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박근혜 퇴진은 2017 시민혁명의 시작일 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박근혜 퇴진은 2017 시민혁명의 시작일 뿐 [기고] 내정개혁에서 동아시아 평화공존으로 나아가야
<씨알의 소리> 독자들은 2016년 11월 평화시민혁명에 참여하면서 함석헌 선생님의 비폭력평화주의가 선생님께서 주창하신지 60년 가까이 지난 오늘에 되살아나는 사실에 놀라움과 함께 때가 이르렀다는 예감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12월 17일 제8차 주말집회를 치르기까지 함 선생님을 떠올리면서 필자는 촛불집회에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전날 밤 페이스 북에 "참고 참읍시다. 우리에게는 소중한 희망이 있습니다."라고 썼다.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젊은이들이 분을 삭이기 어려운 많은 도발이 이어지고 감정을 자극하는 일도 벌어지곤 했다. 그러나 주말마다 수십만~2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집회를 이어갔지만 연행자 한 사람, 부상자 한 사람 나오지 않았고 집회가 끝난 광장은 쓰레기 한 점 없이 깨끗이 치워졌으며 부모 잃은 어린아이 한 명 없었다.

외신들은 '기적이 일어났다', '한국인들이 비폭력평화주의를 실천하고 있다'고 놀라워했다. 우리 국민들 자신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비로소 우리 자신을, 우리 자신 속에 있는 우리를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60년 전부터 식민지배, 동족상잔 한국전쟁으로 사나워질 대로 사나워진 우리에게 "못나게도 강대국들이 시키는 대로 형제끼리 총질해서 죽이고 남은 북에게 북은 남에게 괴뢰라고 부르니 이 땅에는 괴뢰도당만 사누나"라고 질책하시던 함석헌 선생님을 떠올렸다. 그 분의 비폭력평화주의를 떠올렸다. 그 분이 뿌린 씨가 세계가 놀라도록, 아니 우리 자신이 놀라도록 피어나고 있다.

2016년 평화시민혁명 점검, 해석에 우리 미래 걸려있어

국정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부정부패를 저지른 박근혜를 대통령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투쟁은 국회탄핵을 이끌어냄으로써 1차 관문을 통과했다. 수백만의 시민들이 전국에서 참여하는 8차례의 집회가 눈과 비, 추위까지 겹쳤음에도 불구하고 순조롭게 열렸다. 우리는 이 세기적 평화시민혁명이 어떻게 진행되었고 왜 가능했는지 곰곰히 헤아려야겠다. 이 진지한 점검에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미래가 걸려있을 것이라는 예감을 필자는 갖는다.

식민지배와 분단, 전쟁과 독재를 겪어온 우리에게 이제 전쟁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하고 폭력은 어떤 방법으로라도 막아야한다는 평화주의가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함석헌 선생님의 가르침이 긴 여운을 지닌 채 이어지고 있다.

세계는 보수-배타주의-인종주의로, 한국은 정의-화해-공존-공동체주의로

한국에서 평화시민혁명이 분출한 시점은 미국에서 트럼프 정권이 등장하여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의 역관계에 미묘한 변화가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의 아시아재균형정책이 트럼프 당선자의 신고립주의 혹은 개입축소정책으로 재조정되려는 시기와 맞물려 있다.한국의 동향을 북한을 비롯한 미국 중국 일본 등 관련 당사국들이 예민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과 일본,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의 흐름이 보수로, 배타주의로, 자국이기주의로, 인종주의로 흐르고 있지만 한국의 평화시민혁명은 오히려 정의로, 화해와 공존으로, 공동체주의로 향하고 있다.

고립 속에 핵무장으로 자신의 생존을 찾으려는 북한은 국정파탄과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집권자를 국회에서 탄핵하고 재판에 넘기는 한국의 평화시민혁명을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시민의 수준이 집권자와 지배집단보다 월등히 높은 사실을 확인한 북한은 "남조선을 해방하리라"는 환상을 버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사드배치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등으로 미-일-한 군사동맹에 한국을 편입시키려하지만 평화시민혁명에 부닥쳐 주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2017년에 실시될 한국의 대통령선거에 자신들의 입김을 불어넣으려고 하겠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날처럼 군사독재정권을 내세워 밀어 붙이기에는 치르는 대가가 클 것이다. 중국은 사드배치와 대북정책에서 자신에게 어깃장을 놓는 박근혜 정권이 못마땅했지만 평화시민혁명으로 박정권의 중도하차가 분명해지면서 한국에 대한 태도를 재조정하려 할 것이다. 한국에게 경제적 제재를 가하거나 불이익을 강요하는 것이 뜻대로 되기 어려울 것이고 그렇게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박정희-박근혜 프레임 폐기, 대미의존일변도에서 전환

위에서 간략하게 살펴본 바대로 평화시민혁명은 분단대결체제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운 미묘한 시기에 한반도 내부와 주변에 큰 파장을 던지면서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적으로는 박근혜의 국정농단과 부정부패 사태 때문에 지난 60년 가까이 지속된 박정희-박근혜 프레임의 모든 사고와 행태가 한국 국민으로부터 폐기되도록 만들었다. 이제 독재와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반성도 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지배자의 군림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걸 이번 혁명은 분명히 보여주었다. 아울러 이승만 이래의 미국일변도 의존체제가 불가피하게 전환을 강요당하는 시기에 진입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우리가 미국에게 힘든 여건 속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해왔으며 미국 자신도 더 이상 군비확장을 감당하기 어렵게 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군사동맹을 폐기하거나 축소해가겠다는 걸 대통령 선거전에서부터 약속했다. 이 추세는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전략대화는 한반도에서 대결보다는 힘의 균형 쪽으로 진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의 평화시민혁명이 한반도에서의 평화공존, 교류번영을 촉진하고 남북의 현상변경을 추구하지 않을 경우 양 대국의 이해와 어긋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핵문제에서 이런 흐름과 동행하느냐가 관건이 되겠다. 남북의 대화-교류가 신뢰에 기초하여 필요한 까닭이다. 한국은 아베 일본과 대화를 이어가되 일본의 평화운동 진영과 긴밀한 논의를 깊이 있게 나눠야겠다.

박근혜와 그 일파가 나라망신을 시키고 경제와 안보를 위험에 빠뜨렸다면 평화시민혁명은 세계의 찬사를 받으면서 국격을 높였을 뿐 아니라 한국과 한반도의 운명을 새롭게 확장하는데 공헌하게 될 것이다. 이 위기의 지구촌에서 한국이 평화시민혁명의 희망으로 떠오르는 기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동아시아와 한반도에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는 우리 시민들이 자랑스럽다. 함석헌 선생님의 비폭력평화주의 사상이 자양분이 되어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글은 <씨알의 소리> 신년호 권두언으로 필자와 잡지사 측의 양해를 얻어 전재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원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