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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거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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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거북 [문학의 현장] 세월호 2주기 버스킹 광화문 낭송시

푸른바다거북


이거 봐, 배가 많이 기울었어!

괜찮아, 괜찮아!
(이러다가 우리 죽는 거 아냐?)
괜찮아, 괜찮아!
(엄마한테 전화해야 돼. 전화를 받질 않네.)
야, 이거 동영상 찍어 보내!
(밖으로 나가야 되는 거 아냐?)
가만 있으래잖아, 움직이면 위험하다고!
(그래놓고 지들끼리만 나가는 거 아냐?)
그럴지도 몰라!
(아니야, 경찰이 우리를 구해주러 올 거야)
와아, 헬기가 왔다!

선생님, 물이 들어오는데
천정이 바닥에 있는데, 왜 이제야 나가야 해요?
(아아아아! 나는 못 걷겠어.....)
미끄러워, 넘어지면 안 돼!
내 손을 잡아! 여자애들부터 올려보내
!물이 차오른다!
목이 잠긴다!
(몸이 둥둥 떠올랐어.....)
중심을 못 잡겠어!
난 락카에 발목이 끼였어!
한 걸음도 움질일 수가 없어!

저길 봐!
바다거북이 온다
등이 푸르고 착하디착한 눈을 봐
크고 커다란 발을 날개처럼 헤엄쳐
푸른바다거북이 우리들에게 온다
아니야! 저기, 흉계와 살육의 범고래가 온다

가자, 애들아
!바깥 세상은 너무 위험하구나
여기는 너희들이 믿고 살 만한 곳이 못 돼
맞아요! 하루에도 서른 명 이상 자살을 시키는 나라에요
집단으로, 집단적으로 죽이고, 집단적으로 통닭을 먹어요
맞아요! 우리는 해그팬클럽 어른들이 아니에요
hei, hei, hag!
헨젤과 그리텔을 잡아먹고
샛파란 혀로 일곱 시간만 기다려달래요

아이들은 푸른바다거북을 따라갔다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웃었다
공부도 하고 농구도 하고 연애도 했다
호미와 바구니를 들고 조개와 산호초를 캐러 다녔다
바닷속 학교에서 한가지 부탁을 했다
(저 배를 끌고 와주세요. 제 가방이랑 신발이 배 안에 있어요!)
제 동생이랑 오빠랑 엄마 아빠 가족사진을 보내주세요
(꼭, 보고 싶거든요!)

푸른바다거북은 고개를 끄덕이며 솟아올랐다
(조심하세요!)
날마다 수천 벌의 옷을 갈아 입고 눈물까지 흘리는 악어가 송곳니를 드러내고 쫓아올지도 몰라요
푸른바다거북은 아이들의 얼굴을 쓰다듬어주었다
(무서워요.....)
걱정 마, 걱정 마!
살아서 죄많은 우리가 지켜줄게!

ⓒ해경

시작노트

브레히트의 시중에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있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우리는 모두 약자였기에 죽어야만 했던 것인가? 단지 강하지 못해서 나는 내가 미워지는 것인가? 그것은 아니다. 슬픔은 강약의 힘이 아니며 무화되지 않는다. 분노가 힘이 된다. 분노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도 슬픔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세월호 2주기가 지나고 20주기, 30주기가 지나고...내가 늙어 죽어도 슬픔은 누군가의 가슴 속에 영원토록 남아 있을 것이다. 죽은 아이들이 죽지 않고 푸른 바다 속에서 해맑게 웃는 얼굴 그대로 살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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