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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선거연령 18세 인하"…김성태도 긍정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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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선거연령 18세 인하"…김성태도 긍정 검토 흰 장미 들며 서지현 응원…최저임금 강조 "정의와 상식의 문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정치개혁과 민생 현안에 대해 집권 여당의 입장을 밝혔다. 야당과 대화를 통해 권력기관 개혁과 선거제도 개혁, 개헌 문제를 속도감 있게 풀어가겠다는 구상과 함께 최저임금·주거안정 등 민생 현안에 대한 강력한 입장 표명이 나왔다.

정치개혁 입장은? "공수처장 국회 추천 수용, 개헌 속도 내자"


우 원내대표는 31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한 연설에서 "민주당은 권력기관 개혁과 선거제도 개혁, 헌법 개정이라는 '3대 정치개혁'에 보다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먼저 "권력기관 개혁으로 민주주의를 복원하겠다"며 청와대가 내놓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방안을 언급하고 "야당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겠다. 문재인 정부는 결코 권력기관 장악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특히 "공수처장 (임명) 역시 야당의 국회 추천 요구를 수용하겠다"며 "부당한 정치탄압에 대한 야당의 우려를 충분히 불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이어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개혁의 방향은 비례성 강화와 참정권 확대가 핵심"이라며 "선거제도의 비례성 강화를 통해 민의를 보다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다면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제도적 마중물이 될 것이고 연대와 협치 같은 대화와 상생의 정치 또한 꽃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참정권 확대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개혁과제"라며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선거연령이 19세 이상인 유일한 국가"라고 18세 선거연령 인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참정권 보장과 확대는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국민에 대한 정치권의 의무"라며 "국회 헌정특위에서 상반기 중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앞서 자유한국당에서도 김성태 원내대표가 "사회개혁 정당으로서 선거연령 하향이 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의원 워크숍에서 밝힘에 따라, 18세 선거권 인하에 대해 여야가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원내대표는 다음날 있을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관련 입장을 밝힐 전망이다.

개헌에 대해 우 원내대표는 "특별히 강조드리고 싶은 것은 바로 시기"라며 "지난 대선 당시 여야 모두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약속했다. 다시 한 번 야당에게 국민과의 약속인 개헌 일정 준수를 촉구한다"고 야당을 압박했다. 그는 "이후 일정 등을 감안했을 때 늦어도 3월 초까지는 개헌안이 확정되어야 하는 만큼, 보다 속도를 낼 것을 호소한다"고 했다.

개헌 방향에 대해서는 "지난 6월 항쟁을 통해 우리 사회는 대통령 직선제를 근간으로 하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쟁취했으나 선거제도를 넘어 경제·언론·노동·복지 등 실질적 민주주의를 공고화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러한 모순과 왜곡이 일거에 터진 것이 바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라고 지적하면서 "국민개헌은 현행 헌법의 한계를 뛰어넘어 국민의 삶을 바꾸고, 책임지는 것이 핵심"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개헌에서 다룰 권력제도 개편에 대해서는 "견제와 균형, 상생과 협력의 정치질서를 실현할 정부 형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만 언급하며 "민주당은 내일 예정된 개헌의총을 통해 개헌안에 대한 당론을 모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3대 정치개혁' 외의 제도개선 과제로는 국회 개혁을 들며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켜온 법사위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국회 기능을 보완할 시민의회(의회배심제)를 제안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민생 현안엔 '정면 강공'…"최저임금 157만원, 그렇게 무리한 액수인가?"

민생 현안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강한 입장이 나왔다. 당 '을지로위원회'를 이끌며 민생 문제 해결에 집중해 온 우 원내대표의 이력이 일부 겹쳐 보이는 대목도 있었다. 보수야당과 재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최저임금 문제에 대해 '뭐가 문제냐'는 정면 대응을 들고나온 것이 대표적이다. 우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이고 임금 격차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올해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약 157만 원이다. 그야말로 삶을 지탱하는 최소한의 수준인 셈"이라고 했다.

우 원내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현실화에 대한 반대와 거부의 목소리가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라며 "저는 그분들께 이렇게 되묻고 싶습다. '하루 8시간씩 성실히 일한 대가로 157만 원이 그렇게 무리한 액수이냐? 입장을 바꿔 보자. 한 달에 157만 원으로 내 가족을 온전히 부양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느냐?'"고 했다. "최저임금 현실화는 비용의 차원을 넘어 정의와 상식의 문제"라고 그는 선언했다. 그는 "기업과 시장도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있어야 존재할 수 있다"며 "국민들의 성원과 정부의 지원으로 성장해온 재벌 대기업들도 책임 있는 경제주체로서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의 고통 경감에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그는 "물론 불공정한 경제구조에 고통받고 있는 자영업, 중소상공인에게 인건비 추가 부담은 걱정거리"라며 "때문에 정부는 일자리안정자금과 사회보험 감면 등 총 5조 원 규모의 지원 대책을 마련했다. 최저임금 현실화에 따른 부담이 중소상공인들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정부가 선제적 대응을 하고 있다"고 설득을 시도했다. 그는 "중소상공인들의 어깨를 짓눌러온 불공정한 경제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특히 약탈적 카드 수수료와 본사 로열티 문제의 경우 근본적 수술에 나서겠다"고 언급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 그는 "최근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비정상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불과 한 달 만에 집값이 수 억 원씩 급등하는 등 이상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강남 등 일부지역의 이 같은 집값 급등은 소용돌이처럼 서울, 수도권, 전국으로 뻗어나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정책의 효과도 반감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대안과 관련해 "재건축 부담금을 포함해 보유세 인상과 분양원가 공개 등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경제적 약자의 주거부담 완화를 위해 공적주택 보급을 확대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정책모기지도 재설계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시간 단축 등 사회적 대타협의 필요성도 그는 촉구했다. 그는 "모든 사회경제주체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만이 대한민국의 위기 해소를 위한 유일한 탈출구"라며 "이 자리를 빌려 경제계와 노동계에게 양보와 고통분담을 통한 한국형 사회적 연대에 동참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우선 당장 시급한 현안인 노동시간 단축에 통 큰 협력을 당부한다"면서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생산성을 위해서도,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무엇보다 '휴식과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우리가 반드시 가야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정책과 관련해서는 "공정, 혁신, 사람의 '3대 성장전략'"이 제시됐다. '혁신'은 정부의 혁신성장 방안을, '사람'은 소득 주도 성장 방안과 궤를 같이한 내용이다. 예컨대 우 원내대표는 "사람 투자 국가"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2016년 기준 GDP대비 10.4%인 공공사회복지 지출을 OECD 평균수준인 1.6%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대적으로 '3대 성장전략' 가운데 이날 연설 내용 중 눈에 띄는 것은 '공정'이라는 키워드였다. 그는 "약탈적 시장구조의 정상화가 시급하다"며 "재벌 대기업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기술탈취, 납품단가 후려치기, 골목상권 침탈 등 시장교란 행위를 최우선적으로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가맹사업법, 대규모 유통법, 유통산업발전법, 대리점법, 하도급법, 공정거래법, 생계형 적합업종특별법, 상가임대차보호법 등 '공정 시장질서 확립 입법'의 조속한 추진이 필요하다. 이번 2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입법 전략을 제시했다. 또 그는 "재벌개혁의 제도화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라며 "기업 내 감시·견제 장치 마련을 위해 상법 개정안 처리와 노동이사제 도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밀양·평창 등 현안 언급도…흰 장미 들며 "서지현 응원"

정국 현안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우 원내대표는 연설 첫머리에서 밀양 화재 사고를 언급하며 "정부·여당은 이번 참사에 무한 책임이 있다. 저 역시 집권 여당 원내대표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당장 시급한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 어제 본회의에서 소방안전 관련 3법이 처리됐고, 필요한 추가대책 또한 여야가 함께 뜻을 모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과 관련해서는 본인의 가족사를 들어 "지난 2010년 제 어머님께서는 최고령 이산가족으로 북에 두고 온 제 큰 누이를 60년 만에 만나셨다"며 "지금 제 어머니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희망은 평창올림픽이다. 아니, 이 땅의 모든 이산가족들에게 평창올림픽은 헤어진 가족과 살아 생전 재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의 끈일지도 모르겠다"고 분단의 아픔을 호소했다. 그는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통해 끊어졌던 대화의 통로가 다시 이어지고, 엉킨 긴장의 실타래가 풀어진다면 남북관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것"이라며 "북한 참가로 세계는 이미 평창을 평화올림픽이라 부르고 있고, 한반도 평화가 가져올 경제적 효과 또한 막대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래서 평화가 곧 밥이고, 평화가 곧 민생"이라며 "정치권의 일치단결된 힘으로 평창올림픽을 성대히 치러내고 이를 통해 평화와 민생의 문을 활짝 열어나가자. 야당 의원들께, 평창올림픽이 한반도 평화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정쟁을 자제하고 국회 결의안 처리에도 협력해 달라고 간곡히 호소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미 지난 2011년 여야는 '평창올림픽 지원 특별법'을 통해 남북 단일팀 구성과 체육 교류 확대에 뜻을 모았다"며 "야당도 올림픽의 성공과 남북 평화를 바라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거듭 압박했다.

단 그는 "북한도 이제 달라져야 한다"며 "무모한 도발과 국제사회의 상식을 벗어나는 억지로 얻어낼 수 있는 것이 전혀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북한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냈다. 그는 "연평도 포격 등 그동안 북한의 도발은 우리 국민들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북한 당국을 비판하며 "되풀이되는 핵과 미사일 실험, 약속 파기가 우리 국민들에게 심어놓은 깊은 불신도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평창을 통해 남북이 어렵게 맞잡은 두 손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의 문을 함께 활짝 열 수 있도록 북한의 성의 있는 자세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이날 연설에 앞서, 사전 배포된 원고에는 없던 즉석 발언을 통해 검찰 고위직에 의한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한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에 대해 응원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발 운동인 해시태그 '미투(#metee)' 운동의 상징물 흰 장미를 손에 들고 "어렵게 용기를 내어 진실을 밝힌 서 검사를 응원한다"며 "차별과 불의에 맞서 싸우는 이 땅의 모든 여성들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국가원수 연설을 제외하고, 의원의 본회의 발언 도중에는 박수를 치지 않는다는 국회의 관례에도 불구하고, 의석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졌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던 중,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를 웅원하는 뜻에서 흰 장미 한 송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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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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