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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주민에 '지역이기주의자' 딱지 붙인 반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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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주민에 '지역이기주의자' 딱지 붙인 반기문 [정욱식 칼럼] 반기문이 대통령 자격 없는 또 하나의 이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사드를 앞세운 행보가 거침이 없다. 그는 1월 12일 귀국길에 "사드 문제는 북핵 문제가 없었다면 별로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경제정책은 수정도 할 수 있지만 안보는 한번 당하면 두 번째가 안 된다"며 사드 배치 지지 입장을 밝혔다. "한미동맹이 가장 중요한 방위 축인데 한미 간 합의된 것을 문제가 있다고 다시 (논의)한다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도 했다.

반 전 총장은 중국의 압박과 보복과 관련해선 "그건 외교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중 관계가 워낙 중요한데 한국에만 중요한 게 아니라 중국에도 중요하다"며, "중국이 지금 일시적으로 그런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만약 사드가 필요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면 제일 좋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드 배치를 초래한 북핵 문제 악화에 중국의 책임이 크다는 인식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1월 15일에도 "한반도 현실이 거의 준(準)전시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그런 조치(사드 배치)를 취한 것은 마땅하다"며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우리나라가 좁은 국토인데 어디는 되고 어디는 안 되고, 너무 이렇게 지역 이기주의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했다.

반 전 총장의 이러한 발언은 그가 대통령이 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안목을 갖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먼저 "지역 이기주의" 발언이 사드 배치 반대 촛불을 약 200일 동안 들고 있는 성주와 김천 주민들을 겨냥한 것이라면 번지수를 한참 잘못 짚은 것이다.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2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귀국인사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들 주민은 성산 포대나 롯데 골프장에만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어디에도 사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 발표로 인해 그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이들의 투쟁은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한 것이다.

'지역 이기주의'의 전형은 비박이든, 친박이든 보수를 자처하는 인사들이 선보인 바 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사드 논란 초기에 "배치에는 찬성하지만 나의 지역구에 배치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이기적인 행태를 보였다.

특히 유승민 의원은 사드 대구 배치설이 나왔을 때, "대구에 배치하면 수도권 방위를 전혀 못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었다. 하지만 대구가 아니라 성주로 결정된 이후에는 찬성 입장으로 돌아섰다. 성주에 사드가 배치되어도 수도권은 아예 커버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한반도가 준전시 상황이기에 사드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은 '과연 그가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인물인가'라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전쟁 종식과 평화 구축, 그리고 군축을 핵심 정신으로 하는 유엔의 수장 출신이라면, '준전시' 운운하면서 사드 배치가 마땅하다는 발언은 마땅히 자제했어야 했다. 오히려 준전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사드 배치가 아니라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어야 유엔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다.

더구나 유엔 사무총장을 포함한 46년간의 그의 외교관 경험은 사드를 비롯한 미사일방어체제(MD)의 민감성을 잘 알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반 전 총장 개인적으로도 아픈(?) 기억이 있었다. 한국 외교의 최대 참사 가운데 하나인 '탄도미사일방어(ABM) 조약 파동'이 바로 그것이다. 2001년 2월 한러 정상회담 성명에 "ABM 조약이 전략적 안정의 초석이며 이를 보존‧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기면서 사달이 벌어진 것이다.

ABM 조약은 사실상 MD를 금지한 조약이었던 반면에, 당시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MD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가 이 조약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 부시 행정부에 반기를 든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로 인해 한미 관계는 격랑에 휩싸였고 주무 부처인 외교부의 장·차관은 경질됐다. 그런데 당시 외교부 차관이 반기문이었다.

주목할 것은 ABM 조약 파동은 김대중 정부의 무지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즉, ABM 조약이 미러 관계에 얼마나 민감한 문제였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은 MD 구축을 위해서는 ABM 조약 파기가 필요하다고 보고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반면 러시아는 이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고 있었다. 외교부 장·차관이 경질된 결정적인 이유도 이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거꾸로 반기문이 MD의 민감성을 체득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그는 경질되기 직전에 "새로운 상황 변화를 약간 간과한 측면도 있다"면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 데 대해 자성해야 한다"고 외교부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자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경질된 지 불과 40여 일 만에 복직했고, 이를 두고 당시 <동아일보>는 "책임지는 풍토가 없다"고 개탄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사드를 앞세워 대권을 노리고 있다. 예상컨대, 그의 주요 슬로건은 '안보는 사드가 지키고 외교 문제는 반기문이 풀겠다'는 것이 될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사드 대란'은 16년 전 ABM 조약 파동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사안이다. ABM 조약 파동은 수습이라도 가능했지만, 사드 대란은 이제 시작일 뿐이고 기어코 배치되면 그 끝을 알 수도 없기 때문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고, '경험만한 스승은 없다'고 했다. 반세기 가까운 그의 외교관 경험에도 불구하고 사드의 문제를 정녕 모른다면 그는 결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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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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