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중국의 사드 '강렬한 반대', 무슨 뜻?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중국의 사드 '강렬한 반대', 무슨 뜻? [양갑용의 중국 정치 속살 읽기] ‘사드’와 중국을 보는 또 다른 시각

사드 문제로 한국과 중국이 그동안 상호 신뢰에 기초하여 맺어온 긴밀한 양자관계가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과 중국의 우려는 '사드'를 보는 양국의 시각 차이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국은 '사드 배치'를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공격에 대한 자위권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절박한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는 반면에, 중국은 미국의 글로벌 미사일 방어체제(MD)의 일환으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한국에서 '사드'가 배치되는 것은 미국의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이고 그 타깃은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하고 있다고 본다.

하나의 사드와 두가지 시각

6월 29일 황교안 총리가 하계 다보스 포럼 참석차 중국을 방문했다. 황교안 총리와 만난 시진핑 주석은 "중국과 한국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해서 계속 노력해야 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공동으로 수호해야 하며, 관련 당사자들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이 언급한 이 세 가지 내용은 중국이 북핵과 북한 미사일 발사 문제로 격화되고 있는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3원칙'이다. '한반도 비핵화 실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수호',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은 중국이 반복적으로 주장하는 북핵 문제 해결의 핵심 원칙이다. 시진핑 주석이 이 원칙을 다시 천명한 것은 한국과 중국이 이 원칙을 기반으로 우호적이며 전략적인 협력 관계를 잘 유지해오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시진핑 주석은 한국과 중국의 상호 발전적인 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우려에 대해서 한국이 움직여줘야 한다는 점을 완곡한 표현으로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국은 중국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중시하여, 미국이 한국에 '사드' 체제 배치를 계획하고 있는 문제를 신중하고 타당하게 처리해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는 한중관계의 우호적인 기초 위에서 한국이 중국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해소시키는데 도움을 달라는 요청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이 북한 핵문제를 빌미로 한반도에 들여오려고 하는데 한국이 막아달라는 우회적인 협력의 신호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이른바 '사드' 배치가 한국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MD)의 일환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중국의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8일 한국과 미국은 전격적으로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했다. 배치의 근거로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의 대응적 수단의 확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사드가 북한을 제외한 제3국을 겨냥하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이 '사드' 배치를 발표하자마자 중국은 외교부 성명을 발표해서 '강렬한 불만(极强不滿)'과 '단호한 반대(堅決反對)'를 표명하고 '사드' 배치 프로세스를 중단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자주 들었던 표현인 '단호한 반대'와 함께 또 다른 생경한 표현으로 '강렬한 불만'이란 표현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단호한 반대'는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라 우리에게 꽤 익숙한 표현이다. 표현 그대로 결과로 나타난 행위에 대해서 단호하게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단호한 반대'라는 표현 앞에 '강렬한 불만'이 더해졌다.


지난 3월 31일, 시진핑 주석은 워싱턴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회견에서 "중국은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재차 표명한 적이 있다. 여기서도 '단호한 반대'라는 표현이 나온다. 물론 이 자리에서 '강렬한 불만'이란 표현은 등장하지 않았다. 시진핑의 표현을 깊이 들여다보면, '사드'는 미국이 한국에 배치하는 것이고, 따라서 한국은 '사드' 배치의 대상지일 뿐 '사드' 배치의 주체는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 한국은 배치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이 '사드' 배치의 근거로 제시하는 북핵 문제와 북한 미사일에 대항하기 위한 자위 차원에서 배치했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는 점이다.

▲ 토머스 벤달 미8군사령관이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사드(THAAD) 배치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기조 위에서 7월 8일 갑자기 '사드' 배치 결정이 나고 한국은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항하기 위한 자위적 수단으로 '사드'를 배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은 '사드' 배치가 한국이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서 표명해 왔기 때문에 한국의 '사드' 배치 조건으로 발표한 내용에 대해서 신뢰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중국은 한국 정부로부터 '사드' 배치를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을 미리 전달 받고 중국의 입장을 사전 조율했다.

'강렬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가 의미하는 것

중국의 첫 공식 입장으로 나온 외교부 성명에서 '단호한 반대'와 함께 '강렬한 불만'이 적시되었다. 중국은 7월 12일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의 남중국해 영유권에 대한 판결 결과는 중국과 필리핀 쌍방 모두에게 법률적인 구속력을 갖는다는 미국 국무부 대변인의 성명에 대해서도 '강렬한 불만'과 함께 '단호한 반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중국은 최근 남중국해 관련한 미국에 태도와 '사드' 배치 관련 한국의 태도와 조치에 대해서 동일하게 '강렬한 불만'을 먼저 언급했다.

최근 벌어진 중국의 '강렬한 불만'이라는 표현은 중국이 외교부 논평이나 기자 브리핑 수준이 아닌 외교부 성명이나 정부 성명을 이끌어낼 정도로 긴급 현안이 된 '사드' 배치 문제와 남중국해 문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돌출했다. 이것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중국이 이 두 사안, 그리고 이것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에게 매우 불만족스러운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중국은 시진핑 시기 들어서 미국과는 '신형대국관계'라는 이름으로 상호 우호적이며 건설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자고 제안했고, 미국은 중국을 G2로 부르면서 상호 호응한 측면이 있다. 미국과 중국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자는데 인식을 함께 했고, 양국관계는 지엽적인 소소한 갈등에도 불구하고 큰 틀에서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의 상호 위상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방향으로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한국 또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개인적인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양국관계를 한층 성숙된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격상시키는 노력을 함께 기울였다. 그 결과 한중관계는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신뢰의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시진핑 주석의 주석 취임 후 첫 한국 단독 방문, 박근혜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한중 FTA 타결, 일본의 역사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 등 과거와 다른 성숙된 한중관계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중국과 미국의 '새로운 대국관계'는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과 중국의 부상이 부딪히면서 충돌하고 있고 급기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폭발 일보 직전이다.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사드' 배치를 계기로 격랑의 소용돌이로 빨려들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미국과 잘 지내고 한국과 잘 지내려는 계획을 근본에서 다시 수정해야 하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한국과 미국에 대한 중국의 노력이 무산되어 가는 상황에서 중국은 일단 '강렬한 불만'을 표출하고 '단호한 반대'로 나아가는 소회를 밝힌 것으로 봐야 한다.

미국과 한국을 상대로 '강렬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는 것은 중국이 '사드' 문제이든, 남중국해 문제이든 현재 미국과 한국에 모두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러한 중국의 속마음을 알아달라는 신호일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사드' 배치 문제를 계기로 촉발된 한국과 중국의 팽팽한 긴장관계를 극단으로 향하게 하지 않고 한중관계를 완전히 파탄으로 끌고 가거나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냉철하고 이성적인 시각으로 지금 상황을 관리할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한국과 중국이 서로에 대해 갖게 된 서운한 감정을 서로 상쇄할 수 있는 종합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중국 또한 한국의 안보적 위협이 현실임을 충분히 인식하고, 한국 또한 중국의 '불만'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해서 인식의 골을 메우는 노력을 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한국과 중국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협력 파트너이며, 특히 북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 해결의 핵심 당자자라는 사실을 서로 잊어서는 안 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원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양갑용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중국의 정치 엘리트 및 간부 제도와 중국공산당 집권 내구성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푸단 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