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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바른정당 통합, 되긴 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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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당-바른정당 통합, 되긴 되는 건가요? 불안한 다당제…'통합론 vs 자강론' 갑론을박 가열
추석 연휴입니다. 차례상 앞에서 가족들 간 안부를 묻고, 그간 못 나눈 이야기를 주고받는 때입니다. 때로는 TV 뉴스를 보며 이런저런 시사 이야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가장 관심을 많이 받는 시사 분야는 단연 정치이겠지요. 특히 불과 4개월여 전이었던(!) 대선 이후, 정계 개편에 대한 가능성은 꾸준히 관심거리였습니다. 이번 명절에도 '그래서 유승민은 자유한국당과 합치는 거냐', '안철수 당은 민주당이랑 어떻게 되는 거냐'는 등의 이야기가 나올 법합니다.

가장 약한 고리, 바른정당

최근 정계 개편 이슈가 나올 때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곳은 유승민 의원이 대선후보였던 바른정당입니다. 이는 바른정당이 정계 개편에서의 '가장 약한 고리'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옛 새누리당에서 탄핵 찬성파 의원 30여 명이 탈당해 만든 이 정당은, 대선 기간 중 10여 명의 의원들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합류하면서 이제 딱 20명만 남아 있습니다. 20명은 국회 '교섭단체' 기준을 간신히 채운 수준입니다. 교섭단체와 비(非)교섭단체는 상임위 배분, 의사일정 협의, 정당 보조금 등 모든 면에서 받는 대우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원내 정당임에도 비교섭단체인 정당에는 정의당(6석), 새민중정당(2석), 대한애국당(1석) 등이 있습니다.

바른정당은 '한국당과 다시 합치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 일명 '통합파'와, 통합보다 보수 혁신이 더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자강파' 간의 의견 대립을 빚고 있습니다. 당내 다수파는 자강파이지만, 1명만 탈당해도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하는 상황에 있기 때문에 통합파 의원들의 영향력도 만만치 않습니다. 유승민 의원과 함께, 당의 2대 주주로 꼽히는 김무성 의원이 통합파의 좌장 격입니다.

김무성 의원은 한국당 정진석 의원과 함께 '열린 토론 미래'라는, 한국당·바른정당 의원 수십 명이 참여하는 의원 모임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지난 27일 밤 한국당과 바른정당 3선 의원 10여 명이 회동을 하고 '통합추진위'를 만들기로 했는데, 여기 참석했던 바른정당의 중진 김영우·김용태·이종구·황영철 의원도 김 의원이 새누리당 대표였을 때 당직을 맡았던 등 김 의원과 가까운 사이로 분류됩니다.

바른정당 자강파는 유승민 의원의 당 대표 출마 선언으로 전선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혜훈 전 대표, 하태경 최고위원, 남경필 경기지사, 정병국 의원 등도 자강파로 분류됩니다. 원외 지역위원장들 가운데 다수도 자강파입니다. 김무성·정진석 의원이 '열린 토론 미래' 모임을 만든 것처럼, 자강파 의원들은 바른정당 소속이지만 호남이 지역구인 정운천 의원(전북 전주을)과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국민통합포럼'이라는 모임에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국민통합포럼은 지난 26일 단순히 세미나나 의견 교환을 하는 수준을 넘어, 이번 10월 정기국회에서 공동으로 입법 활동을 추진하는 등 연대를 질적으로 강화하는 모색도 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혜훈 대표 시절, 이 대표는 당선 인사를 온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게 '정치 개혁을 공동으로 추진해보고, 이를 고리로 더 높은 차원의 연대도 모색해 보자'는 취지의 제안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관련 기사 : 이혜훈 "저와 안철수 싱크로율 99%") 다만 바른정당 자강파는 국민의당과 '통합'을 추진한다기보다는, 정책 연대를 기본으로 하되 상황에 따라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선거 연대가 가능하다면 한다는 정도 생각이 최대치인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당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원하나


그러면 바른정당 통합파, 자강파가 각각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는 한국당과 국민의당의 사정은 어떨까요. 먼저 한국당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전당적으로 마냥 찬성하고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의석(현 107석)이 20석 늘어나면 현재 원내 제1당이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121석)을 앞서게 되지만, 이런 '몸집 불리기'는 통합의 충분한 이유가 되지 못하는 듯합니다. 명분에서도, 실리에서도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바른정당과의 통합 조건으로 거론되는 것은 한국당의 '인적 청산'입니다. 바른정당 의원들이 옛 새누리당을 탈당한 명분이 '보수 혁신'이었고, 이는 사실상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계와의 결별을 의미합니다. 바른정당 내에서는 통합에 비교적 우호적인 의원들 사이에도 '서청원 의원 등 친박 8적은 반드시 청산돼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펴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한국당은 '류석춘 혁신위'가 마련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 중진 의원들에 대한 출당 권유안을 아직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습니다. 혁신위가 건의한 박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출당 조치를, 홍준표 지도부가 집행하지 않고 미루고 있는 겁니다. 심지어 28일에는 최경환·유기준·김진태·박대출 의원 등 친박계 핵심으로 꼽힌 의원들 10여 명이 집단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영장 재청구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한국당 3선 의원들이 바른정당 3선 의원 4명과 저녁을 먹으며 '통합추진위'를 출범시키자고 다짐한 바로 다음날 오전이었습니다.

한국당 내 친박계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 때 찬성표를 던진 이들에 대해 내심 '배신자'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습니다. 유기준 의원은 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바른정당 의원들이 개별적 입당하는 방식이라면 모르겠거니와 인위적 '당 대 당' 통합은 현재로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개별적 입당이라고 하더라도, 지난번에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해 당 혁신위에서 총선 패배 책임을 물었었는데, 그러면 총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그런 분들이 이런 방식(개별 입당)을 통해서 입당하는 것이야말로 더 이상한 것 아니겠느냐.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개별적 입당이라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선별적인 심사는 있어야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른바 '옥새 파동'을 들어 사실상 바른정당 통합파의 좌장인 김무성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홍준표 대표 등 현재 한국당 지도부도 당 대 당 통합이 아닌 "흡수통합"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홍 대표는 지난 8월 초에는 "아무리 본처라고 우겨도 첩은 첩일 뿐"이라며 바른정당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통합을 인위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거나 "자연스럽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과거 이명박 정부의 '북한 붕괴론'적 대북정책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친박계의 지원을 받고 있는 정우택 원내대표도 "바른정당과의 통합 분위기가 많이 숙성됐다. '통추위'를 통해 좀더 분위기가 무르익을 것 같다"거나 "홍 대표가 10월 16일 전후 박 전 대통령에 관한 조치를 내릴지도 모른다"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당 대 당 통합보다는 '흡수통합'의 방향에서 접근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바른정당 지도부에 통합의 명분을 준다기보다,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에게 탈당의 명분을 주는 차원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정 원내대표는 지난 9월 8일 "저희는 당 대 당 통합이 아닌 흡수통합을 얘기하고 있다"며 "100%는 아니지만 (바른정당) 80% 이상이 같이 갈 것"이라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 보면, 적어도 내년 6월 지방선거 전이라는 비교적 단기간 내에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이 온전한 형태로 이뤄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당의 딜레마 : 안철수와 호남

바른정당 자강파가 연대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국민의당(40석) 역시, 정책 연대는 가능하다고 하지만 '통합'에는 선을 긋고 있습니다. 다만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가 지난 8.27 전당대회에서 대선 3개월여 만에 다시 당권을 잡은 이후,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에 계속 날을 세우면서 '강한 야당', '극중주의'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안 대표의 행보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과 차별화하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안 대표 본인도 민주당보다는 바른정당에 더 우호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안 대표는 지난 9월 15일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국민의당은 합리적인 보수의 가치까지 포괄하며 중도통합의 구심으로 일어나겠다"며 보수 유권자들에게 구애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중도 통합'이란 말이 언론의 관심을 많이 받았습니다. 안 대표는 또 지난 8월에는 여러 자리에서 "제3세력의 중심 정당으로 자리매김 하겠다", "중도 통합의 길로 가겠다", "우리와 생각이 같은 분들이면 누구나 우리와 함께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안 대표는 과거 총선 때나 대선 때 국민의당 내에서 있었던 '자강론 대 연대론' 논쟁의 당사자이기도 했습니다. (여기도 '자강'입니다.) 물론 여기서의 '자강'과 '연대'는 각각 민주당에 대한 자강, 민주당과의 연대라는 뜻이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안 대표가 "중도 통합"을 이야기하는 것은 당 내 호남 중진들, 특히 천정배·정동영 의원이 주장하는 "국민의당은 개혁 야당"이라는 말과 대비됩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2015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맞붙은 후 이듬해 탈당한 박지원 의원도 최근에는 "대북정책을 아주 잘 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에 우호적 평가를 많이 내놓고 있습니다.

때문에, 안 대표 등 국민의당 내 옛 '자강론'파, 혹은 안 대표를 중심으로 한 그룹에서 바른정당과 공조를 추진하는 것은 국민의당 내의 분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른정당과 손을 잡을 경우, 호남 민심이 국민의당에서 돌아설 것이라는 우려로 인해 호남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은 최근 정치권의 뜨거운 이슈인 '이명박(MB) 정부 적폐' 문제입니다. 국민의당 내 정동영·천정배 의원 등은 물론, 호남 출신이지만 보수 성향이 비교적 강한 김동철 원내대표나 민주당보다 바른정당에 더 가까운 성향인 이상돈 의원 등도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MB에 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반면 바른정당은 이 문제가 '정치 보복'이 아니냐는 의심을 끊임없이 보내고 있고,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청와대 만찬 회동 당시 문재인 대통령 면전에서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MB 적폐'가 언론 헤드라인을 연일 장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선거 때까지 지속적으로 쟁점화가 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공동 보조를 취할 수 있을까요? 더구나 안 대표는 그렇지 않아도 'MB 아바타'라는 루머에 시달렸었는데 말입니다.

민주당은 '정계 개편 안전지대'일까?

국민의당과 관련한 또 하나의 가능성은, 안 대표의 '극중주의' 노선이 호남 민심의 이반으로 이어질 우려 때문에 호남 의원들이 안 대표와 결별하고 민주당으로 돌아가려 하지는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한국당과 마찬가지로, 민주당 내에서도 이에 대해서는 당 내에 엇갈린 시선이 존재합니다.

추미애 대표로 대표되는 당 내 주류 친문(親문재인)계는 이들에 대해 '돌아온다고 해도 받아서는 안 된다'는 태도입니다. 추 대표 측의 한 당직자는 "촛불·대선 국면에서 국민의당에 비판적인 온라인 당원들이 대거 가입했고, 이제 당 지지층의 주류가 돼 버렸다. 이들을 버리고 갈 수 없다"며 "국민의당 의원들을 받아준다면 이들이 민주당에 실망하고 탈당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청와대 내에서도 국민의당에 대한 불신과 반감은 상당한 수준으로 전해집니다.

반면 민주당 내에서도 과거 비문계로 분류됐던 의원들이나 고(故) 김근태 의원을 따르는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그룹, 486 그룹, 올해 초 대선후보 경선 당시 안희정 충남지사를 지원했던 그룹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개혁·진보 진영 통합'에 대해 열린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뭔가 다양한 '그룹'에 대해 말했지만, 숫자로 보면 친문계에 비해 이쪽이 소수입니다.)

이들은 대선 전후로 국민의당과의 연대에 대해 긍정적인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문 대통령 열성 지지층으로부터 '문자 폭탄'을 받기도 했습니다. 대선 승리 이후 문 대통령 지지율은 고공행진하고 국민의당은 '문준용 씨 증언 조작' 파문으로 추락하면서 당분간 '연대' 소리가 쑥 들어가기는 했지만,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여소야대라는 상황 때문에 언제든 다시 연대론은 불거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표결 사태가 그 사례입니다.

다만 당내 비주류 쪽에서도, 국민의당과의 '연대'가 아닌 '통합'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이유로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첫째, 당 지지층의 반발, 둘째, 통합 관련 발언이 오히려 국민의당을 자극할 가능성, 셋째, 실제로 성사됐을 경우 당 내 분란에 대한 우려 등의 이유입니다.

정계 개편, '전략'과 관련된 2가지 질문

이처럼 각 당 내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특히 정치적 진로를 놓고 이합집산을 상상·모색하는 것은 (그게 민의를 배반한 '금배지 사수'만을 위한 정략이 아니라는 전제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심지어 의석 수가 6석인 정의당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태도 등을 놓고 대선·촛불 국면에서 이견이 없지 않았습니다. 구 민주노동당·진보신당 출신 등 전통적 선명 진보 노선을 지지하는 이들과, 구 국민참여당 출신들 및 '촛불' 전후 국면에서 새로 당원으로 가입한 신규 당원들 사이의 긴장이 그것입니다. 탄핵에 불복하는 '태극기 집회' 열성 참여자들을 주 지지층으로 하는 조원진 의원의 대한애국당도 새누리당 내 친박계와 입장이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

정치인 각자가 지향하는 노선에 따라 정당을 선택하고 그 기치 아래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다는 것이 정계 개편의 '명분'이라면, '현실' 또는 '전략'이라는 측면에서는 2가지 차원의 질문이 제기됩니다. 첫째, 정당의 존재 이유인 선거에서 얼마나 성공을 거둘 수 있느냐 하는 측면입니다. 한국당-바른정당, 민주당-국민의당의 통합에 대한 시나리오는 결국 '그렇게 해서 지방선거(또는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느냐'는 물음으로 귀결됩니다.

당 차원에서의 승패도 승패이지만, 정치인 개인 차원에서도 결국 정계 개편은 자신의 정치 생명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예컨대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이 성사될 경우, 바른정당의 다선 현역 의원들이 대거 한국당에 복귀하게 된다면 해당 지역구의 한국당 당협위원장들은 어떻게 될까요? 호남 지역구 의원들이 국민의당을 벗어나 민주당으로 돌아간다면, 민주당은 대선 국면에서 문 대통령 선거운동을 한 지역위원장들을 제치고 이들에게 공천을 줄 수 있을까요? 또 국민의당·바른정당 의원들 입장에서는, '재공천 확약'까지는 아니라도 경선이라도 시켜 준다는 보장 없이 당을 옮기려 할까요?

한국당-바른정당의 통합이나 민주당-국민의당의 연대가 어려운 이유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은 사실 여기 있습니다. 반대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일부가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국민의당-바른정당 선거연대'는 이런 현실적 득표 계산의 영역에서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호남과 TK 지역에서는 각자의 '주적'을 상대하고, 수도권에서는 공동 전선을 펴는 식의 전술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는 아직까지 '가능성'의 영역이기는 하지만, 안 대표의 등판 이후 이들 두 당의 연대 시나리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둘째, 비슷한 정치 지향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하나의 정당으로 모이는 것이, 그 정치적 지향을 실현하는 데 꼭 유리하기만 하냐는 측면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표결 당시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구 야권 3당과 바른정당의 의석을 합쳤더니 탄핵 가결선인 200석을 넘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들 정당이 2016년 총선에서 '반(反) 박근혜'라는 하나의 기치 아래 단합해서 선거를 치렀다고 가정한다면, 이 '반 박근혜 단일 정당'은 과연 몇 석이나 얻었을까요? 200석을 넘었을까요?

지금은 정의당의 일부가 돼 있는 구 국민참여당의 경우도 이런 측면에서 보면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참여당은 사실 '원조 친노' 정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을 자임했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재는 정계 은퇴 선언을 한 정의당 평당원 신분이지만), 참여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천호선 전 대표 등. 그런데 이들은 2011년 '진보 통합'의 기치를 걸고 통합진보당 창당에 합류했습니다. 당시 노사모 출신인 배우 문성근 씨 등이 '혁신과 통합'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민주통합당으로 간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였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면, 참여당의 이 선택으로 인해 과거의 친노 지지자 그룹이 현재 민주당과 정의당 2개 당에 걸쳐 포진하게 됩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여권이 보수 야당(한나라당)과 진보 야당(민주노동당)으로부터 좌우 협공을 받았던 경험을 상기해 보면, 유시민·천호선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현 집권세력에 대한 왼쪽으로부터의 비판을 상당히 완화하는 효과를 냈습니다. 현재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야당들 가운데 가장 협조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이는 물론 문재인 정부와 정책적 노선이 일부 겹치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의당 당원들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2011년 당시 참여당 당원들의 '대중적 진보정당' 또는 '진보적 대중정당' 노선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결과적으로' 그렇다는 말입니다.)

이런 복잡한 방정식 때문에, 모든 정치인들이 "인위적 정계 개편은 안 된다"는 틀에 박힌 말을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정계 개편이 인위적이지 자연 현상이냐'라고 빈정댈 수도 있겠지만, 워낙 변수가 많고 불확실성이 큰 작업이다 보니 결국 사람이 뜻하는 대로 되기 힘들다는 진인사대천명의 의미를 담아 "인위적 정계 개편은 안 된다"고들 말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권력이나 정략에 의해 무리하게 추진해 봐야, 잘못하면 선거에서 역풍이나 맞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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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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