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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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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에게 [문학의 현장]
소녀상에게

거기 있지?
너, 거기 있지?
그래, 나도 여기 있어.
나 여기 있으나 너 거기 있으나
너와 나는 여기 거기 다 있어.
너는 거기에서 나를 느끼고
나는 여기에서 너를 느끼지.
내 맘 보이지?
네 맘도 보여.
나는 너에게 너이고
너는 나에게 나야.
나눌래야 나눠지지 않아.
너 거기 있으니 나 거기 있고
나 여기 있어 너 여기 있지.
안 보인다고 안 들린다고
거기 네가 없는 것 아니고
여기 내가 없는 것 아냐.
그래, 나는 흔들리지 않아.
너도 흔들리지 않을 거지.
그래서 너는 나야.
음, 고마워. 정말 고마워.

ⓒ정우영

시작 노트

시에게도 어떤 예감 같은 게 있는 것일까.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글렌데일에 있는 소녀상을 보는 순간, '너에게로 향하는 그리움을 내가 미리 썼구나' 하고 깨달았다. '종군위안부' 할머니들 시간의 주름에 접힌 소녀를 연상하면서 쓴 시가, 뜻밖에도 글렌데일 소녀상에게 날아가 멈추었다. 나는 그 앞에서 맘속으로 '소녀상에게'를 읊조렸다. 내게선지 그녀에게선지 "고맙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안쓰럽고 아팠지만, 서러운 느낌만은 아니었다. 치욕을 넘어서서 평화로 나아가고자 하는 선한 의지가 이국땅에서도 촘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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