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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호텔의 노동자 착취를 고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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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세종호텔의 노동자 착취를 고발합니다 [기고] 세종호텔 회장의 돈 버는 '꿀팁' 키워드는 노동자
이 글을 부자에게 배우는 돈 버는 법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우린 돈을 벌고 싶다. 호텔 주방보조 알바 시급이 7000원. 그 호텔에서 밥 한 끼를 먹으려면 7만 원이 든다. 누군가의 10시간짜리 노동을 한 끼에 먹어도 가난해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이 부럽다. 시급인생에서 벗어나 쪼들린 기분 없이 살고 싶다. 돈이 최고는 아니어도, 없으면 운신의 폭이 너무도 협소해진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돈이 아쉽다. 그러니 돈 버는 '꿀팁'을 흘려듣지 않길 바란다.

세종호텔, 수완이 좋은 주 회장님

광고성 기사가 있다. 기사지만 실은 광고와 다름없는, 언론사가 제품 홍보를 기사처럼 보이도록 써주는 것이다. 물론 홍보비를 받고 하는 일. 소개할 '꿀팁'이 광고성 기사라는 건 아니다. 인터넷에 '세종호텔'을 검색하면 광고성이라 의심될만한 기사가 보이기에 꺼낸 말이다. 광고 내용은 이러하다.

'김영란법 최대 수혜 메뉴는 세종호텔 테이크아웃 도시락' 2만7000원짜리 스테이크 도시락이 인기라고 했다. 있다는 분들은 '남의 돈'으로 얼마짜리를 먹고 다니셨길래, 3만 원 육박하는 '저렴한' 도시락이 인기일까 하는 생각은 접어두자.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이 도시락을 들고 뛰는 사람들이다. 출장뷔페, 도시락, 연회 등 각종 업무의 빈자리를 메우는 세종호텔 조리지원팀. 지원팀은 바쁘면 짐도 옮기고 천막 치고 조리기구 세팅하고, 요리도 한다. 말이 좋아 지원이지 허드렛일이라 자조하기 좋다. 이것이 한식조리사 18년차, 일식조리사 15년차, 양식조리사 25년차가 하는 일이다.

대체 세종호텔 수준이 어느 정도 길래, 20년차 조리사들이 잡다한 일을 도맡을까. 감탄이 나오려 한다. 그러나 속사정은 있기 마련, 호텔 대표 뷔페식당 최고참이 7년차란다. 7년차가 주방을 책임지는 상황에서 20년차들을 밖으로 돌린다.

이쯤 되면 회장님의 경영철학을 물을 수밖에 없다. 대체 어떤 분이길래?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세종호텔 주명건 회장님은 '돈 버는 수완이 좋은 분'이다. 기업도 아닌 대학에서 무려 113억 원을 개인주머니에 넣었다가 이사장직을 내려놓은 분이니, 말 다했다.(주 회장에 대한 횡령 혐의는 2007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주 회장이 리더십을 잃고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게 된 이유에는 횡령 등 법률 위반 의혹 등이 포함된다. 편집자)

오늘 주 회장님에게 돈 버는 법을 배운다.

ⓒ세종호텔노조

꿀팁1. 돈벌이의 방해 요소를 제거하라

2005년 횡령 의혹으로 세종대에서 물러난 주 회장이 왕의 귀환을 한 곳이 세종호텔이다. 취임해 주 회장이 한 일은 노동조합과 맺은 단체협약을 묵살하는 것. 단협안 주 내용 중 하나가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이었다. 1년 이상 근무한 계약직은 심사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그러나 2009년을 기점으로 그것은 옛이야기가 됐다.

여기에 회장님의 깊은 뜻이 있다. 돈을 모으려면 돈 새는 곳을 막아야 한다. 비용을 덜 들이는 것, 비용절감. 그런데 비용절감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다. 자꾸 비용을 '요구'하는 요소, 제 밥줄 쥔 회장님께 감히 '요구'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 노동조합이다. 방해요소는 제거한다. 글로벌 기업 삼성의 무노조 정책을 보라. 기업규모는 달라도, 회장님들의 마음은 같다.

그 후 조합원들을 향해 보직전환(전보) 명령이 떨어졌다. 회사 좀 다녀본 사람들은 안다. 강제 부서이동이 무얼 뜻하는지. 앞서 언급한 베테랑 조리사들도 20여년 일한 조리부를 떠나, 새로 만들어진 지원팀으로 가야 했다.

20년 동안 경리 일을 한 여성에게 룸메이드 업무를 줬다. 홍보부서 등 사무직 근무만 20년 한 이에게는 연회장 웨이터복을 입으라 했다. 웨이터 업무를 거부하자 해고했다. 그는 노조의 전 위원장이다. 부서 이동 명령이 위원장직을 그만둔 지 13일 만에 일어난 것을 볼 때 우려가 들긴 한다. 너무 티가 난다.

그렇다고 법에 저촉될 것을 염려할 필요는 없다. 부당노동행위가 근로기준법 위반이긴 하나 괜찮다. 노동조합을 없애려는 의도가 이토록 티가 남에도 말이다. 지방 및 중앙 노동위원회는 세종호텔 직원들의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기각 이유들을 보자.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의 동의를 요하는 것이 아니므로 충분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전보절차가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려우며(2011년), 생활상 불이익이 다소 발생한 것으로 보이나 사회통념상 용인하지 못할 정도의 불이익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며(2013년), 전보명령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아니하다(2015년)."

고용주는 그래도 된다. 노동자의 동의 따윈 필요 없다. 몸이 불편한 이에게 객실 청소를 시켜도 용인하지 못할 정도의 불이익은 아니다. 고용을 쥐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장님들이 가진 권한이 꽤 크다. 그러니 안심하고 돈 버는 데 집중하길. 우리가 그렇게 '법과 질서가 바로 선' 나라는 아니지 않는가. 부당 청탁을 금하는 김영란법이 시행됐을 때, 일부 언론을 입 삼아 떠들던 말들을 떠올려 보라. 괜히 근로기준법 뒤적이다가 돈 벌 시간만 놓친다.

꿀팁 2. 오랑캐는 오랑캐로 무찔러라

방해 요소 제거 작업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부당전보로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을 떠나고 몇몇은 해고되어 사라졌지만, 그것으론 부족하다. 2011년 세종호텔 안에 새로운 노조가 설립된다. 세종연합노조(이하 연합노조)다. 회장님이 '노동조합'을 얼마나 싫어하는데, 오히려 수가 늘다니. 그러나 노동조합이 하나일 바에는 둘셋이 낫다. 이이제이(以夷制夷). 오랑캐는 하나보다 여럿이 낫다. 그래야 오랑캐가 오랑캐를 잡는다.

실제 복수노조는 효과적이었다. 몇 년 지나지 않아 기존 민주노총(이하 세종호텔노조) 조합원 수는 급격히 줄었다. 관리자들은 세종호텔노조를 탈퇴하고 연합노조로 가입하면 보직 전환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남발했다. 한번만 살려달라는 애걸도 잊지 않았다. 호텔의 무한 지원을 받은 연합노조와 경쟁력 차이가 현저했다.

오랑캐를 얻은 회장님은 하나의 경비부대를 가진 것과도 같았다. 2012년 세종호텔노조가 파업에 들어갔을 때, 파업을 흩트리고 다소 물리력을 사용한 이들은 회장님의 사설경비가 아니었다. 흔히들 구사대라 부르는 회사 측 사람들. 연합노조가 이 일을 맡았다.

파업 당시 노조의 요구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부당전보 철회. 적정인원 충원. 구조조정 저지'였다. 파업이 마무리된 후, 요구의 일부가 받아들여져 계약직 4명이 정규직이 됐다. 그것이 세종호텔의 마지막 정규직 전환이었다.

그 후 세종호텔노조는 단체교섭 자격을 잃었다. 단체교섭권은 조합원 수가 과반이 넘는 노조에게 주어진다. 세종호텔노조의 조합원 수는 야금야금 줄어 현재 해고자 포함 15명에 불과하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유니온숍이던 노조 조합원 수는 300여명이었다.

더 이상 회장님은 종업원들이 감히 '무엇을 요구'하는 단체교섭 테이블에 앉지 않아도 된다. 이제 요구는 회사가 한다. 2014년 회사의 요구가 그득 담긴 단체교섭안이 작성됐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일체하지 않는다는 기존 합의는 사라졌다. '임금 동결, 계약직 정규직 전환 의무 폐지, 계장급까지 연봉제 확대.' 더불어 '경영진의 평가에 따라 연봉의 10~30% 임의 삭감'이 가능해졌다.

최근에는 더 만족스러운 '절감'을 이뤄냈다. 2017년 '전 직원 성과연봉제'를 연합노조와 합의한 것이다. 나이 먹고 연차 높다는 이유로 앉아서 돈 가져가는 꼴을 어떻게 보겠는가. 능력에 따라 노동자의 연간 임금을 개별적으로 결정하는 임금 체계가 연봉제라 했다. '얼마나 능력이 있어야 돈 주는 사람 입장에서 성에 찰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아니다 우리 효율을 생각하자.

연봉제가 얼마나 효율적이냐면, 연장·야간·휴일 수당을 일일이 계산할 필요가 없다. 주문에 따라 변동사항이 많은 서비스업계는 연장근무가 잦다. 수당 지급할 일도 많다. 그것을 1년에 한번 '퉁 치는' 거다. 초과근무도, 수당도 모두 퉁. 윗사람들이 어련히 알아서 챙겨주시겠지, 믿으면 된다.

현재 세종호텔 계약직은 포괄연봉제다. 수당을 제대로 챙겨봤지 못하는데 일은 많으니, 1년 후에 재계약하려는 사람이 없다. 2년간 조리실에 들어왔다가 나간 조리사만 60여명이라 한다. 알아서 다 나간다. 2년 이상 근무해 법에 정해진 정규직 전환을 해줘야 하는, 그래서 굳이 23개월째 잘라야 하는 번거로움을 던다. 새로운 비용절감 효과다.

궁금할 것이다. 룸메이드, 웨이터, 하우스맨, 프론트 등 호텔 각 직종의 업무 평가를 어떻게 한다는 걸까. 무엇을 근거로 연봉을 매긴단 말인가. 하루 15개 룸을 청소하느라 허리가 휘는 룸메이드는 몇 개의 룸을 더 청소해야 '높은 성과'를 받는 걸까. 프론트 직원들은 입꼬리가 올라가다 못해 입이 찢어져라 웃어야 '좋은 평가'를 받는 걸까. 업무 평가에는 '조직 가치, 조직 내외 관계 형성, 성과 창출 업적' 등 항목이 있다. 대체 무엇을 해야 조직 가치에 부응할까. 조직내 관계는 어떻게 형성해야 하는가.

여기에 바로 '꿀팁'이 있다. 연봉제 굴레에 들어온 사원들은 평가 항목을 되짚는다. 저 주관적인 평가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회장님의 뜻을 생각하게 된다. 게다가 탄압받는 노동조합의 존재는 타산지석으로 삼는다. 세종호텔노조 조합원들이 낮은 평가점수로 10%, 20% 임금이 깎이는 것을 본다. 3년 새 4000만 원 대 연봉이 2000만 원대로 떨어지는 꼴을 본다. 집주인이 전세금 2000만 원만 올려달라고 해도 그날 잠은 다 잤다. 그만한 돈이 월급 통장을 거쳐보지도 못하고 사라진다. 회장님과 맞서면 저렇게 된다.

정신을 가다듬고 회장님의 뜻에 나를 맞춘다. 회장님의 뜻이야 당연히, 효율이고 절감이다. 내가 효율적으로 움직이는지, 나에게 비용절감할 부분이 있는지 스스로 묻는다. 타인마저 그러한 시선으로 본다. 이이제이(以夷制夷)의 확장판. 이제 모두가, 개개인이, 서로의 오랑캐가 된다. 성과연봉제는 축복이다.

그러니 삼성의 이재용, 현대의 정몽구, 굴지의 기업 총수들이 최순실에게 몇 백억을 '기부한' 것 아니겠는가. '성의'를 보일 줄 아는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행정지침으로 내리고, 성과에 따라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는 기업의 권한을 법으로 확정해주기를. 그 축복을 바란 게 아닌가.

ⓒ프레시안(최형락)

꿀팁 3. 사람 자체가 비용이다

주명건 회장은 취임 후 노동조합만 때려잡은 것이 아니다. 호텔 증축·확장이 해마다 계속됐다. 2010년 연회장 및 연회주방 리모델링. 2011년 객실 28실 증축. 2012년 객실 39실 증축. 호텔 정문·로비 리노베이션. 2013년 객실 리노베이션.

여기서 세종호텔의 능력이 발휘된다. 객실이 아무리 증대되어도 룸메이드 직원 수는 늘지 않는다. 룸메이드 뿐인가. 전체 직원 수가 반으로 줄었다. 2009년 300여명이던 정규직원이, 지금은 140명도 되지 않는다.

160여명의 직원은 어디로 간 걸까? 계장급 이상에게 희망퇴직이란 이름의 권고사직을 시행했다. 사람들이 순순히 나갔냐고? 성과를 평가해 임금을 결정할 권한이 경영진에게 있다. 매해 10~30%가량 임금 삭감도 가능하다. 자신들 손으로 합의해준 내용이다. 여기 남아서 월급 깎이고 좌천 뺑뺑이를 당해볼래? 그 말에 10년 이상 근속자 23명, 5년 이상 근속자 29명이 제 발로 나갔다.

저잣거리 협박질처럼 느껴진다고? 왜 이러실까. 대기업이 운영하는 현대호텔 비정규직 비율이 54.9%. 롯데호텔은 43.7%이다. 이들은 달랐을 것 같나? 부서 자체를 외주화하거나 희망퇴직을 강요하는 방식이다. 사람을 절감하는 일이다. 생사람 줄이는데 곡소리, 피비린내 안날 거라 믿은 건 아니겠지.

그들의 빈자리는 비정규직으로 채운다. 부서 전체를 외주화하고 파견 허용 업종에는 용역업체 직원을 고용한다. 전경련이 파견 허용 업종 확대를 요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재벌 총수들이 법을 끌어주고 개별 사장님들이 그 뒤를 충실히 쫓는다.

고정된 정규 인원이 아닌 용역 직원을 쓰면 서비스 질이 떨어지지 않느냐고? 서비스업은 질이 생명이라고? 세종호텔에는 몇 해 전만 해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한식 뷔페가 있었다. 이곳 출신 조리장들은 교수가 되고 청와대로 입성했다. 지금은? 퓨전 뷔페가 된 식당에서 한 끼 6만 원짜리 음식을 판다. 10년 이상 경력자들이 퇴사를 강요당하고, 계약직 조리 보조들은 몇 달을 버티지 못하는, 시급 7000원짜리 용역 알바들로 북적이는 곳이 여기다. 인원이 부족하다. 경험자가 없다. 배울 새가 없다. 조리실에 반조리 식품이 들어온다. 데워 접시에 올리면 그만이다.

장사가 되겠냐고? 호텔 산업은 내리막길이다. 그럼에도 8년간 국내 호텔 사업체 수는 125개나 증가했다. 경쟁이 치열하다. 특급 호텔의 주 수요층이던 비지니스 고객까지 세계 불황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아직 희망, 아니 관광객이 있다. 중국인으로 대표되는 외국 관광객들로 객실을 채운다. 단가를 낮추고 객실을 확장해 무조건 고객을 받는다. 세종호텔이 해마다 확장과 리모델링을 반복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비용 증가는 안 된다. 보직 전환으로 직원들을 돌려쓴다. 인원이 필요하다면 용역업체를 부른다. 일이 늘어 생기는 초과수당은? 그러니 성과연봉제가 필요한 거다. 감히 누가 수당을 바라는가. 호텔은 지난 7년의 착실한 '비용 절감'으로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와 누가 당신들을 고용해주겠는가. 당신들 바로 옆에 있는 용역업체 직원들처럼 살고 싶다면, 나가라.

반평생을 호텔에서 일한 직원들이 받는 대우이다. 그들은 불필요한 비용 취급당한다. 내 옆에 덜 숙련되고 불안정한 그러나 값싼 '비용'과 비교당한다. 숙련이란 칼질에 익숙해지느라 수차례 베인 상처이고, 안정이란 얼굴 익힌 동료들과 오순도순 지내오던 시절이라는 사실은 묵살된다.

정리. 진짜 돈을 버는 법

불황에도 세종호텔은 걱정하지 말자. 세종대학교의 수익사업체이자 세종호텔이 소속된 '세종투자개발'의 자산통계는 779억 원, 매해 매출액은 300억 원이다. 그곳에는 시급 7000원짜리 알바를 한 학생이 번 등록금도, 용역직원을 써 아낀 인건비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설사 호텔이 내려앉아도 주명근 회장은 돈을 번다. 2005년 이전, 대학법인에 들어온 호텔 이익금이 한 푼도 없었을 때도 주 회장은 37억 원의 개인 보수를 챙겼다. 경영진도 염려할 것 없다. 그들은 협력업체를 세우거나 주주로 들어앉는다. 협력업체들은 세종호텔의 객실정비, 청소, 경비, 주차 관리 등 업무에 인력을 파견하거나 외주받는다. 호텔이 아웃소싱 되도, 정규직이 줄어도 그들은 끄떡없다. 어차피 주머니는 하나로 통한다.

우리는 이들에게 돈 모으는 방법을 배웠다. 돈 새는 곳을 막아야 한다. 박정희 시대 때는 그 말을 '허리띠 졸라맨다'고 표현했다.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면 좋은 날이 온다고 했다. 그의 딸이 집권했을 때, 우리는 졸라맬 허리가 어디 있는지를 알게 됐다. 승마, 체육·문화 육성. 영양주사, 줄기세포. 김영란 법이 울고 갈 접대들. 돈이 새고 있다.

세종호텔의 돈도 어딘가 새고 있다. 주 회장과 경영진의 주머니는 뒤집어 확인할 수 없으니 과거 행적으로 의심만 할 뿐이다. 그러나 확연히 보이는 구멍이 있다. 지난 2년 동안 호텔 산업 전반의 매출이 2조 원 증가했음에도 인건비는 제자리다. 호텔이 설립되고 호텔 종사자의 수가 늘어도, 인건비는 그대로다. 같은 돈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눈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지만, 우리는 과거보다 더 적게 받고 있다. 새고 있는 것은 우리의 노동이다.

우리의 구멍 난 노동. 계약직 노동자들은 정규직원이 될 수 없다. 연장근무 수당은 열정페이로 지급된다. 용역직원들은 불법파견에 시달린다. 한 파견노동자는 3개월 일하는 동안 84번 근로계약을 해야 했다(롯데호텔). 구멍 나다 못해 너덜거린다. 새는 곳을 막자. 그것이 돈을, 아니 우리 자신을 지키는 길이다. 여기, 노동이 새나가는 구멍을 온몸으로 막고 있는 세종호텔 노동조합이 있다.

열흘 뒤면 세종호텔은 50주년을 맞는다. 그 긴 시간, 고단한 노동으로 호텔의 화려함을 채워온 노동자들. 자신들은 숫자 붙여 치워버릴 '비용'이 아님을 아는 이들이 스스로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는 시간을 갖는다. 그곳에 돈을 벌고 싶은, 돈이 아쉬운, 일하는 평범한 사람, 당신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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