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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미군, 아프간의 소련군…다시 아프간의 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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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미군, 아프간의 소련군…다시 아프간의 미군 [찰머스 존슨 '오바마의 제국']<中> 시간, 생명, 돈 낭비하는 전쟁
미국 대외정책을 제국주의로 규정한 찰머스 존슨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명예교수가 밝히는 '미국이 제국을 청산해야 하는 3가지 이유'()를 세 차례에 나눠 연재한다.

1편 "감당할 수 없는 군사 제국, 소련의 전철 밟고 있다" <편집자>

2.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패배의 길로 가고 있고, 전쟁은 미국을 파산시킨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의 큰 실책 중 하나는 아프가니스탄을 평정하기 위해 군사 행동을 했던 영국과 소련이 비참한 실패를 경험했다는 사실을 전혀 깨우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의 현대사를 통해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1849년에서 1947년 사이 영국은 아프가니스탄의 북서국경지역(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국경 주변 지역)에 살고 있는 파쉬툰족 및 하위 부족들을 공격하기 위해 거의 매년 원정대를 보냈다.
▲ 지난 7월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헬만드 지역 공격은 개전 이후 최대의 민간인 사상자를 낳았다. ⓒ로이터=뉴시스

이 지역에서 영국과 파키스탄은 파쉬툰족에 대한 실제적인 지배력를 구축해 내지 못했다. 유명한 역사가 루이스 듀프리(Louis Dupree)는 저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침략자에 대항하고, 침략자가 없으면 자기네끼리 전투를 치르며 게릴라전에 익숙해진 파쉬툰족은 팍스브리태니카를 자신들의 땅까지 확장하려던 영국을 괴롭혔다"고 기술했다.

지금도 이 지역에 있는 약 4100만여 명의 파쉬툰족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충성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오늘날 파키스탄 쪽에서는 연방직할부족지역(FATA)으로도 불리는 이 지역은 과거 대영제국 시절의 방식처럼 전체가 7개 구역으로 나눠져 파키스탄 정부의 직접적인 통치를 받고 있다. 7개 구역마다 식민지 시대의 총괄책임자와 같은 '정치적 대리인'이 있다.

그러나 현재 와지리스탄과 파쉬툰 원주민의 근거지로 알려진 FATA의 일부 지역은 아주 극렬한 저항을 진행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경험한 내용을 토대로 <보이지 않는 역사: 아프간의 말하지 않은 이야기>를 쓴 폴 핏츠제럴드와 엘리자베스 골드에 따르면,

"워싱턴 관료들이 이 지역의 역사를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아프간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다. 영국군은 1차 대전 후 이 지역 파쉬툰 마을을 폭격해 주민의 비난을 받았다. 1980년대 소련은 미그 전투기와 미-24(Mi-24) 무장 헬리콥터를 이용해 마을을 포격했고, 범죄자로 불렸다.

현재는 미국이 엄청난 화력을 앞세워 무차별적인 방식으로 정의와 도덕의 가치를 짓밟고 있다. 이에 아프간 주민들과 이슬람 세계는 더욱 더 미국에 저항적으로 변하고 있다."

스페인 내전의 '게르니카' 같은 학살이 연이어 자행됐던 1932년, 영국은 와지리스탄 지역에서 독가스를 사용했다. 그해 민간인을 목표로 한 공중폭격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군비축소협정이 논의됐다. 하지만 1차 대전 당시 영국 총리였던 로이드 조지(Lloyd George)는 "우리는 유색인들에게 폭탄을 투하하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오만하게 말했다. 그때는 그의 입장이 힘을 얻었다.

미국 역시 이와 비슷한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다른 점은 민간인 사상자에 대해 "부수적인 피해" 혹은 어쩔 수 없는 실수라는 핑계를 내놓는다는 것이다. 미국은 아리조나, 네바다 사막의 군 기지에 있는 부정확한 컴퓨터를 통해 무인 전투기를 조종해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수백 아니 수천 명의 민간인을 죽여 왔다.

이에 대해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민주주의를 수호할 것이라고 천명한 미국이 오히려 현지 주민들을 도외시하고 있다"고 계속 경고하고 있다.

2009년 5월 아프가니스탄 미군 총사령관에 스탠리 맥그리스털이 임명됐다. 그는 동맹국의 군대를 보호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한 모든 공중 공격을 제한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미국의 무능력한 지휘 체계를 나타내듯, 이 지시가 내려진 이틀 뒤인 지난 6월 23일 미군은 무인전투기로 장례식장을 폭격해 적어도 80명의 민간인을 죽였다.

이는 파키스탄에서 자행된 미군의 학살 중 가장 치명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 주요 언론과 텔레비전 뉴스는 이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이 시기 언론들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의 섹스 스캔들과 마이클 잭슨의 사망 기사를 다루기에 바빴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부정확하고 적절하지 않은 정보들도 미군의 활동을 어렵게 만들었다. 또한 어느 편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지에 대한 이데올로기적인 편견과 단기적인 성취에 문제도 미군의 활동을 괴롭혔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이 문제'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지만 핏츠제럴드와 골드는 "파키스탄이 항상 문제였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군부와 정보부(ISI)는 1973년부터 소련에 대항해 싸웠던 아프가니스탄 무자헤딘 세력을 지원하고 지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핵무기를 통제하고, 민주주의적 제도의 발전을 막고, 탈레반 요원들에게 자살폭탄 공격을 훈련시키고, 탈레반 전사들에게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지키기 위해 미국과 나토군을 공격하라고 지시한 것은 파키스탄 군부였다."

파키스탄 군과 정보부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을 지원함으로써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무슬림들에 의해 활용됐다. 그것은 이슬람 성전을 위해 필요한 게 아니었다.

그 무슬림들의 목표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영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인도와 갈등하고 있는 카슈미르 지역 등지에 파견할 무자헤딘 게릴라를 양성하며,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슬람 급진주의를 봉쇄하는 것이다.

또한 그들의 목표는 사우디아라비아, 페르시아 반도 국가들(emirates), 미국으로부터 '자유를 위한 전사'를 훈련시킨다는 명목으로 많은 돈을 뜯어내기 위한 것이었다. 파키스탄의 정책은 ISI의 은밀한 미션을 지원하고, 자신들의 주적이자 경쟁자인 인도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것이다.

▲ 존슨 교수는 아프가니스탄의 문제는 파키스탄이라고 주장했다. ⓒ로이터=뉴시스
워싱턴에 있는 국방정보센터의 더글라스 맥크레고르(예비역 대령)는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계획은 희망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의 1억2500만 무슬림이 분명한 반(反) 무슬림 국가인 이스라엘 및 인도와 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과 진정으로 협력하게 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방법밖에 없다."

2009년 남부 아프가니스탄, 특히 탈레반의 본거지인 헬만드 지방으로 대규모의 군인을 진군시킨 오바마를 보면, 베트남 전쟁의 윌리엄 웨스트모어랜드 장군에 대한 음울한 기억이 되살아난다.

웨스트모어랜드 장군은 당시 더 많은 수의 파병을 계속 요청했고, "만약 우리가 이 지역에 폭력을 조금 더 행사하고 약간 더 많은 피해자를 감수할 수 있다면, 베트남 폭도들의 의지는 확실히 부러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베트남의 충돌 양상을 완전히 잘못 읽은 것이다. 지금 아프가니스탄 문제도 마찬가지다.

소련이 철군한지 20년이 지난 지금, 당시 소련군을 지휘하던 보리스 그로모프는 자신의 책에서 "오바마가 보낸 수천 명의 미군들에게 재앙이 덮칠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1만5000명의 군인을 잃은 소련의 경우처럼 말이다"라고 예상했다.

미국은 이 지역의 정치적 역동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못된 선택만을 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서 시간과 생명과 자원을 버리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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