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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가 묵직해졌다...MB·朴정부 '한직' 멍에 벗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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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가 묵직해졌다...MB·朴정부 '한직' 멍에 벗나? DJ-盧 정부 '일꾼' 귀환…靑 "향후 남북관계 진전 때 성과 기대"
하마평만 무성하던 문재인 정부 1기 통일부 장관에 조명균 전 노무현 정부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이 지명됐다. 청와대는 인선 배경에 대해 "남북회담 및 대북전략에 정통한 관료 출신으로, 새 정부의 대북정책과 남북문제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정책기획부터 교류, 협상까지 풍부한 실전 경험을 가진 정책통"이라고 소개했다.

조 내정자는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이 제기한 'NLL 대화록'(2007년 남북정상회담 비공개 대화록) 사건에서 사실관계를 밝힐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이 에피소드에서도 보듯, 그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화 자리에 배석했고 대화를 기록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관련 기사 : 조명균 "盧 전 대통령, 대화록 폐기 지시 없었다" / '남북정상회담 회의록폐기' 백종천·조명균 모두 무죄)

조 내정자의 장관 지명은 최근 문재인 정부의 연이은 인사 발표와 맞물려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받는다. 첫째, '핍박받은 이들'의 귀환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 좌천된 윤석열 검사는 검찰의 '넘버2'로 꼽히던 서울중앙지검장이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찍혔던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은 문화부 차관으로 화려하게 친정에 복귀했다. 조 내정자도 이른바 '대화록 사건' 때 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박근혜 정부 검찰에 의해 기소됐던 전력이 있다.

둘째, 더 중요한 맥락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햇볕정책' 실무를 맡았던 관료·전문가 그룹의 복귀다. 조 내정자 지명에 앞서, 청와대는 천해성 전 통일부 정책실장을 통일부 차관으로 임명했다. 천 차관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청와대 행정관으로 김대중 당시 대통령을 수행했고, 노무현 정부에서도 장관급 회담 대표단에 포함됐던 인사다.

외교부 1차관에 유임된 임성남 차관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비서실 파견근무에 이어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을 지냈다. 서주석 신임 국방차관도 노무현 정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 출신으로, 청와대 안보수석까지 맡았었다.

청와대 외교안보특보로 임명된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는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급 동북아시대위원장을 지냈고, 2000년·2007년 남북정상회담에 모두 특별수행원으로 참여했다. 이상철 국가안보실 1차장도 노무현 정부 때 남북군사실무회담 수석대표를 맡았다.

조 장관 내정자는 1980년대부터 통일부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 공직 생활은 국세청에서 시작했으나, 공직 경력의 대부분은 통일부에서 쌓았다. 통일부 교류협력국장, 경수로기획단 정책조정부장을 거쳐 2004년 신설된 통일부 개성공단사업지원단의 초대 단장을 지냈다. 이른바 '통일 일꾼'으로 불릴 만한 이력이다.

특히 통일부 공무원 출신 인사의 장관 임명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연이어 장관직을 지낸 정세현 전 장관(29대 김대중 정부, 30대 노무현 정부) 이후 처음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한때 '부처 폐지론'까지 나왔던 통일부는 한껏 사기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

부처가 폐지되지까지는 않았지만, 지난 10년간 통일부는 사실상 한직 부서 취급을 받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5명의 장관 중 일부는 '축사 장관'이란 비아냥도 들었다. 주무인 남북관계 관련 업무가 없으니, 업무 일정이 행사 축사로 채워지다시피 한 탓이다. 통일부 대변인의 주간 일정 브리핑은 늘 "장관께서는 …에 참석해 축사를 하십니다"로 시작하다시피 했다. 이런 '주요 업무 브리핑'을 해야만 했던 역대 대변인 가운데 천 차관도 껴있는 것은 그야말로 아이러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 내정자의 장관 지명과 관련해 '2007년 정상회담 멤버의 부활'이라는 기자 질문에 대해 "그런 부분을 일부러 맞춘 것은 아니지만, 향후 남북관계 개선이나 진전 상황이 있다면 그런 강점과 경험이 좋은 성과를 발휘하리라는 결과론적 기대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동안 역할이 없었던 통일부가 '돌아온 야인'들의 지휘 하에 다시 현업으로 복귀할지 주목된다.

▲조명균 통일장관 내정자.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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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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