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삼성동 골목의 '정치 느와르', 그 결말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삼성동 골목의 '정치 느와르', 그 결말은? [기자의 눈] '제2의 전두환' 박근혜의 골목 정치
"검찰의 태도는 더 이상의 진상규명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다분히 현정국의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보아 저는 검찰의 소환 요구 및 여타의 어떠한 조치에도 협조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검은색 코트를 걸치고 사저 문을 나선 전두환은 옅은 미소까지 머금은 채 취재진 앞으로 뚜벅뚜벅 다가와 멈춰 섰다. 전 씨의 뒤를 장세동, 허문도 등 10여 명의 심복들이 병풍처럼 떡하니 둘러쳤다.

약속이라도 한 듯, 그들 중 누구도 고개 한번 숙이지 않았다. 전두환은 당당한 목소리로 정부와 검찰에 '할 테면 해보라'는 투의 배짱 성명을 낭독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대꾸도 없이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자리를 떴다.

1995년 겨울,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희동 골목 성명'은 세간의 뇌리에 한편의 '정치 느와르'로 남아있다.

12일 저녁 삼성동에서 23년 만에 재현된 조폭 정치의 골목대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천천히, 미끄러지듯 골목길을 들어서는 검은색 승용차 안에서 그는 연신 좌우를 둘러보며 환한 미소로 손을 흔들었다. 좌우로 늘어선 태극기 물결 속에 무슨 국위선양하고 귀국한 대통령의 모습이었다.

서청원, 최경환, 윤상현 의원 등 친박 호위무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사저로 들어간 그는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민경욱 의원을 통해 4행시 같은 골목 성명을 발표했다.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헌재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대한 도전이자 체제에 대한 부정"이라고 했던 과거 자신의 발언 따위는 아랑곳없는 박근혜식 화법을 새삼 확인했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입장은 표면상 검찰 수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국정 농단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검찰 소환에 불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지층의 영속성을 확신하는 그가 장기적으로 정치적 재기를 도모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탄핵 결정에 불복한다'는 6%, '탄핵 결정이 잘못됐다'는 12%가 장기 정치항전의 토대다. 구심점 없는 보수 정치의 현재와 정권교체 후 보수층의 상실감이 '박근혜 동정심'로 발현되고, 2~3년 뒤엔 탄핵에 대한 재평가가 나올 것으로 믿고 있다는 것이다.

충성과 의리를 맹약하는 친박 정치인들도 여럿 있다. 13일 서청원, 최경환, 윤상현, 조원진, 이우현, 민경욱, 김진태, 박대출 의원 등은 각자 역할을 맡아 박 전 대통령을 보좌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가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려 죽는 한이 있어도 각하가 구속되는 것은 막겠다"고 했던 장세동에 버금가는 기세다.

전두환 세력이 앞서 선보였던 조폭 정치의 말로는 비참했다. 골목 성명을 발표한 뒤 경남 합천으로 내려간 전 씨는 이튿날 검찰 호송차에 실려 구속 수감됐다. 곧이어 전 씨는 노태우 씨와 함께 군형법상 반란수괴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호위무사들이 꿈꾼 정치 재기도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1999년 대구경북 지역을 발판으로 '5공 신당' 창당설, 'J 프로젝트' 등이 무성했지만 실현되지는 못했다. 조폭 정치 세계에서 '의리의 상징'처럼 각인된 장세동 씨는 2002년 대선에 뛰어들었다가 기탁금 5억 원만 날리고 대선 전날 결국 사퇴했다.

5공 세력과 판박이 같은 미몽에 사로잡혀 막장 정치를 펴고 있는 박근혜 세력의 말로가 무척 궁금하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원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2-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