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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한국 통신 요금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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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한국 통신 요금 비싸다" [다시 불붙는 통신비 논란③] 방통위 "시장 손에"…이통사 "할 만큼 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1일 가입국의 통신 요금을 비교한 '커뮤니케이션 아웃룩 2009'를 발표했다. 지난달 한국소비자원이 우리나라 통신비가 비싼 수준이라고 발표한 이후 방통위와 이동통신사는 OECD가 내놓을 보고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OECD 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의 이동통신 통화 요금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통신비 인하 논쟁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다시 불붙는 통신비 논란①] 소비자원 vs 통신업체·방통위

[다시 불붙는 통신비 논란②]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 인터뷰

2005년부터 순위 상승…방통위 "현실 반영 못 해"

OECD는 각국의 통화요금을 각각 소량, 중량, 다량 소비자로 나누어 분석했다. 월평균 음성통화 44분, 단문메시지(SMS) 33건을 이용하는 소량층에서 우리나라는 30개 회원국 중 6번째로 높았다. 음성통화 114분, SMS 50건을 이용하는 중량층에서는 12위였고 음성통화 246분, SMS 55건을 이용하는 다량층에서는 17위를 기록했다. 다량층을 제외하고는 모두 OECD 평균보다 높았다.

▲ OECD 통신 요금 조사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2005년과 비교했을 때 다른 나라보다 통신요금이 상대적으로 비싸진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요금 수준은 2007년보다 약 14% 인하되었지만 순위가 올라간 것은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의 인하 폭이 적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방통위와 이통사들은 OECD의 조사 방법이 우리나라의 실제 요금을 반영할 수 없었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방통위는 12일 "OECD의 요금 비교는 30개 회원국 1, 2위 사업자의 약관상 표준요금만을 비교하고 요금감면이나 할인상품은 제외되어 있다"며 "저소득층 감면, 가족할인, 결합상품 등 할인요금제가 발달한 우리나라는 (조사에서) 실제 지급액보다 요금수준이 훨씬 높게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방통위는 "지난 2년간 재판매사업자(MVNO)를 통한 시장경쟁 활성화가 다른 나라에 비해 미흡하고 단말기 보조금이 요금에 반영돼 요금수준이 높다"며 "소량 이용자의 경우 선불요금제를 활성화해 요금을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방통위는 앞으로도 "시장친화적인 정책 추진"을 통해 통화 요금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국제기관의 비교 결과는 우리나라 요금의 특수성을 들며 깎아내리고 상대적으로 비싼 무선데이터통신 요금을 인하하거나 재판매사업자를 시장에 진입시켜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방통위 "물가 반영하면 통신비 10% 감소"

방통위는 '시장'을 고집하는 이유로 사실상 이통사들의 요금을 강제할 수단이 없는 점을 들고 있다. 방통위 통신이용제도과의 이영철 사무관은 "방통위의 요금인가제는 요금을 올릴 때만 허가를 받고 내리는 경우는 신고제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이통사들이 요금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한 방통위가 간섭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이통사들이 가입자의 통화를 10원 단위로 과금해 실제로 발생하지 않는 통화부분의 요금을 취하는 '낙진 요금'에 대해서도 "이통사들이 스스로 조정해야 할 문제지 개입할 순 없다"고 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부가 인수위 시절 통신비 20% 인하를 공약한 것에 대해서도 방통위는 "현재 가계지출 대비 통신비 비중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라는 입장이다. 이 사무관은 "(20% 인하 공약 이후) 가구당 통신비 지출액이 3.8%, 약 4000~5000원 하락했다"며 "물가상승률 6.4%를 반영하면 실질 하락폭은 10.2%로 더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가계지출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7년 6.5%에서 2009년 1분기에 5.8%로 0.7%포인트 하락했다는 것이다.

반면에 통신비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것은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GDP 규모가 낮은 수준이라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평가절하했다. 방통위는 "이동통신이 단순 통신수단을 넘어 문화, 경제활동의 핵심이 돼 이용량이 최고 수준이 달해 상대적으로 요금이 높게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방통위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망을 임대해 가입자를 모으는 재판매사업자를 새로 시장에 진입시켜 독과점 시장에서 가격 하락을 촉발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규제가 풀린 후 MVNO가 얼마나 들어올지는 방통위도 확실히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신호"로 기대할 뿐이다.

▲ 지난달 27일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이어 OECD의 통화요금 조사에서도 우리나라 요금 순위가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이통사 "측정방식 문제…지금도 요금 내리고 있어"

이통사들은 OECD의 보고서가 나올 때마다 요금 인하 요구에 시달려 왔다. 그때마다 SMS 요금을 10원 내리거나 망내 할인요금, 결합 상품 등을 내놓으면서 직격탄을 피해갔다. 이번 OECD 발표가 있자 이통사들은 국가별 조사방식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이통사들은 지난달 소비자원이 과다 요금의 근거로 제시한 메릴린치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OECD 보고서의 측정방식에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은 OECD 보고서가 나온 11일 보도자료에서 "지난 메릴린치 보고서에서 요금이 가장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던 미국이 OECD 조사에서는 소량과 중량층에서 가장 비싼 국가로 나타나 조사 방법에 따라 순위가 크게 차이나는 만큼 객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LG텔레콤의 강신구 차장도 "우리나라 월평균 통화량이 313분으로 OECD 보고서의 다량 사용자층 기준보다 훨씬 많다"면서 "OECD나 메릴린치 등 현재 국가별 통화요금을 비교한 자료 중에 신뢰할 만한 기준을 세운 보고서가 사실상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통사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내놓은 할인 요금제와 결합 상품이 실제로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고 항변한다. 강신구 차장은 "망내 할인 요금제 시행에 따른 매출액 감소폭을 봤을 때 이통 3사가 할인한 액수가 1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도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결합상품 할인액이 2589억 원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2008년에만 1조147억 원의 절감 효과가 있었다"고 거들었다.

반면에 신규가입자에게 지급하는 보조금 출혈 경쟁은 여전히 심각하다. SK텔레콤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영업실적을 보면 올해 2분기 순이익은 3120억 원으로 1분기보다 5억 원이 줄었다. 마케팅 비용은 6170억 원에서 8860억 원으로 44%나 증가했다. LG텔레콤도 2분기 순이익이 383억 원으로 1분기 1157억 원에서 67% 감소한 반면 판매 수수료는 2분기 4240억 원으로 1분기 2872억 원에 비해 48% 늘었다. KTF와 합병한 KT도 2분기 판매 수수료가 3320억 원에 이른다.

▲ 이동통신 3사의 2009년 2분기 수익은 총 8000억 원을 넘어섰다. ⓒ뉴시스

"가입비·기본료 설비투자 때문" 해묵은 주장 되풀이

하지만 이통사들은 이 역시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KT의 한영진 대리는 "국내에서 1년에 2000만 대에 가까운 휴대 전화가 판매된다"며 "보조금 혜택이 일부에게만 돌아간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가입자가 4500만 명인데 어림잡아 절반 가까이 이득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보조금을 요금 인하 비용으로 전환하라는 소비자 단체의 요구에는 "보조금 지급은 정부 규제 완화에 따라 시작된 것인데 경쟁상황에서 먼저 나서기 쉽지 않다"면서 팔짱을 끼고 있다.

소비자 단체가 줄기차게 주장하던 단문메시지(SMS) 요금, 가입비, 기본료 인하 요구에도 이통사들은 기존의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SMS를 따로 분리해 원가를 추정하기 어렵고, 가입비와 기본료 수입은 추가 설비투자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강신구 차장은 "신규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가 크기 때문에 새로운 통신망을 설치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고 있다"며 "우리나라 설비 교체 속도는 다른 국가에 비해서도 잦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통사들은 가계지출 중 높은 통신비 비중의 원인은 통화료가 아니라 오히려 낮은 통화료에 비해 많은 통화량 탓이라며 방통위와 입을 맞추고 있다. 그 근거로 메릴린치 보고서에서 분당 음성통화료를 구매력이 아닌 실질 환율로 계산했을 때 0.08달러로 OECD의 29개 가입국 중 24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한편으로 조사 결과의 타당성을 의심하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는 가져다 쓰고 있는 셈이다.

업계 내부에선 통신 요금 인하 요구를 정부 산하기관인 소비자원에서 시작한 것에 대해서도 "정치적 이슈화가 아닌가"라며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정부가 '친서민 행보'의 일환으로 공약사항이기도 했던 통신 요금을 '제물'로 삼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통신 요금에 대해 지속적인 소비자 운동을 벌여온 서울기독교청년회(YMCA) 시민중계실의 한석현 간사는 "이통사들이 메릴린치나 OECD의 자료에 대해서는 조사 방법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요금이 낮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조사가 발표될 때마다 적극적으로 반격하고 나서는 것 자체가 그들 스스로 요금 인하 여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통위와 이통사들은 조사 결과의 진위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통신비 부담을 체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해묵은 주장을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인하 효과를 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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