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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제 버리기가 개헌의 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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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제 버리기가 개헌의 답인가?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정부형태개헌론의 쟁점과 방향
현행 대통령제 정부형태는 소선거구제하에서 사표를 남발하여 국민의 민주적 대표성을 소홀히 하는 선거제도와 당내민주주의가 취약한 정당제도 때문에 의회가 대통령의 권한남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거나 대통령과 의회의 대립으로 국정이 표류하는 부정적 측면이 대두되어 왔다. 특히 국민의 정치참여를 과도하게 억압하는 정치관계법과 갈등유발적 정치문화 때문에 국민의 국정통제권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이 민주정치체계가 오작동하는 근본원인이다.

이러한 조건하에서 입법권과 행정권을 융합하는 내각제는 현행 정부형태의 문제점을 더욱 악화시켜 오히려 제왕적 총리제나 일당장기독재를 초래할 수 있고 국민과 대의기관의 괴리를 심화시킬 수 있는 정부형태이다. 소위 분권형 대통령제로 불리는 혼합형 이원정부제 또한 내각제를 변형한 것으로 내각제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과 총리간의 권력갈등요소를 구조화한다는 점에서 개악에 가깝다. 따라서 현행 정부형태를 유지하여 그동안의 대통령제적 운용경험과 정치행정인프라를 효과적으로 계승하고 국민의 행정권 선택권을 보장하는 한편 인사권과 재정권에 대한 국정통제권을 강화하고 대통령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대통령직선 4년 중임제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안이다. (필자)

정부형태 개헌논의의 현황과 문제점

국회의 개헌특위를 중심으로 정부형태 개헌론이 공론화되고 있다. 6월항쟁으로 87년 헌법이 제정되어 한국 민주화의 이정표를 구축하였으나 이후로도 정치체계의 민주성과 효율성를 강화하기 위한 논란은 지속되어 왔다. 특히 5년 단임 대통령 직선제가 일곱 차례의 정부교체를 통해 장기집권의 굴레를 끊어내었지만 임기 중 나타나는 레임덕의 문제나 부정부패 혹은 국정농단의 반복은 정부형태에 대한 불만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었다. 국회를 포함한 기성정치권에서는 한국 정치체계가 오작동되는 주요 원인으로 대통령제 정부형태를 지목하고 내각제 혹은 이원정부제로의 개헌을 주장하는 움직임이 상당한 세력을 확보하고 있다. 일부 개헌관련 시민단체들도 이에 동조하는 움직임을 지속해오고 있다.

한편 87년 체제에서 정치체계의 불안정성과 비효율성이 지속적인 개선과제로 등장하고 있는 점을 부인하지 않지만 정부형태를 그 주요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에는 반대하는 논의도 만만하지 않다. 정부형태는 정치체제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가운데 하나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헌정은 단순히 제도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이 반론의 주요논지다. 그 원인에 있어 정부형태의 문제보다는 정부형태를 지탱하는 선거제도나 정당제도 등 입법적 장치들의 문제와 합의정치를 이루어내지 못하거나 헌법을 경시하여 권력을 남용하는 정치리더십 중심의 정치문화의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한마디로 헌법제도의 문제라기보다 입법제도나 운용의 문제가 한국 정치체제의 개선과제로는 입장이다.

무릇 개혁이란 원인진단과 그에 입각한 적절한 대안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형태 개헌논의의 원인을 명확히 밝히고 제도적으로 개선할 점이 무엇인지를 합리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정부형태 개헌론의 과제가 되고 있다.

정부형태의 개념과 유형

일반적으로 정부형태는 권력분립의 원칙에 따라 국가권력을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구조를 말한다. 국가권력 가운데 입법권과 행정권을 어떻게 구성하고 이들 간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의 문제가 정부형태 논의의 중심을 이룬다.

헌법에 의해 정치과정이 통제되고, 국가권력이 권력분립의 원칙에 의해 분할되어야 한다는 근대 입헌주의(constitutionalism) 체제하에서는 전통적으로 두 가지 정부형태가 구분되었다. 입법권을 가지는 의회에서 다수파의 지지를 받는 정당의 대표가 행정권의 수반을 맡아 내각을 구성하여 행정권을 행사하는 의원내각제 혹은 내각책임제가 가장 오래된 근대적 정부형태이다. 미국혁명을 거치면서 전통적으로 입법권을 가지는 의회로부터 독립되어 법을 집행하는 행정권을 별도의 민주적 정당성을 가지는 대통령에게 전속시키는 대통령제 정부형태가 출현하였다. 이 두 가지 전통적인 정부형태가 이론적으로는 대표적인 정부형태로 이해되어 왔지만 현실정치에서는 각 나라별로 고유한 정치적 필요에 따라 특유의 정부형태가 발전되었다. 특히 20세기 들어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혼합하는 혼합형 혹은 절충형 정부형태가 다수 출현하였다.

혼합형 가운데에는 내각제에 기초하여 행정권의 수반을 수상이나 국무총리에게 부여하지만 대통령에게도 제한된 범위의 행정권을 부여하는 내각제형에 기초한 이원정부제와 대통령을 행정권의 수반으로 하면서 국회의 신임과 연계된 수상에게 일정한 독자적 권한을 인정하는 대통령제에 기초한 이원정부제로 구분되고 있다. 혼합형의 경우 그 결합의 형태도 다양할뿐더러, 제도적인 형태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운용면에서는 내각제나 대통령제로 운영되는 경우도 많아 그 동질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 결과 용어도 준대통령제, 반대통령제, 반의원내각제, 이원정부제 등 다양하며, 우리나라의 경우 근래 ‘분권형 대통령제’로 명명되기도 한다.

현행 정부형태의 특징과 문제점

현행 정부형태의 특징은 대통령제를 중심으로 내각제적 요소가 부분적으로 혼재된 것이다. 한마디로 대통령제적 외피를 가지지만 현실적으로는 내각제적 운용을 가능하게 하는 여러 가지 제도적 문화적 계기들이 존재한다. 정치적 운용에 따라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이 작동하는 경우 대통령의 독단적 행태가 정치체제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지만 내각제적 운용에 따르면 국민이 직선한 대통령의 역할이 미미해 질 수도 있는 유동성이 강한 정부형태다.

이러한 현행 정부형태에 대한 비판론자들의 논지는 크게 다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대통령 5년 단임제에 따른 정치체제의 비효율성과 불안정성에 대한 비판이 있다. 정부형태 개편론들은 5년 단임제가 ① 여소야대에 따른 분할정부의 일상화, ② 책임정치의 부재, ③ 선거의 빈발로 인한 낭비와 국정의 불안정성의 심화, ④ 정당정치의 약화, ⑤ 장기적 국가전략과제와 미래과제의 일관적 수행의 한계, ⑥헌법구조의 중대변경을 예고하는 개헌운동, 대통령중간평가, 탄핵 등 헌법사태의 반복과 같은 치명적인 문제점을 낳았다고 주장한다.

둘째, 여전히 취약한 정부형태의 민주성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예를 들어, ① 대통령 결선투표제의 결여에 따른 부작용, ② 국무총리제의 민주적 정당성의 부족과 정부형태상의 체계적 정당성의 미흡, 나아가 제대로 헌법상 대통령통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문제점, ③ 비례대표제의 입법위임에 따른 비민주적 선거제도의 고착화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다.

종합하면, 대통령의 권한남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거나 대통령과 의회의 대립으로 국정이 표류하는 부정적 측면이 현행 정부형태의 핵심적 문제점이다.

세 가지 대안에 대한 비판적 검토

현행 정부형태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크게 세 가지가 제시되고 있다. 첫 번째 대안으로는 현행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 대통령이 독재화할 수 있는 위험성을 통제하기 위하여 대통령과 정부의 권한을 축소하거나 의회나 사법권 등 국정견제권을 확대하는 안이다. 두 번째 대안은 정부형태를 내각제로 완전히 탈바꿈시켜 의회중심의 정치체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세 번째 대안은 혼합형인 이원정부제로 행정권을 분할하여 대통령과 국무총리에게 분산시키고 국무총리에 대한 의회통제를 결부시키는 안이다. 이 대안들을 현행 정부형태의 문제점 분석에 기초한 개혁의 필요성 및 대안의 문제해결적 효과, 개혁에 대한 시대정신적 요청을 중심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현행 정부형태의 제도구조적 문제점은 내각제적 요소를 반영한 변형된 대통령제로서 대통령제에 고유한 분할정부의 한계점으로 대통령의 제왕적 행태와 식물대통령이 모두 출현할 수 있는 구조적 유동성 혹은 불안정성이다. 특히 승자독식형 대통령 및 국회의원선거제도, 정당제도의 취약, 법집행권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문화적 조건의 미성숙, 국민의 정치참여에 대한 구조적 억압체제 등과 결합하여 헌정의 비효율과 부패에 취약한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원인분석에서 보듯 대통령제의 한계는 제도 자체에 기인한 문제 외에 하위정치제도와 정치문화적 요인에 의해 증폭되어 온 만큼 정부형태 이외에 대통령과 행정권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개헌과 입법개혁으로 상당부분 치유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특히 대통령의 권력남용경향은 대통령제 정부형태의 문제라기보다 권력통제장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는 의회의 입법능력부족이나 검찰 등 법집행기관의 독립성 약화가 근본원인인만큼 의회의 민주성강화와 검찰개혁 등 입법개혁의 필요성이 더 크다.

무엇보다 대통령제는 오랜 기간 운용되어 정치행정인프라에 안정성을 가지는 장점에 더하여 국민의 행정권 수반에 대한 직접 선택권을 유지함으로써 국민주권주의의 실현에 친화적이어서 국민의 선호도가 높다. 나아가 대통령제는 의회를 중심으로 한 정파적 과두제의 위험으로부터 민주공화적 헌법가치를 구현하는데 친화적인 정부형태로서의 장점이 있다. 다만 부분적으로 대통령에 대한 국회나 국민의 국정통제권을 더욱 강화하고 인사권과 재정권에 대한 폐해를 제어하기 위한 다양한 정부행정개혁이 헌법정책적으로나 입법정책적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 검사장직선제 도입 등 검찰개혁, 감사원독립화, 국가인권위원회나 방송위원회 등의 독립행정기관의 헌법화를 통해 대통령과 정부의 권한을 축소하거나 대통령에 대한 견제권을 강화하는 방안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 또한 국정통제기관으로서의 사법권을 강화하기 위해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을 박탈하는 한편 대통령의 대법원이나 헌재와 같은 독립헌법기관에 대한 대통령의 실질적 인사권을 제한하고 오히려 국민의 결정권이 강화되는 방안으로 개혁하는 것이 고려되어야 할 보완방안일 수 있다.

한편으로는 국무총리제를 폐지하여 대통령과 각부장관의 정책집행력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행정부의 국회의존성을 약화시키는 순수대통령제적 방안이나 의원내각제적 요소를 더욱 강화하여 책임총리제로 운용가능한 대통령중심의 완화된 이원정부제도 그나마 차선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둘째, 내각제는 선거제도나 정당제도의 개혁과 더불어 고려되어 봄직한 정부형태이기는 하나 87년 체제의 최대장점인 대통령직선이 가지는 직접민주제적 효과가 반감되는 근본적 문제점이 있다. 즉 주권자이자 헌법개정권력자인 국민의 선호도가 낮다는 점에서 그 정치적 정당성이 약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구조적으로는 ‘국회의원의, 국회의원에 의한, 국회의원을 위한 정부형태’라는 점이 고질적인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다. 내각제는 의회에 의존하여 행정부가 구성되는 체제로서 의회의 민주적 대표성이 강하여 국민의 신뢰가 높고, 의회를 작동하게 되는 정당의 당내민주주의가 잘 구축되어 있는 경우에 책임정치를 구현하기에 적합한 정부형태라는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이런 조건이 미약한 우리나라에는 도입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이다. 나아가 합의정치의 문화가 약한 우리나라의 경우 입법권과 행정권이 융합한 정부형태여서 제왕적 총리나 일당독재의 출현에 의하여 현행 제도보다 더 심한 반민주공화적 독재의 폐해를 초래할 수 있는 결정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그나마 국민적 동의를 얻는다고 하더라도 붕당적 성격의 정당체제와 사표가 남발되는 소선거구제의 상대다수대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정치관계법과 정치문화의 개선이 전제가 되어야만 고려해 볼 수 있다.

셋째, 소위 ‘분권형 대통령제’로 제시되고 있는 이원정부제는 그 구상이 기본적으로 행정권의 수반을 직선대통령이 아닌 의회에서 선출하는 총리로 보는 안이라는 점에서 내각제를 본질로 한다고 할 수 있어 내각제에 고유한 문제점이 그대로 나타날 수 있다. 이 제도는 그런 구조적 문제점 외에도 절충형 제도이다보니 대통령제의 문제점과 내각제의 문제점이 동시에 발현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무엇보다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의 행정권이 과도하게 축소되어 국민주권주의를 축소시킬 수 있다는 점, 집권적 정치체제하에 제왕적 총리 혹은 제왕적 집권정당에 의한 독재적 경향이나 식물정부의 위험성은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더 증폭시킬 수 있어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을 합리적으로 통제하는 행정부 조직 및 체제를 수립하는 것을 중심으로 대통령제를 기본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국민의 선호에도 부합하고 민주공화국 원리나 그 동안 발전되어온 정치행정인프라를 효과적으로 승계하는 개혁적 개헌방향이라고 본다.

이 글은 2017.2.10. 한국공법학회와 국회입법조사처가 공동개최한 토론회에서 '권력구조의 개헌방향'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한 글과 필자가 기존에 발췌한 개헌관련 다양한 글을 발췌요약·보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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