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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潘, 여기저기 텐트 치러 다니는데, 땅이 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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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潘, 여기저기 텐트 치러 다니는데, 땅이 얼었다" 與 '반기문 대신 황교안' 구애, 野 '반기문 빠진 빅텐트' 구상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 후 보름 남짓 여야 정치인들을 만나는 광폭 행보를 했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은 모양새다. 반 전 총장에게 직·간접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던 새누리당·국민의당·바른정당에서도 이제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 높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31일 SBS 라디오에서 반 전 총장과의 연대설에 대해 "여기저기 텐트 치러 다니시는 것 같은데, 텐트 치기 어려울 것"이라며 "땅이 얼어서 말뚝 박는 게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인 비대위원장은 이른바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한 '빅 텐트'론을 겨냥한 듯 "얼마나 큰 텐트를 치시는지 모르지만, 그 분이 치시는 텐트가 얼마나 클지도 제가 의문"이라며 "텐트가 작으면 우리는 몸집이 커서 못 들어간다. 새누리당이 지금 90여 석 되는 의원들을 모시고 있기 때문에"라고 비꼬았다.

같은 당 정우택 원내대표도 문화방송(MBC) 라디오에 나와 "반 전 총장은 지금 진보와 보수를 아우른다는 생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하는데, 저는 반 전 총장이 먼저 정체성을 분명히 해주시는 게 정치 도리상 맞다"고 지적했다.

충청 출신인 정 원내대표는 "정치는 선택"이라며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후보가 되면 얼마나 좋겠느냐. 그렇지만 현실은 그런 것이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반 전 총장이 분명한 정체성을 갖고 움직이실 때 지지율이 다시 반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또 "손학규 국민주권회의 의장에게 '같이 할 수 없다', 또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와 만나서는 '설사 입당을 한다 하더라도 국민의당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 이런 말씀을 왜 듣고 다니는지 제가 좀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인 비대위원장과 정 원내대표는 반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설에 대해서는 "본인이 원한다면 저희 당으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정우택), "설 전후로 보면 우리 당원도 아닌 황 대행의 지지가 거의 10% 안팎으로 나오고 있다. 이 분에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기대를 하는 것을 보면. 국민들께서 '한 번 후보를 내보는 게 어떠냐'(고 하는) 그런 민심이라고 해석하고 있다"(인명진)라고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야권에서도 반 전 총장에게 관심을 보였던 국민의당이 설 연휴 이후 선을 긋고 나서는 등 부정적 분위기가 대두되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전날 반 전 총장과 회동한 후 "귀국 후 발언·언행에 대해 우리가 납득할 수 없기 때문에 국민의당 입당을 원한다고 하시더라도 지금은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관련 기사 : 김무성 이어 박지원 만난 潘, '삐걱삐걱' 빅텐트 시도)

박 대표는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반 전 총장이) 저와 대화 중에 나오는 말을 보면, 새누리당으로는 가지 않겠지만 보수를 지향하는 새로운 정당에 상당히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말씀을 하셨다"고 남 얘기하듯 말했다. 그는 "정치는 정체성을 지향하는 이념과 목표가 같아야지, 이질분자가 (같이)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반 전 총장을 '이질분자'로 지칭하기까지 했다.

같은 당 천정배 전 대표도 "귀국 후 보여준 여러 모습은 저로서는 매우 실망스럽다"며 "그 분이 평생 살아오신 게 개혁과는 거리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게 솔직한 모습"이라고 거리를 뒀다. 천 전 대표는 "많은 국민이 박근혜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구 체제 청산을 다들 갈망하고 계시는데, 이런 국민의 민심을 절실하게 느끼지는 못하고 계신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전날 안철수 전 대표와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회동, 박 대표와 손학규 의장과의 회동 등을 통해 반 전 총장 없는 독자적 '야권 빅 텐트' 구상을 가동하는 모양새다.

반면 원내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빅 텐트'나 제3지대론 전반에 대해 부정적이다. 전날 추미애 대표는 최고위원 간담회를 열어 직접 "단언컨대 빅텐트는 강한 바람에, 국민의 민심에 날아가 버릴 것"이라고 못박았다. 추 대표는 "빅텐트론은 필연적으로 범새누리당 세력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촛불민심의 본질을 외면한 채 정치 생명 연명을 위해 이합집산을 하겠다면 국민은 결단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김종인 의원 등 비문(非문재인) 진영 인사들 가운데 제3지대로 향하는 일부 원심력은 존재한다. 김종인 의원은 최근 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를 만나 탈당을 권유하기도 했다고 이날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과 안 지사 양 쪽 모두와 가까운 한 정치권 인사는 "지난 25일 두 사람이 만난 것은 맞다"면서도 "안 지사는 정당주의자를 자처하며 손 의장에게 '정치를 떠나라'고 한 지 얼마 안 됐다. 김 의원이 그런 안 지사에게 '당을 떠나 제3지대로 가자'고 했겠느냐. 그랬을 리 없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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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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