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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진단] "文, 어설픈 통합과 탕평을 경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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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전문가진단] "文, 어설픈 통합과 탕평을 경계하라" [전문가진단] 조급함 버리고 제대로 된 인사 정책 펴야

5.9 대선에서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 문재인 신임 대통령이 차후 국정을 운영하면서 유의해야 할 지점들을 짚어봤다. 정치 전문가들은 새 대통령의 과제로 '국민 통합'이 부각되는 것을 경계했다. '통합'은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국정을 운영하기 위한 수단적 성격임을 이들은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야당에 장관 자리 주는 게 통합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다음은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 최창렬 용인대 교수 : '통합'도 중요하지만 통합의 전제 조건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 공고화된 기득권 구조, 정경유착, 권력기관 통제, 불평등 격차, 양극화 등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그것이 통합의 전제 조건이다.

그렇지 않고 무슨 보수적 인사, 안철수 후보 측 인사를 끌어다 쓰는 게 '통합'이 아니다. 다들 '통합'을 말하는데, 시민사회의 경제적 격차를 해소하는 과정 속에서 통합이 돼야 한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을 데려와야지, 권력 나눠먹기 식으로 몇 명을 데려오는 건 통합이 아니다. 보수 인사라도 생각이 같으면, 시대에 맞는 사람이라면 불러들이면 된다.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불평등 구조다. 심화된 불평등 구조를 제도적으로 혁신하고, 정책적으로 입법화해야 한다. 그런 부분에 대해 야당을 설득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지금의 여야 구도에서는 야당과 싸우는 게 불가피하다. 의석이 과반이어도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일방적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자유한국당은 극심하게 저항할 것이다. 그것을 그냥 내버려두면 박근혜 정부처럼 된다. 부단히 설득하고, 언론과 스킨십을 하며 당위성을 설파해 국민들의 자발적 지지를 이끌어야 한다.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높으면 한국당도 반발하지 못할 것이다. '저 문재인이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겠다. 도와 달라'고 하는 것이 문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다. 인사 몇 명을 데려오는 게 아니라, 국민들의 압력에 의해 야당이 협조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게 리더십이다.

따라서 과거와 전혀 다른 모습의 국정 운영 방식이 필요하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야당과 언론을 적으로 돌렸다. 그러지 말고, 부단히 야당도 찾아가고 언론과도 소통해야 한다. 국민이 그런 모습에 감동을 받고 지지율이 70, 80%로 올라가면 의석이 적어도 문제 없다. 야당도 그러면 저항을 못 한다.

△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후마니타스 대표) : 너무 서두르지 않았으면 한다. 정치적 조급성은 한국 민주주의와 역대 대통령을 망친 질병이었다. '이번에는 인수위가 없으니까 급하게 뭘 빨리 해야 한다' 이럴 필요 없다. 인수위 있을 때도 장관, 총리 인선에 한 달 이상 걸렸다. 반짝 인사 같은 것을 하려고 하면 오히려 좋지 않을 것이다. 인사는 천천히 시간을 갖고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반대파에서도 좋은 사람 가져다 쓰라'며 탕평이니 통합이니 하는데 저는 그것은 반대다. 민주주의는 책임 정치다. 책임 정치는 선거를 했던 사람들이 정부를 운영하는 것이다. 섣불리 반대파 가운데 사람을 가져다 쓰는 건 군주정이다. '탕평'이란 말 자체가 군주정의 원리다.

만약 다른 정당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면 떳떳하게 연정을 해야 한다. 사람 데려다 쓰는 것으로 '통합' 이미지를 만들려고 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통합에도 기여하지 못할 것이다. 정 반대파 세력의 도움이 필요하면, 유럽에서 보는 것처럼 떳떳하게 연합 문제를 협상하라. 연정의 결과는 다음 선거에서 심판하면 되지만, 다른 정당 의원을 빼가면 지난 총선에서 유권자가 던진 표는 사라진다. 군주정의 단어인 '탕평'이 인사 기준이 되면 안 된다.

인사의 핵심은 당 지도부다. 총리·장관·청와대 인사에 주목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유능한 당 지도부를 재편하는 것이다. 당 지도부가 유능하지 않으면 앞으로 헤처나갈 모든 문제에서 야당의 협조를 도모할 수 없다. 정당이 정부가 돼야 하는 게 정당론의 핵심이다. '문재인 정부'가 되면 앞서 있었던 문제와 같은 문제가 생긴다. 유능한 당 지도부를 통해 집권당과 내각 사이에 협의적 기반을 발전시켜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내각과 총리의 인선에 뚜렷한 성격이 주어졌으면 한다. '반짝 인사'가 아니라 '민주당 정권'이라는 특성에 맞도록 인사가 이뤄졌으면 한다. 정 '협치'를 제도화해야 한다면, 어차피 내년에 개헌을 하겠다고 했으니 개헌을 통해 제도적 기반을 갖추는 게 맞다. 적어도 첫 해에는 선거를 주도한 민주당 개혁 중심 세력이 내각과 청와대와 당 지도부에서 역할을 하는 게 책임 정치의 원칙에 맞다. 당정관계를 무시한 대통령 개인의 정부, 청와대 중심의 정부가 큰 문제였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을 지지했던, 개혁적인 유권자 집단에 부응하려는 노력을 책임 있게 해야 한다.

△ 김윤철 경희대 교수 :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 구성 방식으로 '통합 정부'를 언급했다. 그에 준해서, 새 정부를 구성하는 방식을 구체화하는 게 우선 가장 중요하다. 다만 이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

급한 문제가 있다. 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한국은 상당히 비상한 상황이다.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 지금 대통령이 공석인 상태여서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이 있다. 한반도 정세도 그렇다. 사드 등 외교적 현안과 관련해 정세를 판단하고, 미국·중국·북한에 대한 메시지도 전달해야 한다. 이런 부분을 각 당이나 국민들에게도 설명하고 인정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내치나 정부 구성과 관련해서는, 단지 야당에 전화 몇 번 돌리고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국회와의 관계를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 행정부와 의회가 어떻게 같이 국정을 해나갈 것인지, 각 당과의 협의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국회 전체에 대해 제안하고 청와대와 국회 간 연락 채널을 마련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

야당에 장관직 주겠다는 제안을 하라는 게 아니다. 대상을 '야권'으로 국한하든 더 넓히든 통합 정부 구성을 위한 협의 기구를 구성해야 하고, 이 기구에 국민적 참여를 보장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개혁의 명분과 함께 '통합 정부'의 상(像)을 만드는 조치가 그것이다. 이후 개헌 논의도 이런 방식의 협의 공간을 통해 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 우선 득표율이 (잠정) 40%를 넘긴 만큼, 당장 조기 개헌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때문에 협치나 통합이 새 정부의 우선 과제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협치에 대해 말하자면, 인사 컨셉트가 가장 중요하다. 국무총리와 청와대 비서실장, 안보실장 등의 포스트가 중요하다.

다만 국내 정치뿐 아니라 대외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 상황이 썩 좋지 않다. 새 대통령이 뽑혔다고 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거하느라 고생 많았다. 내가 다 양보할게' 이럴 것도 아니지 않나. 중국·북한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대외적으로 던질 메시지가 중요하다. 세심하게 준비해야 한다.

외교안보 분야의 과제에 잘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다시) 통합, 협치 문제는 중요하다. 외국에 대해 뭔가 카드를 던지려면 국내의 '통합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야 한다. 그러려면 결국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야당도 새 정부 초반부터 적극 견제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분위기가 비교적 좋을 때 협조를 구해서 국내 통합력을 높일 수 있는 작업을 잘 해나가야 한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적폐 청산'은 당장 착수할 수 있는 과제는 마땅하지 않다. 다만 모든 정당, 또 국민의 80~90%가 동의하고 있는 검찰 개혁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

새 정부의 당청관계에서는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을 눈여겨봐야 한다. 분위기를 어떻게 잡아가는지, 예를 들어 '여당인 민주당이 적폐 청산의 선봉장이 되겠다'는 메시지를 강조할 것인지 아니면 통합과 협치, 야당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쪽으로 갈 것인지가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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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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