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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배후' 운운 김무성, 팽목항선 "가슴 먹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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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유가족 배후' 운운 김무성, 팽목항선 "가슴 먹먹" 대권用 진도 방문…2년 전 약속한 '세월호 특검'은 與 반대로 표류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1일, 대권 행보의 하나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 이른바 '겸허한 경청' 민생 투어의 첫 방문지다.

김 전 대표는 2년 전 새누리당이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특별법 제정 저지' 등에 온 당력을 집중하고 있었을 때 당 대표를 지냈다.

그런 그가 자신의 대선 행보를 공식화하며 첫 발을 디딘 장소를 팽목항으로 한 것을 두고, '필요할 때만 찾는 전형적인 정치 퍼포먼스'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젯밤 진도의 폐교를 개조한 진도미술관에서 단잠을 자고, 아침 일찍 '국민 마음의 땅 끝'인 팽목항을 찾았다"고 팽목항 방문 소식을 알렸다.

그는 팽목항 방문이 "이 시대 최고의 슬픔과 함께 하기 위해서"라면서 "아직도 찾지 못한 아홉분을 기다리며 팽목항에 머물고 계신 가족을 뵈니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썼다.

또 이 가족들과 "라면을 함께 먹고 팽목항을 걸으며 2시간 넘게 그 분들과 가슴 아픈 많은 얘기를 나눴다"면서 "선체가 하루 빨리 인양되어서 우리 아이들을 찾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가족분들의 요청으로 제 명함과 핸드폰 번호를 적어 드렸는데 조금이라도 그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김 전 대표는 이 같은 글과 함께 팽목항에서 찍은 자신과 방명록 글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방명록에는 "다시는 이 땅에 세월호의 비극이 없어야 합니다. 너무나 안타깝게 희생된 영령들을 위로하며 실종자 9인이 모두 인양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썼다.

▲ 1일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세월호 참사 현장과 가까운 진도 팽목항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이 사진은 김무성 전 대표의 페이스북에 김 전 대표가 올린 사진이다.

2년 전엔 '만남'도 꺼린 김무성…"여지껏 뭐하다"

김 전 대표는 2014년 7월 14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됐다. 세월호 참사가 있고 세달가량 지난 시점이다. 그의 취임 이전부터 여야는 '성역 없는 진상 조사'를 가능케 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며 줄다리기를 해오고 있던 참이었다.

유가족들과 야당은 검찰 등 기존의 수사 기관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바탕으로, 여야의 추천을 받은 법률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는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특별법을 제정하자고 요구했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를 완강히 거부했으며, 김 전 대표 취임 이후에도 이런 여당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다.

협상이 돌파구 없이 표류하던 중, 김한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제안으로 7월 16일 여야 지도부 긴급 회동이 잡힌 일도 있었다. 일각에선 '취임 일성으로 김 대표가 뭔가 내놓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보였지만 회동은 '빈 손'으로 끝났다.

김 전 대표는 "얼굴이라도 보여달라"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요구에도 유가족들과의 직접 대면을 꺼렸다.

2014년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이었던 7월 17일, 가족대책위는 "지난 15일(취임 이튿날) 김 대표는 국회 본청 앞을 지나며 '특별법 내용에 대해 충분하게 숙지하지 못했다. 조만간 국회 본청 앞 가족들을 찾아오겠다'고 약속했지만 얼굴조차 볼 수 없었다"고 했다.

김 전 대표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은 처음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그해 8월 14일, 참사 125일 만이다.

▲ 김무성 전 대표가 1일 진도 팽목항을 방문해 방명록에 남긴 글. 이 사진도 마찬가지로 김 전 대표의 페이스북에 올라 있다.
김무성이 약속한 '특검'은 새누리당 반대

김 전 대표는 "세월호특별법이 민생 경제 살리기를 방해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에 배후세력이 있다"는 등의 국론 분열 조장에 누구보다 앞장선 인물이기도 하다.

여당이나 청와대에 불리한 어떤 현안을 둘러싸고 공방이 장기화하면, 김 전 대표를 비롯한 여당의 주요 당직자들은 "경제가 심각하다" "민생 법안이 먼저다"란 주장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곤 했다.

일례로 김 전 대표는 2014년 8월 27일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국회가 세월호에 묶여있는 동안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에 나타나는 경제 활성화 새싹이 시들 수 있다"면서 "경제는 심리인데 이번에 정치가 다시 경제의 발목을 잡으면 20년 전에 나왔던 '정치는 4류'라는 비난이 다시 정치권을 강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에는 "배후 조종 세력들이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유가족들에게 잘못된 논리를 입력시켜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며 세월호 유가족 '배후 조종'론을 제기했다.

이를 두고 당시 제1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갈등 해결에 앞장서야 할 집권당 대표가 구태의연한 '배후론'으로 유족을 고립시키겠다는 저열한 언동에 앞장서는 것도, 세월호 정국의 핵심에서 비켜서서 생색 내기용 민생행보에만 몰두하는 것도 상식의 눈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한 바 있다.

늘 '한 발'을 뒤로 빼놨던 김 전 대표는 특별법 협상이 참사 167일만인 2014년 9월 30일 마무리되자, 그 이튿날 오전 "우리 국회를 믿어달라"는 말을 꺼내놨다.

당시 그는 "여야는 중립적 인사를 특검으로 임명해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재발방지 시스템 마련 등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대표가 2년 전 약속했던 '세월호 특검'은 그러나 새누리당의 거부로 임명 절차도 시작되지 못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지난 6월 30일 '특검 임명 의결 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했으나,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현재는 특검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후 특검 관련 논의에는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기간 연장 요구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은 미동도 하고 있지 않다. 특조위는 활동 시작 시점을 둘러싼 관련 시행령 해석 이견에도 불구하고, 정부 해석이 일방적으로 적용 돼 지난 6월 30일 활동 기한이 종료된 것처럼 되어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에 대해 1일, 기자들을 만나 새누리당이 "특조위 연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얘기하다가 지금에 와 국회 특위로 (조사 기구를) 새로 만들어 하자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다시는 이땅에 세월호의 비극이 없어야 한다"고 했고 그런 "비극이자 아픔을 우리 국민 모두가 똑같이 느끼고 계신데, 이게 왜 국론 분열과 정쟁의 원인이 되는지 안타깝기만 하다"고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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