5%, 문재인 44.4%로 나와 실제 투표 결과 (박근혜 51.6%, 문재인 48.0%)와 차이가 크지 않았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민주주의연구소 소장)는 "청와대에 대한 불만이 높은 것이 이번 총선에서 심판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며 "어떤 후보에게 투표할지 결정한 시점에 대해 '선거 1주일 전'이라는 답이 많은 것은 아직 정당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4.13 총선 민심이 가변적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평했다.

백년포럼 리서치팀의 조사 관련 상세 사항과 전체 결과는 내주 보고서로 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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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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