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이유미 넘어 박지원으로…국민의당 '사면초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이유미 넘어 박지원으로…국민의당 '사면초가' 이준서, 박지원에게 처음 보고…박지원 "못봤다"
국민의당 '문준용 의혹 제보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사건 관련 인물인 이준서 전 최고위원을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 전 최고위원은, 증거를 조작한 당사자인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 씨로부터 해당 파일을 전달받아 국민의당 선대위에 건넨 인물이다. 이유미 씨에 대해서는 이날 법원에 의해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검찰은 29일 이 전 최고위원의 신분을 '잠재적 피의자'에서 피의자로 전환했으며, 전날 압수수색한 결과물을 토대로 이 전 최고위원과 이 씨 간의 공모 여부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조작을 직접 실행한 것으로 지목됐고, 본인도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진 이유미 씨에 대해서는 이날 오전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오후 7시50분께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국민의당 입장에선 이 씨의 구속보다 검찰이 이준서 전 최고위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했다는 것이 더욱 충격적인 일이다. 이 전 최고위원의 공모 여부는 이번 사건이 국민의당 주장대로 '이유미의 개인적 일탈'인지, 아니면 '당 차원의 조직적 범행'인지를 가를 분수령이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이날 당 자체 진상조사단 차원의 브리핑을 열어, 대선 당시 당 대표였던 박지원 전 대표는 5월 5일 조작된 파일이 언론에 공개되기 전까지 해당 내용을 몰랐다고 선제적으로 방어막을 치고 나섰다.

김관영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장은 이날 오후 기자 간담회를 열어 "이 전 최고위원은 이유미 씨로부터 입수한 '카카오톡' 대화 화면 캡처 내용을 박지원 당시 당 대표의 '바이버'로 5월 1일 오후 4시 32분에 전송했다"며 "(그러나) 이 전화기는 박 전 대표의 비서관 김모 씨가 휴대하고 있었다. 해당 비서관은 당일 경남 산청 출장, 박 전 대표는 제주에 있었고, 김 비서관은 문자(바이버 메시지)가 온 시각으로부터 2시간 반 이상 지나서 이를 확인해 박 전 대표에게 별도로 전달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단장에 따르면 박 전 대표의 전화기를 김 비서관이 휴대한 까닭은 이른바 '문자 폭탄'에 시달리던 박 전 대표가 전화기 2대를 사용했기 때문이며, 김 비서관은 이 전화로 SNS 관리 등을 해왔다고 한다. 김 비서관이 뒤늦게라도 이 메시지 내용을 박 전 대표에게 보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중요하다면 이준서가 박지원 대표에게 전화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김 단장은 설명했다.

당시 이 전 최고위원이 박 전 대표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은, 이유미 씨로부터 전달받은 조작된 '카톡' 화면캡처 사진 외에 "대화명 중 ○○, 박△△는 문준용과 함께 파슨스에서 공부했던 친구들입니다", "대화 내용을 보시면 문준용은 돈을 물 쓰듯이 한다는 것, 고용정보원에도 아빠(문재인)가 넣어보라고 해서 넣었다고 친구들한테 말했다고 합니다", "대표님, 어떻게 하면 좀더 이슈를 만들 수 있을까요?"라는 것이었다.

이 전 최고위원이 이 메시지를 보낸 시점은 이 씨로부터 해당 화면캡처 사진을 전달받은 지 5시간 후의 일이다. 당 내에서 누구보다 먼저 박 전 대표에게 보고한 것이다. 김 단장은 "박 전 대표가 당시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었고 정무 감각이 있으니 이 화면을 보내 드리고 박 전 대표의 자문을 구하고 싶은 의도로 보냈다"고 이 전 최고위원이 진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전날인 이달 28일까지 이런 메시지가 왔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게 박 전 대표 본인과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의 입장이다. 김 단장은 "5월 5일 발표 이전에 박 전 대표가 이 부분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저희가 확인한 바로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고 현재까지 나온 증거에 의해 이렇게(확인했다)"고 했다.

박 전 대표도 직접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어제 28일 제 보좌관으로부터 '이 전 최고위원이 이유미 씨와 주고 받은 카톡 내용을 보냈다'는 질문을 기자로부터 받았다고 보고받았다"며 "즉각 비서관이 보관하는 전화를 확인하니 지난 5월 1일 오후 4시 32분, 33분, 37분, 46분 이 전 최고위원이 이유미 등 3인과 대화한 카톡을 캡쳐한 내용 11개를 바이버로 보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지원 몰랐다?'. '이준서도 속았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 공명선거추진단장을 맡았던 이용주 의원은 전날 기자 간담회를 열어 '이준서도 속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그 근거로 이 전 최고위원과 이유미 씨 사이에 오간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관련 기사 : 이유미 '조작된 한방' 어떻게 국민을 속였나?)

그리고 다음날인 29일에는 당 진상조사단이 브리핑을 열어 '박지원도 몰랐다'고 했다. 국민의당의 연이틀 기자 간담회는, 이번 사태에 대선 당시 지도부가 개입돼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안간힘이다.

하지만 사실관계에 대한 의혹 규명, 그리고 정치적 해법이라는 두 차원에서 국민의당은 여전히 위기에 처해 있는 상태다.

먼저 사실관계 부분에서, 국민의당의 해명을 곧이듣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전날 이용주 의원이 공개한 이 전 최고위원과 이 씨의 대화 내용으로 미루어 보아, 이 전 최고위원은 이 씨가 건넨 파일들이 조작된 것을 실제로 몰랐을 개연성이 높다.

하지만 파일을 전달받은 후, 기자회견 때까지 이 전 최고위원이 당의 누구와 상의했는지에 대해서는 "누구하고도 상의하지 않고 공명선거추진단과만 의논했다"는 본인의 진술(29일 김관영 단장 브리핑)을 내놓은 것 외에 객관적 자료 등을 통해 이같은 주장을 입증하지는 못한 상태다. 때문에 당의 운명이 검찰에 달렸다는 말이 당 안팎에서 공공연히 나온다.

의심스러운 대목은 이 전 최고위원이 이유미 씨로부터 조작된 파일을 전달받은 때로부터 5월 5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이 이를 공개한 시점까지의 시차가 상당하다는 부분이다. 이 전 최고위원이 이 씨에게 '카톡 캡처' 파일을 전달받은 것은 5월 1일 오전 11시경이었고, '통화 녹취' 음성파일을 전달받은 것은 5월 3일 0시 9분, 내용을 일부 보강한 두 번째 통화 녹취 파일을 받은 것은 5월 3일 오후 3시 29분이었다.

이용주 의원은, 이 전 최고위원이 당 공명선거추진단에 해당 의혹을 전달한 시점에 대해 "5월 2일 또는 4일"이라고 했지만 앞뒤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전달 시점은 4일일 가능성이 높다. 이 의원에 따르면, 녹음 파일을 공명선거추진단 간부들이 검증한 날이 5월 4일이다. 이 의원은 "5월 4일에는 제가 서울에 없고 여수 지역구에 내려간 관계로, 김인원 부단장에게 이 부분 검증을 하라고 지시했다"고 전날 말했다. 또 한 당 관계자는 이 전 최고위원이 '이용주 의원과 이 문제를 상의해야 한다'며 이 의원의 전화번호를 자신에게 물어봤는데, 그것이 5월 4일의 일이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 전 최고위원은 '카톡 캡처' 파일은 입수 5시간만에 박지원 당시 대표에게 바로 보고했는데, 그보다 더 결정적 증거일 수 있는 음성 녹음 파일은 입수 후 하루가 지나도록 당의 아무와도 상의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당 진상조사단도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 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날 이용주 의원이 '2일 또는 4일'이라고 했던, 당 공명선거추진단에 의혹이 처음 전달된 시점이 특정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구체적 날짜는 확실히 특정되지 않았다. 확인 중"이라고 답했다. 기본적 사실관계 파악에 앞서 '지도부는 몰랐다'는 방어막을 치기에 급급했다는 정황이다.

또 김관영 단장 스스로 인정한 것처럼, 당 자체 조사라는 특성 때문에 생긴 기술적 한계도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이 박지원 전 대표에게 '바이버' 외의 다른 방법으로 소통을 시도하지는 않았는지, 오간 메시지 중 일부가 혹시 삭제된 것은 아닌지, 5월 2일부터 5일 사이에 이 전 최고위원이나 김 비서관이 박 전 대표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은 아닌지 등은 모두 관련자들의 진술만 있을 뿐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증빙하기 힘든 상태다.

사실관계 규명 뿐 아니라. 정치적 차원에서도 국민의당의 해법은 막막한 상태다. 국민의당은 지난 27일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을 시작으로 지도부가 연거푸 "사과" 발언을 내놓고는 있지만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당의 기반인 호남에서도, 광주 지역 시민단체들이 당을 규탄하는 회견을 열고 있는 실정이다.

대선 당시의 사안인 만큼 안철수 당시 대선후보가 직접 나서야 일이 풀릴 실마리라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안 전 후보는 당장은 입장 표명에 나설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후보는 검찰 조사 등을 통해 사건 관련 내용이 밝혀지는 것을 기다리고 있으며, 사실관계 파악이 어느 정도 된 후에야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안 전 후보는 지난 24일 이준서 전 최고위원과 독대했다고 이날 SBS 방송이 보도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방송 인터뷰에서 "이유미 씨의 요청으로 안 전 후보를 5분간 독대했지만, (이 씨 등에 대한) 고소·고발 취하 문제만 논의했다"며 그날까지는 자신이나 안 전 후보 모두 조작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안 전 후보 측은 이 전 최고위원이 당시 조작 사실은 모르는 상태였으며, 단지 자신과 이 씨 등이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는데 당에서 도와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했고 안 전 후보는 주로 이를 듣기만 했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원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