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비선 실세'로 국정 농단을 한 것으로 알려진 최순실 씨가 언론을 통해 심경을 밝혔다. 최 씨는 27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수정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최 씨는 "당선 직후 초기에는 이메일로 받아본 것 같다. 민간인이어서 그것이 국가기밀이나 국가기록인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연설문 수정 등 대통령 직무에 개입하게 된 계기에 대해선 "대선 당시인지 그 전인가 했다. 대통령을 오래 봐 왔으니 심정 표현을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드리게 됐다. (박 대통령의) 마음을 잘 아니까 심경 고백에 대해 도움을 줬다. 그게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박 대통령의 직접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거듭 "국가기밀인지도 몰랐다. (문제가 된다는 걸) 알았다면 손이나 댔겠느냐"고 강조했다.
하지만 연설문 수정을 제외한 미르-K스포츠 재단과 관련된 각종 의혹들과 청와대 인사 개입 의혹에 대해선 부인했다.
최 씨는 따로 비선 모임을 주도하고 청와대 보고 문건 등을 검토했다는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의 주장에 대해서 "말도 안된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미친 사람이다. 저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다. 협박도 하고 5억(원)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정호성 비서관, 안종범 경제수석, 윤전추 행정관, 김종 문화부 제2차관 등을 통한 인사개입 및 국정 영향력 행사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정 비서관은 청와대에 들어간 뒤 만나지 않았고, 안종범 수석과 김 차관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두 재단을 통한 자금 지원 및 유용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며 완강히 부인했다.
'팔선녀'라는 비선 모임에 대해서도 "소설"이라고 잘라 말했다.
JTBC가 특종보도한 태블릿PC에 대해서는 "나는 태블릿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그것을 쓰지도 못한다. 제 것이 아니다. 제가 그런 것을 버렸을 리도 없고, 그런 것을 버렸다고 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남의 PC를 보고 보도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잡아뗐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 본인이 인정한 '연설문 수정' 관련 증거가 나온 것이 이 PC를 통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최 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또 미르-K스포츠 재단 자금 관련 의혹에 대해 일절 부인하고 검찰 수사를 통해 다 밝혀질 것이라고 하면서도 '건강'을 이유로 당장 귀국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대목도 '결백' 주장을 믿기 어렵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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