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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대선 키워드, '의·교·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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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대선 키워드, '의·교·주·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사적 복지를 공적 복지로!
2017년 새해가 밝으면서 대선 경쟁이 본격화되었다. 촛불 민심은 대통령 탄핵을 넘어 새로운 대한민국을 갈망한다. 촉박한 일정이지만, 이번 대선이 시대적 요구를 구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 중 하나가 복지국가로 가는 길을 닦는 일이다. 주요 대선 후보들이 이구동성으로 복지 확대를 말한다. 문제는 방안이다. 과연 어떤 복지를 어떤 방식으로 늘려가는 게 바람직할까?

새해를 맞아 내만복 칼럼은 주요 복지 의제별로 실태를 진단하고 핵심 개혁 방안을 제안할 예정이다. 이 글은 첫 번째로 현재 우리나라 민생 실태를 억누르는 사적 복지 실태를 조감한다.

'의식주'에서 '의교주노'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모든 후보들이 복지국가를 약속했다. 애초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지난 몇 년 급식, 보육, 기초연금, 반값 등록금 등 복지의 양적 확대가 이루어진 것도 사실이다. 항목으로만 보면 서구 복지국가에서 운영하는 복지 제도들이 거의 우리나라에 도입돼 있다(아동 수당은 미도입). 그럼에도 많은 시민들이 대한민국이 복지국가로 가고 있다고 느끼지 못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무엇보다 사적 복지 부담이 여전히 무겁기 때문이다. 전통 사회에서는 민생의 핵심으로 '의식주'를 꼽았다. 지금은 다르다. 옷은 더 이상 민생 요구는 아니다. 먹을 것도 부족하진 않다. 반면 주거는 이전보다 부담이 더 심해진 듯하다. 여기에 의료, 교육, 노후가 새로운 과제로 들어왔다.

즉 이제는 의식주에서 '의교주노'이다. 시민들은 병원비, 교육비, 주거비, 노후비에 대응하느라 허리가 휘고 있다. 이러니 공공 복지가 늘어나도 복지 체감도는 약화된다.

▲ 각 대선 후보에게는 촛불 민심을 받드는 과제가 남았다. ⓒ프레시안(최형락)

민간 의료보험료, 국민건강보험료의 3배

우선 병원비를 보자. 2014년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은 63.2%이다. 같은 해 시민들이 진료받은 총비용 65.5조 원 중에서 국민건강보험이 63.2%인 40.7조 원을 책임지고 나머지 24.8조 원을 환자가 부담했다.

이 때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이 고액 병원비이다. 2014년에 우리나라 국민 중 한해 진료비가 500만 원 이상 나온 사람이 약 154만 명이다. 1억 원 이상 나온 사람도 3200명에 달한다. 진료비 총액이 클수록 환자 부담 몫도 크고 불가피하게 시민들은 민간 의료보험에 의지하게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동으로 조사하는 한국의료패널 자료를 보면, 2013년 전체 가구 중 77%가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해 있다. 가구당 보험개수가 평균 4.8개이고 월 평균 보험료가 무려 28.8만 원에 이른다. 같은 해 직장 가입자들이 국민건강보험에 내는 본인 부담 보험료가 평균 9.3만 원이니 민간 의료보험에 무려 3배의 보험료를 내고 있는 셈이다.

사교육비, 가계 지출의 30% 차지

사교육비를 보자. 현재 중학교까지는 정부가 교육비를 책임진다. 가계 입장에서 교육비 걱정은 공교육보다는 사교육비에 있다. 통계청의 2015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초중고 학생 중에서 사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비율이 68.8%에 이른다. 10명 중 7명이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다. 여기에 드는 전체 비용은 2015년 약 24.4조 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국 교육청의 인건비 지출 35.2조 원의 약 70%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참여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는 35만5000원(초등 28.6만 원, 중등 39.7만 원, 고등 47.1만 원)이다. 집에 학생이 2명이면 월 교육비로 71만 원, 연 852만 원이 소요된다는 이야기이다. 2016년 2분기 우리나라 평균 가계 지출이 월 328만 원이고 이 중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 비소비 지출을 뺀 소비 지출이 249만 원이다. 월 71만 원의 사교육비는 가구별 평균 소비 지출의 28.5%를 차지한다.

특히 사교육비 지출에서 계층별 격차가 크다. 소득이 낮을수록 사교육에 참여하는 비율이 낮고 사교육비도 작다. 반면 소득이 많은 집일수록 사교육에 더 참여하고 비용도 많이 지출한다.

▲ 통계청, "2015년 초중고 사교육비조사 결과"(2016.2.26). 10쪽. ⓒ통계청

주택 보급률은 100%가 넘으나 전월세는 폭등

주거비도 가계를 짓누르는 부담이다.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는데도 자가 점유율은 53.6%에 불과하다(2014년). 가구 중 절반 가까이가 남의 집에서 살아야 하고 전월세비 고통이 너무 크다.

무엇보다 서민 주거 안정의 토대여야 할 공공 임대주택이 부족하다. 2014년 우리나라 공공 임대주택의 비중은 5.5%로, 경제 협력 개발 기구(OECD) 평균 11.5%(2007)의 절반에 불과하다. 32%에 달하는 네덜란드는 고사하고 20% 안팎을 보유한 오스트리아, 덴마크, 프랑스, 스웨덴 등과 크게 비교된다.

여기에 정부의 부동산 시장 부양 중심의 주택 정책이 문제를 악화시키다. 집 없는 사람보다는 집을 가진 사람의 이해관계에 움직여 온 탓이다. 전월세 상한제, 계속 거주권은 인정되지 못하고 서민들은 2년마다 수천만 원씩 오른 전세금을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야 하는 현실이다.

민간 생명보험료 123조 원

불안한 노후로 인한 사적 지출도 막대한다. 2015년 민간 생명보험과 우체국이 거둔 보험료가 무려 123조 원, 국내총생산(GDP) 7.9%에 이른다(여기에 손해보험사 보험료 수입 80조 원을 합치면 국민이 민간 보험회사에 낸 돈은 203조 원, GDP 13.0%에 달함).

이는 같은 해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국민건강보험, 산재보험 등 공적 보험의 한 해 보험료 수입 약 100조 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우리나라 국민과 기업들이 내는 세금의 총합인 조세 부담률 GDP 18.6%의 절반에 육박한다. 민간 생명보험사의 수입이 국가의 절반에 이르는 셈이다.

사적 복지를 공적 복지로

우리나라에서 복지로 사용되는 돈의 총량이 작은 게 아니다. 사적 지출 몫이 너무 큰 게 문제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에서는 사적 복지 지출이 대폭 축소되길 바란다.

사실 해법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길이다. 민간 의료보험 대신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병원비를 해결하자. 대입 경쟁 완화와 공교육 혁신으로 사교육비를 줄이자. 공공 임대주택을 대폭 확충하고 전월세 상한제, 계속 거주권 등 주거 보장 규칙을 세우자. 노후 일자리와 기초연금을 강화해 사적 보험 시장에 대한 의존을 줄이자.

막상 실행하기엔 넘어야할 산이 무척 높다. 시민들은 누진적으로 세금을 더 내고, 사회보험료도 더 책임져야 한다. 동시에 민간 보험사, 종합병원, 대형 건설사를 거느린 재벌 체제와 맞서야한다. 이 길로 갈 수 있을까? 이번 대선에서 사적 복지를 공적 복지로 전환하는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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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시민들이 복지국가 만들기에 직접 나서는, '아래로부터의 복지 주체 형성'을 목표로 2012년에 발족한 시민단체입니다. 건강보험 하나로, 사회복지세 도입, 기초연금 강화, 부양의무제 폐지, 지역 복지공동체 형성, 복지국가 촛불 등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칼럼은 열린 시각에서 다양하고 생산적인 복지 논의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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