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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이 때릴수록, 유승민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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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이 때릴수록, 유승민은 커진다 김영우 "복당이 쿠데타? 친박 공천이 무혈 쿠데타"
결과적으로, 새누리당 복당에 성공한 유승민 의원만 승자가 됐다. 친박계의 반발이 클 수록 언론이 유 의원을 주요 인물로 다루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가 16일 유 의원 등 7명의 탈당파 일괄 복당을 전격 승인하자, 일부 친박 '돌격대' 의원들은 "쿠데타"라는 표현을 동원하며 유 의원 복당 승인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지난 10일 계파 해체 선언을 한 지 1주일 만에 과격한 계파 갈등이 또 터져나온 것이다.

청와대도 전날 복당 사실을 뉴스를 통해 알았다고 한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복당을 표결에 붙이는 문제를 두고 사전에 청와대와 상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상당히 불쾌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는 8월 전당대회 이후가 아닌, 임시 지도부가 복당을 논의하는 게 부적절하다며 정 원내대표의 결정을 비난하고 나섰다.

비박 선제 공격에 친박 우왕좌왕

그러나 친박계의 '쿠데타' 논란이 일던 지난 비대위 구성 무산 사태와 달리, 지금 상황은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복당 여부를 표결에 붙이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복당 의결을 이끌어내자, 비박계는 민첩하게 친박계의 공세 차단에 돌입했다.

친박계가 의원총회 개최를 요구하자, 비박계인 권성동 사무총장은 "복당 문제는 최고위원회 격인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 '전속적 권한'"이라며 "당무에 관한 사항은 의원총회 의결로 결정되거나 뒤집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친박계가 의총을 열자고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한 반박인 셈이다.

권 사무총장 말대로 복당 승인을 뒤집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방법이 있다면 합당한 사유를 들어 제명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논리도 없고 명분도 부족하다.

김영우 비대위원도 이날 오전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 비대위원은 "복당 시기와 일괄 복당이냐 아니면 선별 복당이냐 하는 결정도 합의에 따라 무기명 투표로 이뤄진 것"이라며 "양심에 따른 무기명 투표 이것이 어떻게 쿠데타인가. 오히려 지난 공천 파동이 민심 거스른 무혈 쿠데타 아니냐"고 친박계를 작심하고 비판했다. 여론전에서 우위를 보이겠다는 의지가 감지된다.

김 비대위원은 "국민 눈높이에서 새당누리당을 혁신해야 한다는 당원들 간절한 목소리와 외부 비대위원들 절규가 쿠데타면 우리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김 비대위원은 친박계 일각에서 정진석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질문에 "(정 원내대표를) 사퇴하라고 한다면 그것은 제2, 제3의 유승민 사태를 또 만드는 것"이라며 "절대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반면 친박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친박 핵심인 홍문종 의원은 유 의원 복당 문제와 관련해 특별한 대응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그는 "(친박) 의원들과 상의해 볼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내놓았다. 새누리당 최다선(8선)이자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은 "비대위 결정에 따라야 한다"며 "그러나 여론 수렴 과정이 미흡했다. 이번을 계기로 당이 단합과 화합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상 백기를 든 셈이다.

서 의원이 이같은 입장을 보임에 따라 조원진, 김태흠, 이장우, 김진태 의원 등 강성 친박 의원들은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유 의원 복당을 보이콧할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는 데다, 계파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날 오후 의원회관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유승민 복당 사태를 논의했다. 조원진 의원은 회동 참석에 앞서 친박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정 원내대표 사퇴론과 관련해 "(누가 복당 결정을 주도했는지) 명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가 주도를 했다면 사퇴해야 한다는 말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조 의원은 "책임을 져야지"라고 말했다.

복당이 이미 이뤄진 만큼, 친박계가 유 의원 복당 저지보다는 정 원내대표를 타겟으로 방향을 틀어 정치 공세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유승민을 때릴수록, 존재감이 더 커지는 아이러니

유승민 의원은 친박계의 반발로 또다시 정국의 중심에 섰다. 그가 원하는 복당을 이룬 지금, 유 의원 입장에서 아쉬울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오히려 유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립항으로 입지를 세워 보였다. 비박계가 인물난을 겪는 상황과 겹치면서 유 의원은 존재감을 한층 높였다.

전날 CBS-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유 의원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여유 있게 제치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이어 여권 대선 주자군 2위에 올랐다.

유 의원은 지난해 6월 친박계의 공세에 밀려 원내대표 직에서 쫒겨난 후, 공천에서 사실상 배제됐다. 당시 친박계는 수적으로 우위를 점하지 못했음에도 유 의원을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친박계가 유 의원을 밀어내지 못한다면, 당시 상황과 비교되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친박계는 자신들이 힘이 빠졌음을 안간힘을 다해 증명하고 있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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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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