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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촌' 말하는 박근혜, 목적은 내년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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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촌' 말하는 박근혜, 목적은 내년 대선? [기고] 한반도 평화의 갈림길, 미국과 한국 대선을 앞두고
1. 미국 대선

9월 3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일본의 한 변호사단체가 국회에서 '아시아 평화'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토론 중 내가 아시아 평화와 세계 평화를 위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더니 청중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는 여성을 비하하고 인종과 종교를 차별하며 막말을 쏟아내는 미치광이 같기는 하다. 정치와 외교에 전혀 경험을 갖지 못한 터라 당선되면 미국 안에서나 밖에서나 혼란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그가 내세우는 (신)고립주의 대외 정책은 세계 곳곳에서의 전쟁을 조금이라도 줄일 것이 분명하다.

요즘 언론에서 클린턴과 트럼프의 정책이나 공약을 비교하면서 '국제주의'와 '고립주의'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대개 두 후보의 보호무역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국제주의와 고립주의 논쟁은 무역‧통상 분야보다 외교‧안보 분야에 더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이다.

고립주의와 국제주의는 미국의 대외적 역할에 대한 인식과 방법의 차이로 구별된다. 고립주의는 미국이 자신의 국가 안보에 지장이 초래되지 않는 한 세계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외교 방침이다. 국제기구에 대한 미국의 개입이나 지원을 줄이고 군대의 해외 파견을 자제하거나 이미 외국에 주둔하는 미군을 감축‧철수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세계 경찰' 같은 광범위한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국제주의는 말 그대로 미국의 국제적 역할을 유지하거나 확대하겠다는 외교방침이다. 국제기구에 대한 미국의 개입이나 지원을 늘리고 군대를 해외에 전진 배치시키며 세계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 개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 지난 9일(현지 시각)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에서 열린 2차 TV토론에서 신경전을 벌인 도널드 트럼프(왼쪽) 후보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 ⓒAP=연합뉴스

미국은 건국 초기 고립주의 외교 노선을 걸었다. 대표적인 것이 먼로 대통령이 1823년 발표한 '먼로 독트린'이다. 유럽 열강들에게 아메리카 대륙에 간섭하지 말고 식민지로 만들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미국도 유럽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했다. '고립주의'라는 용어보다 '불간섭주의'라는 말이 더 적합한 이유다.

이후 세계적 전환기 또는 격변기에 '미국의 세계적 역할에 관한 대 논쟁'이 벌어졌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20년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0년대, 세계적 냉전이 종식된 1990년대에 그랬다. 그리고 미국의 세계적 패권이 심각하게 흔들리는 2010년대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클린턴과 트럼프 사이에 이 논쟁이 다시 일고 있는 것이다.

첫째,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인 1919년 윌슨 대통령은 국제연맹을 창설하자고 제안했다. 국제 협력을 촉진하고 군비를 축소하며 평화적 분쟁 해결을 통해 세계의 안정과 평화를 지키자는 취지였다. 1920년 세계 최초의 국제기구로 출범했지만 제안자인 미국은 의회의 반대로 가입하지 못했다. 공화당이 다수파를 차지하던 상원에서 먼로 독트린에 어긋난다며 비준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미군을 국제연맹군의 일원이 되게 할 수 없다며 소극적 국제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경제적으로는 보호무역 정책을 펴는 등 고립주의 노선을 고수한 것이다.

둘째,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유럽의 열강들이 쇠퇴의 길로 빠져드는 가운데 세계 제1의 초강대국이 된 미국은 국제적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기 시작했다. 고립주의 노선에서 벗어나 국제주의 외교 정책을 펼친 것이다. 패전국 독일은 물론 승전국 영국과 프랑스도 겨우 30년 사이에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급속하게 퇴조한 반면, 상대적으로 전쟁의 부담이나 피해가 적었던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으로 자리 잡아 정치, 경제, 군사 등 모든 면에서 힘의 공백을 채우며 패권을 거머쥘 수 있는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련 공산주의라는 명확한 적'이 등장하자 미국은 소련의 팽창을 봉쇄하고 공산주의의 확장을 저지하며 '미국에 의한 세계평화 (Pax Americana)'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셋째, 1980년대 말 동유럽 시회주의권이 무너지고 1991년 소련이 해체되어 냉전이 끝나자 고립주의와 국제주의 사이의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특히 199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전개되었는데, 이 때 논의된 고립주의를 과거의 고립주의와 구별하기 위해 '신고립주의'라고 일컫기도 한다.

먼저 (신)고립주의자들은 소련이 붕괴되어 미국의 안보에 위협적인 요소가 사라졌기 때문에 해외에 전진 배치된 미군들을 철수하고 국제기구에 대한 지원을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문제 해결에 국력을 쏟으며 사회복지를 향상시키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 국제주의자들은 미국이 세계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유일한 초강대국'으로서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세계 문제에 지속적으로 개입하여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확장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미국 안보를 튼튼히 하고 수출 촉진을 통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당시 (신)고립주의자들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소수 의원들이나 무소속 대통령 후보들이었기 때문에 실제로 행정부의 대외 정책 결정이나 전개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외침으로만 끝났던 것이다. 국제주의 외교정책은 냉전 종식 이후 오히려 강화되었다.

넷째, 위와 같은 외교 기조가 지속되어온 가운데 2016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다시 (신)고립주의 대외 정책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1990년대 초 냉전 종식 직후와 달리 무소속 후보들이 아닌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들에 의해서다. 민주당의 클린턴은 군사‧안보 분야에서는 국제주의 노선을 천명하지만 무역‧통상 분야에서는 고립주의에 가까운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의 트럼프는 모든 분야에서 굳건하게 고립주의를 주창해왔다.

클린턴이 당선되면 미국의 국제주의 대외 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급속하게 떠오르는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기 위한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은 그녀가 2011년 만든 것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경쟁과 갈등이 심화하거나 악화하리라 예상된다. 미국+일본+남한 사이의 동맹 강화는 중국+러시아+북한의 공조를 이끌어, 중국과 남한의 관계가 훼손되고 남한과 북한의 관계도 진전되기 어려워질 것 같다.

이와 달리 남편 빌 클린턴이 대통령을 하던 2000년 미국이 북한과 고위급 협상과 교류를 통해 국교정상화까지 나아가려 했던 경험은 그녀가 집권할 경우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다.

트럼프가 집권하면 갑작스런 (신)고립주의 대외 정책에 따라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겠지만 세계적으로 미국에 의한 전쟁은 줄어들 것이다. 군사‧안보 분야에서 중국과의 경쟁과 갈등 역시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도 주한미군은 쉽게 철수되지 않을 것이다. 주한미군을 통해 북한의 남침을 막는 남한의 이익보다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기 위한 미국의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물론 클린턴이든 트럼프든 후보들의 대외 정책이 집권 후엔 바뀔 수 있다. 대외 정책을 결정하고 전개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역할이 가장 크고 결정적이지만, 대외 정책을 주로 담당하는 국가안보위원회(NSC)와 국무부 그리고 중앙정보국(CIA)과 국방부 등의 책임자들과 조율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선 대외정책 담당자들이 강경파들이든 온건파들이든 "정치 지도자들은 선거에 의해 바뀔 수 있어도 미국의 이익은 바뀌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고 서로 견제하고 타협하며 갈등을 해결하는 전통을 지켜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는 미국의 대외 정책이 고립주의로 바뀌게 되길 기대한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세계 평화를 위해서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부터 2016년 오늘까지 전개되고 있는 미국의 국제주의 대외 정책 결과는 전 세계적으로 무수한 폭격과 전쟁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 곳곳에 약 1000곳의 군사기지를 운영하며, 150개 이상의 국가에 15만 명 이상의 병력을 전진 배치시켜 놓고, 지금까지 200개 이상의 전쟁을 일으키고 개입해왔다. 2010년대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슬람국가 (IS)와 관련된 끔찍한 폭력과 전쟁도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에서 빚어진 것 아닌가. 민주와 평화를 내세우며 세계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온 국제주의 대외 정책의 결과는 끊임없는 폭격과 전쟁이었기에 고립주의로 돌아갈 것은 기대하는 것이다.

2. 한국 대선

나는 지난 4월 총선이 실시되기 전까지 내년 대선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걱정을 많이 했다. 새누리당이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얻어 헌법을 뜯어고치고 박근혜의 영구집권을 꾀하지 않겠느냐는 엄살 섞인 두려움이었다. 흥미롭게 꽤 유명한 도인이 내년엔 대통령이 새로운 방식으로 뽑힐 것이라고 장담해온 터였다. 다행히 예상 밖의 총선 결과가 이런 근심을 씻어 주었다.

반년이 흐른 요즘 내년 대선이 없어질 수 있다는 방정맞은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나라 돌아가는 꼴과 박근혜의 호전적 대북 정책 때문이다. 세월호, 메르스, 역사교과서, 건국절, 위안부, 우병우, 최순실, 차은택, 백남기, 개성공단, 사드, 북한 붕괴 등등. 무능과 부패 그리고 비리와 횡포가 그칠 줄 모르고 겹겹이 쌓인다. 진보는 도덕적이라도 무능하고 보수는 부패해도 유능하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의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썩을대로 썩었으면서 너무도 무능하기만 하지 않은가.

과연 이 총체적 난국을 해결할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을까? 박근혜가 임기는 제대로 마칠 수 있을까? 퇴임 후 안전을 위해 새누리당이 다시 정권을 잡아야 할텐데 가능할까? 재집권이 불확실해지면 선거판을 뒤엎어버리려고 전쟁이라도 벌이지 않을까? 아무래도 전쟁을 먼저 일으키기는 곤란할 테니 북한이 먼저 도발하도록 부추기는 게 아닐까?

요즘 북한에 대해 쏟아내는 자극적 발언을 곱씹어보면 끔찍한 생각이 든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청와대와 안기부 관계자들이 북한군더러 휴전선에서 총질을 해달라고 부탁했던 것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 지난 1일 충남 계룡시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건군 제68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거수 경례를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그는 10월 1일 국군의 날에 북한 주민들에게 탈출을 직접 권유했다. 북한 붕괴를 유도한 것이다. 이와 아울러 예비군 사령부를 창설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국방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탈북자를 늘리겠다는 것은 남한에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미 남쪽에 정착해있는 약 3만 명의 탈북자들 가운데 만족스럽게 사는 사람들은 기껏 20~30%라고 한다. 죄를 짓고 감옥에 가기도 하고, 목숨 걸고 넘어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며, 제3국으로 나가길 원하는 사람도 많고, 북한으로 되돌아가기를 바라는 사람도 더러 있다. 남한 정부의 외면과 주민들의 냉대나 멸시 때문이다.

이미 들어와있는 탈북자도 제대로 껴안지 못해 이런 비극이 생기게 하면서 더 많은 탈북자들을 받아들여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그들에게 더 행복한 삶을 베풀 의지도 없고 능력도 없으면서.

나아가 만에 하나 탈북자들이 넘쳐 북한이 붕괴되면 박근혜가 원하는 대로 고이 흡수 통일이 이루어지고 통일 대박이 터질까. 북한이 무너질 위기에 처하면 남침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군부지도자들에겐 이판사판 아니겠는가.

그 다음 큰 가능성은 중국의 개입이다. 북한이 붕괴되면 중국의 안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고 여기저기 막대하게 투자해놓은 게 날아가게 될 터에 남한이 북한을 흡수하도록 내버려 두겠는가. 따라서 공개적으로 탈북을 권유하고 붕괴를 유도하는 것은 선전포고나 마찬가지다.

독재자들이 국내정치로 위기를 맞을 경우 전쟁을 비롯한 대외정책을 통해 탈출구를 찾는 것은 흔한 일이다. 남쪽의 여왕 독재와 북쪽의 수령 독재가 맞부딪치는 게 너무 위험하다. 박근혜 정권의 무능과 부패 그리고 비리와 횡포를 덮기 위해, 그리고 내년의 대통령선거를 없애기 위해 전쟁을 부추기는 일만큼은 목숨 걸고 막아야 한다.

* 위 글은 <통일경제포럼> 월간지 창간호에 동시 게재될 예정입니다. 미국 대선에 관한 부분은 <아시아문화> 2016년 10월호에 게재한 '미국의 대통령선거와 대외정책'의 일부를 옮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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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봉
이재봉 교수는 1983년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1994년 미국 하와이대학교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1996년부터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2018년 현재 '남이랑북이랑' 공동대표, '통일경제포럼' 공동대표, '함석헌학회' 회장 등을 맡고 있습니다. 저서로 <두 눈으로 보는 북한>, <이재봉의 법정증언>, <문학과 예술 속의 반미>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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