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대출·재산축소신고·박연차 게이트 연루 등등의 의혹을 일일이 열거할 필요조차 없다. 그가 어제 청문회에서 시인한 사실, 즉 도청 직원을 가사도우미로 쓰고 관용차량을 부인이 사적으로 쓰도록 한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 경남지사 시절 서울 출장 때마다 특급호텔에 머물렀다며 93만 원의 숙박비를 제시한 야당 의원에게 "도민을 대표해 일하러 간 지사가 여관에서 잘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한 그의 언행을 추가하면 더 풍부해진다. 그가 혹임을 입증할 증좌는 차고 넘친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는 '젊은 늙은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개각 며칠 전 관료들을 질타하며 비유했던 '젊은 늙은이'의 표본이 바로 김태호 후보자다. 나이는 젊지만 구태와 고루한 사고를 답습하는 점에서 그는 분명 '젊은 늙은이'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는 '걸림돌'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천명한 "정의가 꿈틀거리고 약자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공정한 사회"를 비웃은 사람이 바로 김태호 후보자다. 정의는 고사하고 정도도 지키지 않고, 약자를 보듬기는커녕 머슴 부리듯 한 점에서 그는 분명 '공정'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 김태호 총리 후보자 ⓒ프레시안(최형락) |
그래서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밀어붙이려 할 것이다. 국회 본회의를 열어 인준 표결을 감행하려 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와의 회동이 '화기애애하게' 끝난 만큼 친박계의 '반란표'를 크게 걱정하지 않고 통과시키려 할 것이다. 그러면 그의 각종 문제를 없던 일로 삼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내처 달리려 할 것이다.
헌데 어쩌랴. 그래봤자 '룰렛'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붙었던 혹이 한나라당에 옮아가 찰싹 달라붙을 뿐이다.
한나라당은 야당의 완강한 저항을 돌파해야 한다. 다른 장관 후보자들 역시 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을 둘러싸고 야당과 줄다리기를 하겠지만 차원이 다르다. 해당 상임위 간사들끼리의 입씨름으로 제한되기에 노출도가 덜하다. 하지만 인준 표결은 그렇지가 않다. 본회의를 열어 야당의 저항을 제압하며 표결을 강행하는 모습을 국민 앞에 고스란히 드러내야 한다. 알 것 다 아는 국민 앞에서 짐짓 모른 체 투표하는 모습을 내보여야 한다. 지방선거 참패 후 납작 엎드리는 모습을 보여 7.28재보선을 무사통과했던 한나라당이 다시 고개 빳빳이 드는 모습을 연출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생색은 낼 것이다. 한나라당 안에서 한두 명의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니까 이걸 앞세워 '물타기'를 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소용없다. 그럴수록 '상대평가' 여건만 조성한다. 그 어떤 장관 후보자보다 가짓수가 많은 의혹을 달고 있는 김태호 후보자이기에 '이 사람도 낙마시키는데 김태호 후보자는?'이라는 반문만 초래할 것이다.
그렇게 퇴색해 갈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세대교체 구상과 공정사회 화두가 빛 바래가는 것처럼 한나라당의 환골탈태 액션 또한 퇴색해갈 것이다.
그렇게 전이될 것이다. 악성 혹, 김태호 후보자의 문제가 여권 전체에 악재를 퍼뜨리는 결과를 빚게 될 것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