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화산이 만든 숲 '곶자왈'에 동물원이라니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화산이 만든 숲 '곶자왈'에 동물원이라니 [함께 사는 길] '1만 살' 숲속 습지, 위기에 처하다

한반도 최대 상록활엽수림, 선흘곶자왈

최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화산이 만든 숲 '곶자왈'의 나이는 약 1만 년 내외로 밝혀졌다. 예상보다 훨씬 젊은 숲인 셈이다. 즉, 약 1만 년 전에 제주도 내 368개의 오름(독립화산체) 중 10개의 오름에서 화산폭발이 일어나 용암이 흐르면서 만들어진 숲이 곶자왈인 것이다. 거문오름(서검은이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이 알밤오름과 북오름 사이를 흐르며 수많은 용암동굴과 함께 선흘곶자왈이 만들어졌다. 선흘곶자왈 안에도 도틀굴, 개여멀굴, 목시물굴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동굴이 있는 곳은 지면 위에 넓은 바위가 있다는 의미여서 물이 고여 습지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선흘곶자왈 안에는 특이하게도 '숲속 습지'가 많이 분포하고 있다. 동백동산 안에 있는 '먼물깍'뿐만 아니라, 선흘곶자왈 여기저기에 수많은 습지들이 숨어 있어서 생태계의 오아시스 역할을 하고 있다. 선흘곶자왈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곶자왈이 가진 전형적인 숲의 모습과 함께 동굴, 습지 등 다양한 생태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숲속에 있는 건습지에서만 자라는 제주고사리삼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선흘곶자왈에만 분포하고 있는 이유도 이곳의 독특한 지형적·생태적 특성 때문이다.

특히 선흘곶자왈은 평지 중에서는 한반도 최대의 상록활엽수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면적의 상록활엽수림을 자랑하고 있다. 전국의 상록수 65종 중 31종이나 있을 정도로 상록수의 천국이다. 게다가 희귀동식물도 풍부하다. 멸종위기 동식물인 맹꽁이, 물장군, 순채, 물부추, 개가시나무가 서식하고 있다. 이러한 가치 때문에 선흘곶자왈 안의 동백동산 중 일부가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것이다.

▲ 제주 고사리삼 서식지. ⓒ김명진

▲ 먹물깍. ⓒ김명진

곶자왈에 동물원을?

▲ 천선과나무. ⓒ김명진
하지만 선흘곶자왈은 이미 10여 년 전, 묘산봉관광지구(현재 세인트포골프장)개발사업으로 한 축이 없어져 버렸다. 게다가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다려석산 토석채취사업 계획이 최종적으로 승인될 경우, 선흘곶자왈 북쪽에서부터 남쪽 방향으로 야금야금 선흘곶자왈은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보다 더욱 압권은 동백동산 옆에 추진되고 있는 제주사파리월드 조성사업이다.

제주사파리월드 조성사업은 제주도 구좌읍 동복리 97만3000제곱미터(㎡)의 면적에 사파리, 실내동물원, 숙박시설, 휴게시설 등 대규모 관광시설을 조성하는 계획이다. 조만간 사업 이행 절차인 환경영향평가심의가 열릴 예정이다.

사라지는 마을공동목장과 곶자왈

제주사파리월드 사업부지의 대부분은 동복리 마을회가 소유한 마을공동목장이며 25퍼센트 정도는 제주도가 소유한 공유지이다. 현재 50여 개 남은,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만 남아있는 마을공동목장은 제주도의 소중한 목축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주로 마을공동목장은 초원에 형성되지만 이곳처럼 곶자왈을 끼고 있는 공동목장도 청수곶자왈 등 여러 개가 있다. 물론 숲만 아니라 초지와 습지가 어우러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사업예정지에 마을공동목장이 들어선 이유도 마소가 물을 마실 수 있는 습지가 여러 개 있고 먹이인 풀이 풍부하고 눈비와 강한 바람이 불 때 피할 수 있는 곶자왈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때 116개나 되던 마을공동목장은 지금까지 70개 가까이 사라져 버렸다. 최근에는 중국 기업들까지 나서서 눈독을 들이며 마구잡이로 사들이고 있다. 마을공동목장은 제주도 중산간의 광활한 초원과 곶자왈을 볼 수 있는 마지막 땅일지도 모른다.

▲ 선흘곶자왈. ⓒ김명진

▲ 사파리월드 부지 예쩡지. ⓒ함께사는길

후세대와 타생명들의 삶의 터전

제주사파리월드 부지는 선흘곶자왈인 동시에 제주의 오래된 목축문화유산인 마을공동목장이다. 이곳에 사파리월드 사업이 승인된다면 곶자왈과 마을공동목장 2개를 동시에 버리는 것이며 제주의 중요한 자연자산과 문화유산이 동시에 사라지는 것이다.

더군다나 세계적으로 드문 제주도가 가지고 있는 숲에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외국 동물을 데려와 키우겠다는 것은 이곳의 가치를 현격히 떨어뜨리는 일이다. 이곳에 오래전부터 살아왔던 수많은 곤충과 새, 양서파충류, 노루오소리 등의 포유류와 마을공동목장에서 길러왔던 소와 말은 어디로 가란 말인가? 토종생물을 몰아내고 외국 동물을 키운다는 발상 자체가 위험천만하고 황당한 짓이다. 자연은 지금 현세대의 것만이 아니며 인간들만의 권리가 아니다. 후세대와 타생명들의 삶의 권리도 존중되어야 한다.

▲ 제주고사리삼. ⓒ김명진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원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2-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함께 사는 길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