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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박근혜 탄핵 '송곳 질문' 김이수에 "자진사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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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박근혜 탄핵 '송곳 질문' 김이수에 "자진사퇴하라" 지명 나흘만에 '사상 검증', 민주·국민·정의 반응과 온도차

자유한국당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내정자에 대해 자진 사퇴 또는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판결 등을 통해 드러난 김 내정자의 성향을 문제삼은 것이다. 지난 19일 문 대통령의 지명이 이뤄진 후 무려 나흘 만이다.

한국당은 23일 오전 정태옥 원내대변인 브리핑에서 "김 헌재소장 내정자는 2012년 9월 당시 야당이던 민주통합당의 추천을 받아 헌법재판관으로 일한 4년 8개월 동안 소수의견을 많이 낸 인사"라며 "특히 김 내정자는 2014년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당시 재판관 9명 중 '강제 해산은 안 된다'는 유일한 반대 의견을 냈으며, 교원노조법 위헌 심판 때도 전교조의 단결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며 유일하게 위헌 의견을 냈다"고 했다.

정 원내대변인은 "누구보다 헌법 수호를 해야 할 헌법재판소장이 헌법 파괴를 주장하는 통합진보당에 대해 합헌이라 주장하는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다"며 "따라서 이런 인사를 대한민국 헌법 가치를 수호하는 헌재소장에 앉히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 대변인은 "헌법 수호에 부적절한 헌법재판소장 지명을 철회하라"며 "한국당은 김 내정자에 대한 자진 사퇴와 지명철회를 요구하는 바"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앞서 이날 한국당 원내회의에서는 이현재 정책위의장도 "김 내정자는 통진당 해산에 반대한 유일한 헌법재판관"이라며 "유감스럽다"고 하기도 했다.

공교롭게 한국당의 이 같은 입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53일 만에 법정 모습이 공개된 날 나왔다.김이수 내정자는 지난 3월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그의 세월호 참사 대응 미숙을 날카롭게 지적했던 인사다. 김 내정자가 박 전 대통령에게 "제 생각에는 대통령께서 적어도 위기관리센터에, 상황실에 나오셔야 되는 거 아닌가요"라고 했던 질문은 '송곳' 질문으로 회자됐다.그는 이진성 재판관과 함께 낸 탄핵 심판 보충의견을 통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에도 집무실에 정상 출근하지 않고 관저에 머문 것은 그 자체만으로 대통령의 불성실함을 드러낸 징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당은 헌법재판소의 존재 의미를 일깨웠다는 평가를 받은 김 내정자의 이 같은 이력은 외면한 채, 통진당 해산 사건 등 박근혜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기획했다는 의심을 받는 사건을 부각시켜 사상검증을 한 셈이다.


뒤늦게 나온 한국당의 이런 입장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진보 정당인 정의당과는 차이가 크다. 민주당은 지난 19일 문 대통령이 김 내정자를 헌재 소장에 지명한 직후 백혜련 대변인 명의 논평을 내어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 보호를 위한 판결을 소신 있게 내려온 김 내정자는 1987년 주권자인 국민의 힘으로 만들어진 헌법재판소의 수장으로서 적임자"라고 환영했다.

백 대변인은 "전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태에서 지켜봤듯, 헌재의 기능과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무겁고 중요하다"며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는 최후 보루로서 헌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헌법 가치에 충실한 판결로 인권과 헌법을 수호하는데 앞장서 달라"고 덧붙였다.

정의당도 당시 한창민 대변인 논평에서 "김 지명자는 '위대한 반대자'라 불릴 정도로, 흔들리지 않는 소신과 원칙으로 헌법 수호에 앞장서왔다. 참으로 흔쾌한 지명"이라며 "정의당은 김 지명자가 국민의 기본권과 헌법 수호 임무를 다할 수 있도록 협력할 것"이라고 적극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 대변인은 특히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김 지명자가 낸 '세월호 참사 보충의견'은 법에도 눈물이 있음을 보여줬다. 상심에 젖은 유가족과 국민을 따뜻하게 위로했다"며 "국민의 인권을 수호하고 국가 권력을 견제하는 헌재 수장으로 그가 적임자라는 데에 깊은 공감과 신뢰를 보낸다"고 여당인 민주당보다 더 김 내정자의 지명을 반기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국민의당도 김 내정자 지명에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이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이수 헌재 소장 인사 소식, 너무 산뜻하다"며 "현재까지 문 대통령 인사는 좋은 인사다. 조국 민정수석, 김상조 공정위원장 임명에 이어 이번 인사도 개혁을 실감하고 예측 가능해서 좋다. 잘한 것은 잘한 것이다"라고 환영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국민의당 내 다수인 호남 지역 의원들도 김 내정자가 호남 출신(전북 고창)이라는 점에서 우호적인 분위기다.

반면 바른정당은 다소 부정적이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겸 대표 대행은 23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헌재 소장은 다양한 헌법재판관들의 견해를 하나로 통합·조정할 수 있고, 또 국민 전체가 봤을 때 헌법 가치를 수호하고 중립적이라는 느낌을 줘야 한다"며 "특정 정당(민주당)이 추천했던 분이 헌재 소장이 된다면 자칫하면 어떤 결정마다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줄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좋은 인사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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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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