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핵발전소 집착한 박근혜, 최순실 작품인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핵발전소 집착한 박근혜, 최순실 작품인가? [초록發光] 에너지 정책 퇴행을 극복하는 길
여전히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한국 사회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다. '문화 융성'이라는 이름 하에 문화체육관광부 정책이 대통령과의 사사로운 인연을 맺고 있는 한 민간인의 사익에 의해 어떻게 유린되고 있었는지가 생생히 드러나고 있다.

정부 부처 내 합의와 상관없이 최고 권력자 대통령 한마디면 몇 년짜리 정책이 갑자기 생겨나고 예산 증액 또한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에너지 분야 정부 정책의 편향성만을 문제 삼고 있던 나로서는 최근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접하면서 정부 정책 전체에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에너지 분야 정책 역시 이와 같은 사사로운 이익에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닐까?

사실 에너지 분야에서 박근혜 정부는 이번 게이트와 상관없이 꾸준히 정책 퇴행을 보여주고 있었다. 신기후 체제에 선진적으로 대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으나 실은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은 후퇴하고 있었다. 국제적으로 공표한 온실 기체 감축 목표는 이명박 정부 때의 목표보다 낮게 설정되었다.

2020년에 배출량을 5억4300만 톤으로 한정하겠다고 했던 것을 2030년 5억3590만 톤으로 변경하였다. 신기후 체제 협상이 있었던 당사국 총회 고위급 세션에 환경부 장관 대신 국회의원이 연설을 하게 함으로써 정부가 기후 외교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후 온실 기체 감축 이행을 위해 배출 가스 거래제 등이 도입되기는 했으나 정부의 묵인 하에 정책들은 이행되지 못하였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얼마 전 기후 변화 대응 행동 연구 기관들로부터 '2016년 기후 악당' 국가로 지명되는 수모를 겪었다. '기후 악당 국가'는 기후 변화 대응에 가장 무책임하고 게으른 국가를 말한다.

기후 변화 대응 정책에서 뿐만 아니라 재생 에너지 정책에서도 퇴보 현상은 뚜렷하다. 2012년 1890억 원이던 신·재생 에너지 보급 지원 예산은 2013년 1319억 원 수준으로 30% 감소한 이후로 계속해서 감소세를 보였다. 2017년에 배정된 지원 예산은 1000억 원에 그치고 있어 5년 만에 50%가 줄어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단위 신·재생 에너지 설비 보급 확대를 가져왔던 이들 지원 예산 축소는 재생 에너지 설비 보급의 지체를 결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부 정책 기조 하에 그간 활발했던 재생 에너지 분야의 민간 투자도 정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신문>에 따르면, 2010년 3조5540억 원이었던 민간 투자 금액은 2014년에 8740억 원으로 2010년의 4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의무 할당제 이후 인증서 가격 하락으로 재생 에너지 발전 설비에서 나오는 이윤이 줄어들고 있지만 정부가 이에 대한 지원 정책을 소홀히 하면서 투자 감소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대규모 태양광 발전업자들과 주민들 간의 갈등, 풍력 발전 단지를 둘러싼 주민들 간의 갈등 등 재생 에너지 설비의 지역 주민 수용성 문제도 발생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의무 할당제 하에서는 대형 발전소들만이 적정 이윤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재생 에너지 설비도 대형으로 들어서면서 농촌 지역 환경 파괴를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충청남도 등 지역에서 갈등이 불거지자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단기적인 대응책들이 마련되고 있을 뿐 중앙 정부 차원에서는 체계적인 정책 마련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지역에서 발생하는 이런 수용성 문제는 결과적으로 재생 에너지 확대를 어렵게 할 것인데 현재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는 현 정부가 재생 에너지 정책 실행에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지 못함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정부 하에서 국내 조선사들에 의해 추진되던 풍력 발전 사업은 최근 들어 취소되거나 중단되었다. 재생 에너지 보급에서 OECD 최하위 국가라는 지위는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한층 공고해지는 것 같다.

정부 정책 후퇴와는 달리 후쿠시마 사고 이후 햇빛발전협동조합 설립, 에너지 자립 마을 건설 등 시민들에 의한 재생 에너지 확대 움직임은 활발해지고 있다. 고등학교, 대학교와 마을 유치원에 협동조합 회원 주민들이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여 전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아파트 주민 대표들이 아파트 베란다에 미니 태양광을 설치하여 전기를 생산하고 절전 운동도 벌이고 있다.

동작구 성대골 사람들, 관악주민연대, 신대방 현대아파트 등 주민들이 재생 에너지 확대, 에너지 전환에 나서기 시작했다. 정부가 보급 지원 예산을 삭감하고 이들 소규모 발전 설비들에 불리한 전력 거래 시장 개선을 소홀히 하는 동안에도 시민들은 자체적으로 에너지 전환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의 핵발전소들이 지진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단층 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이런 전환에 참여하는 시민들도 증가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계기로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비판적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개괄한 바와 같이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서의 퇴보를 시정하는 것은 시급해 보인다. 그리고 이런 정책의 시정은 시민들이 주도하고 있는 에너지 전환 움직임에 근거하여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에너지 정책의 주권 역시 시민에게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원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노동자, 농민 등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나라를 보호하는 에너지 정의, 기후 정의의 원칙에 입각해 기후 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추구하는 독립 싱크탱크입니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로, 한국 사회의 현재를 '녹색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