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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입주 대란', 후분양제 도입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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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입주 대란', 후분양제 도입이 답이다 [복지국가SOCIETY] 주택 과잉 공급, 어떻게 할 것인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전국 주택 보급률은 118%(수도권은 108%)로 주택 부족 문제는 상당 수준 개선된 상황이다. 하지만 작년(2015년)부터 본격화된 주택 공급이 수요에 비해 과다해짐으로써 앞으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점점 커지고 있다.

주택 공급 과잉의 증거들

무엇보다도 2017∼2018년 2년 동안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이 70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여기에 단독 주택과 다세대 주택을 합치면 2년 동안 100만 가구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분량은 1990년대 이후 2년 단기의 입주 물량으론 최대 규모이다. 초과 공급에 따른 '준공 후 미분양'의 증가, 입주 포기, 그리고 이에 따른 건설사의 재무 상태 악화 등의 여러 부정적 결과들에 대해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착공을 기준으로 해도 마찬가지이다. 2011~2014년 착공 기준으로 연 평균 아파트 공급량은 28만 가구였다. 하지만 지난해 49만 가구로 늘어났다. 이는 정부의 '2013~2022년 장기 주택 종합 계획'에서 계획된 연 평균 아파트 공급량인 27만 가구를 훌쩍 뛰어 넘는 수치다.

물론 공급만큼 수요가 충족된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현재 수요량으로 여겨지는 물량은 앞으로 증가할 27만 가구와 멸실 주택 수 8만 가구를 포함하는 35만 가구(기초 주택 수요)인데, 양자 간에 차이가 상당하다. 다른 유형의 주택들을 포함한다면 공급량은 수요량에 비해 거의 두 배가 될 정도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한 달 동안 아파트 시장에서 5만6000여 가구가 분양됐다. 지난해 5월보다 7000여 가구가 많다. 부동산 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의 아파트 분양 물량은 21만 가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만2000여 가구가 많은 수치이다. 기존 주택 시장에서 거래가 줄어든 것과는 달리,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의 청약 열기는 비정상적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아파트 분양 물량은 역대 최대였던 작년의 52만 가구를 넘어설 수도 있다.

ⓒ프레시안(허환주)

사실 작년 말부터 재기된 공급 과잉 비판에 대해 건설 업계는 분양 물량을 지난해보다 30% 정도 감소할 계획이라고 공공연히 말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 심사 강화와 금융권의 중도금 대출 규제의 강화도 뒤따랐다. 그 결과 연 초에는 분양 시장이 다소 주춤거렸다. 하지만 3월 이후 아파트 분양 시장은 또다시 과열되었고, 공급 과잉은 올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주택 건설 인허가가 올 3월까지를 기준으로 했을 때 16만3000여 가구로 작년의 같은 기간 11만8000여 가구보다 38%나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오피스텔이다. 오피스텔은 관련 법상 업무 시설이어서 통계로는 주택에 포함되지 않는다. 2009년 주택 전세난을 해소하기 위해 규제를 풀면서 '드러나지 않는 집'으로 허용해줬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2013년 이후 5년간 19만5000여 실이 공급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오피스텔을 주택으로 여겨 주택 보급률을 산정하면 10∼15% 포인트가 상향 조정돼야 한다고 말한다.

2008~2009년의 '입주 대란'이 재발될 수도…

2002∼2008년 당시, 연 평균 입주 물량이 33만 가구 가량 쏟아졌다. 이에 따라 2008년부터 초과 공급에 따른 부작용으로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이 2∼3배 폭증했다. 할인 분양과 이에 따른 반발로 기존 계약자의 입주 거부 사태와 청약 경쟁 미달 사례 등이 속출했다. 특히, 2008년 하반기엔 단기간에 1만 가구 이상 입주를 진행했던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에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금 추세로 간다면, 2017∼2018년의 입주 물량은 2011∼2015년 사이의 연평균 입주 물량보다 60% 가량 많아진다. 결국 2008∼2009년의 '입주 대란'이 향후 2년 안에 재현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이미 미분양 주택의 증가, 주택 가격 하락 등 이를 알리는 여러 신호들이 여기저기서 드러났다.

2016년 4월 말 현재, 미분양 주택의 수는 5만3816채이다. 전년 4월 대비 무려 91.56%가 올랐다. 미분양 주택은 작년 하반기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12월에는 6만1512채로 정점을 찍었다. 그리고 올해 1월에는 6만737채로 줄었고 점진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 3월 이후 늘어나는 아파트 분양 규모는 이러한 미분양 주택의 감소 추세에 찬물을 끼얹고 올해 하반기에는 다시금 미분양 주택의 규모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입주 대란'의 초기 증상들이 2014년 분양이 급증한 지역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해 대구의 입주 물량은 2만6000여 가구인데 이는 지난해보다 78% 증가한 양이다. 그 결과, 올해 5월까지 대구의 주택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주택 가격이 0.91% 떨어졌고, 전셋값도 0.66% 내렸다. 2014∼2015년 분양 물량이 급증했던 부산도 대구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아파트 후분양제 도입해야

2017∼2018년 100만 가구 입주까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결코 충분한 시간은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더 적극적인 대책들이 필요하다. 다행히 작년 말부터 정부는 지속적으로 주택의 공급 과잉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왔다. 그리고 이에 호응해 금융 당국과 공기업들은 공급 과잉 우려에 선제 대응 조치들을 취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0월부터 급증한 집단 대출에 대한 건전성 관리에 착수했고, 시중 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자체 리스크 관리에 착수해 중도금 대출 등 집단 대출을 선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국토부 산하의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이달부터 미분양 우려가 큰 지역에 대해서는 기존 지사 차원의 분양 보증 심사에 본사의 중복 심사를 거치도록 강화했다. 그리고 사업 초기의 토지 대금 마련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보증도 사업성 등을 따진 뒤 제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정부의 통제 조치들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 이런 규제들이 제대로 작동하나 싶더니 6월 현재 아파트 분양은 과열되고 있다. 기존보다 강력한 조치들이 필요하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6월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작년과 같은 주택 분양이 가져올 '입주 대란'에 대비해 “상시 모니터링이 아닌 '예의 주시'로 단계를 높여 지역별로, 아파트별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공급 조절이 쉬운 '후분양제', 즉 아파트가 80% 이상 지어진 상태에서 분양하는 시스템으로 전격적으로 바꿔야 한다. 지금의 '선분양제'는 주택 보급률이 낮은 여건에나 적합하지, 110%가 넘는 상황에는 적합하지 않다. 물론 구매자는 '선분양제' 하에서는 2∼3년에 걸쳐 나눠 내던 비용을 '후분양제' 하에서는 6개월 또는 1년 내로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주택 담보 대출을 통해 집을 사는 것이 통상적이기에, 구매자 입장에서는 '선분양제'이건 '후분양제'이건 별다른 차이가 없다. 오히려 '후분양제'는 건설 회사에 건설 비용을 전담케 하는 것이므로 시장의 자연스런 구조조정의 수단으로도 쓰일 수 있기에 일석이조일 수 있다.

초과 공급된 주택을 소득 하위 계층 대상의 임대 사업에 사용하자

최근 주택 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전세의 비중이 감소하는 대신 월세의 비중이 증가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2014년도 주거 실태 조사'에 따르면, 월세 가구의 비중은 2006년 45.8%에서 2014년 55.0%로 증가한 반면, 전세 가구의 비중은 같은 기간 54.2%에서 45.0%로 감소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전세의 월세화'는 주로 주택을 빌려주는 사람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임대인은 전세 보증금을 통한 이자보다는 월세를 받아야 더 높은 수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는 '전세의 월세화'가 주택 시장의 선진적인 모습이라 여겨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그것이 '뉴스테이'라는 기업형 임대 주택을 강조하는 이유이다.

집을 빌리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전세가 월세보다 훨씬 비용상 유리하고, '전세의 월세화'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그것이 대부분의 설문 조사에서 월세보다 전세에 대한 선호도가 높게 나오는 이유이다. 현재 소득이 낮을수록 월세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이들에게 있어서 월세는 지출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저소득층이 부담하는 월세의 비중은 전체 소득의 30% 이상인 경우가 상대적으로 더 많게 나왔다. 많은 저소득층이 전세 보증금이 올라 어쩔 수 없이 월세로 옮기면서 추가적인 부담을 떠안게 된 것이다.

따라서 향후 초과 공급된 주택 물량을 정부가 구입한 후에 소득 하위 계층에게 우선적으로 임대해주는 사업을 펼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필요한 경우 전세가 아닌 월세로 임대하고 월세에 대한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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