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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추파 던지지 말고 제 갈 길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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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추파 던지지 말고 제 갈 길 가라" [손호철 칼럼] 진보대통합과 '유시민 변수'
"2011년 정치를 이해하는 핵심단어는 '분열'과 '통합'입니다. 구체적으로, MB와 한나라당의 경우 '분열'이 핵심단어라면, 야권, 아니 야권 중에는 자유선진당처럼 한나라당보다도 더 냉전적인 '꼴보수세력'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정확히 이야기해 '진보개혁세력'(민주당과 국민참여당과 같은 자유주의적 개혁세력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시회당과 같은 진보세력을 통틀어 지칭한다는 뜻에서)의 경우 '통합'이 핵심단어입니다."

필자가 올 초 이 지면에 제시했던 올해의 정치전망이다(☞ "한나라의 분열, 개혁세력의 통합, MB의 돌격전" 2011년 1월 3일자). 그렇다. 이 전망처럼 한나라당은 친이계와 친박계, 친이계도 이상득계와 이재오계, 소장파 등으로 분화되고 있고 박근혜, 정몽준, 김문수, 오세훈 등 대권주자들간의 대립이 서서히 고조되고 있다.

다른 한편 진보개혁세력은 통합을 향해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특히 진보대통합이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구체적으로 그동안 난항을 겪어 오던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가 지난 5월 31일 극적으로 합의문을 도출했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이 19일 열린 정책전당대회에서 이 합의문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내용적으로 보자면, 5.31 연석회의 합의는 1) '3대 세습' 등 북한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입장이 미흡하고 2) 패권주의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았으며 3) 앞으로 쟁점이 될 국민참여당 문제에 대해 명확한 선을 긋지 못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북한 문제의 경우 "'진보정치대통합으로 설립될 새로운 진보정당'은 남과 북 어느 정부의 정책이든 한반도 평화와 자주적 평화통일에 기여하는 정책 및 민주주의와 인권, 생태 등 각 분야의 진보적 가치를 신장시키는 정책은 지지 지원하고,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자주적 평화통일에 반하는 정책은 비판하는 정당이다. 새로운 진보정당은 6.15 정신에 따라 북의 체제를 인정하고, '북의 권력 승계 문제는 국민 정서에서 이해하기 어려우며 비판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견해를 존중한다"고 합의했다. 이처럼 '3대 세습' 문제를 모호하게 처리했고, 새 진보정당의 비판의 대상에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통일에 반하는 정책만 거론했고 민주주의와 인권 등에 반하는 북한의 정책은 제외했다.

따라서 사회당이 서명을 거부, 연석회의를 탈퇴한 것, 그리고 진보신당의 상당수의 당원과 활동가들이 합의문에 강한 불만을 표명하고 있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합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참여주체들의 대승적인 결정에 의해 이루어진, 진보정치 발전을 위한 중요한 역사적 결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에서,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등 교수 학계 3단체 대표들이 최근 진보신당의 대의원들에게 이번 합의문이 어떤 정파에게 더 유리하게 타결되었는가 하는 합의문의 표현에 집착하지 말고 고통받고 있는 민중들을 생각해 26일 당 대회에서 대승적으로 이번 합의를 지지해줄 것을 함께 호소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정작 우려되는 것은 민주노동당의 이정희 대표가 합의문을 왜곡하면서까지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국민참여당과 통합을 별도로 추진하고 있다는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하는 등 민주노동당의 일부 세력이 진보대통합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선 5.31 합의문을 둘러싼 논쟁이 문제이다.

5.31합의문은 앞에서 지적했듯이 분명히 "새로운 진보정당은 6.15 공동선언에 따라 북의 체제를 인정하고, '북의 권력승계 문제는 국민 정서에서 이해하기 어려우며 비판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견해를 존중한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합의문의 뒷부분을 "'북의 권력승계 문제는 국민 정서에서 이해하기 어려우며 비판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견해가 있음을 존중한다"로 왜곡해 오히려 조 대표가 합의문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것도 진보신당이 합의안을 다룰 전국위원회 개최 바로 전날 말이다.

언뜻 보면, 이 대표가 문구상으로는 "견해를 존중한다"를 "견해가 있음을 존중한다"로 수정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진보정치세력의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 모임(진교연)이 최근 성명서에서 밝혔듯이, 합의문 조항이 북의 권력승계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반면, 이 대표가 합의문이라고 왜곡 제시한 문구는 비판적 견해도 있다는 사실을 존중하겠다는 정도의 언급에 불과하기에 그 차이는 실로 크다.

뿐만 아니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진보대통합이 살얼음 걷듯이 조심스럽게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의 일부세력과 이 대표가 연석회의에서 참여문제를 제대로 논의하지 않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을 보인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즉 민주노동당의 일부세력이 조 대표 비판,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추진 등으로 진보신당 대의원들과 당원들을 자극해서 이들이 합의문을 부결시키게 만듦으로써 판을 깨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 민주당에 들어가면 먹히고 만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유 대표로서는 민주노동당 등과 통합해 자신이 민주당을 제외한 야권(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의 대표주자로 다음 대선에서 야권단일후보 자리를 놓고 민주당 후보와 결선투표에 나가고 싶을 것이다.ⓒ연합뉴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진보대통합을 추진하는 목적이다. 진보대통합은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진보대통합의 목적은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고 진보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이지 단순한 정치공학적 이유가 아니다.

정치공학적으로 판단한다면.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이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득표라는 면에서 민주노동당은 유력한 대권후보로 야권에서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높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필요할 수 있다. 또 민주당에 들어가면 먹히고 만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유 대표로서는 민주노동당 등과 통합해 자신이 민주당을 제외한 야권(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의 대표주자로 다음 대선에서 야권단일후보 자리를 놓고 민주당 후보와 결선투표에 나가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진보대통합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면 민주노동당과 같은 진보정당과 국민참여당의 통합은 말이 되지 않는 넌센스다. 왜냐하면 유시민 대표와 (유 대표 체제 하의) 국민참여당은 민주당보다 보수적이고 친신자유주의적인 정치세력이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현 국면에서 한국정치세력의 이념적 분포를 요약한다면 다음과 같다.

▲ ⓒ프레시안

물론 한 신문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들이 차기 유력대권후보 중 유시민 후보를 가장 진보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그의 '급진적인 언행'을 '내용적 진보'로 오해한 유권자들의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는 '스타일의 급진주의자'인지는 모르지만 '내용의 급진주의자'는 아니다.

아니, 그가 내용적으로도 정당민주화 등에서 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고 봐줄 수 있는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시대 진보의 가장 중요한 기준인 신자유주의라는 면에서는 그는 야권 후보 중 가장 친(親)신자유주의적이고 한나라당에 가까운 후보이다. 핵심적인 두 가지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유대표와 국민참여당은 아직도 개방적 통상국가를 추구하는 'FTA 정치세력'이다. 나아가 민주당이 최근 좌클릭해 무상급식 시리즈 등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고 나선 것에 대해 유 대표는 포퓰리즘("선거용 구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에 주목하면,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위원이 최근 한 컬럼에서 유 대표는 친시장노선 등에서 민주당에 맞지 않고 오히려 한나라당에 가깝기 때문에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이 유 대표를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정곡을 찌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진보신당이 진보대통합의 조건으로 한미 FTA 등 신자유주의정책에 대한 반성을 요구한 것에 대해 "신앙고백을 하듯이 타인 앞에서 공개적으로 말로 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헌법이 보호하고 있는 양심의 자유에 침해하는 것"이라며 공개적 반성을 거부하고 있다. (이 글의 주제는 아니지만 유대표가 문제를 제기한 이상 이 문제에 대해 간단히 집고 넘어간다면, 양심의 자유는 당연히 지켜져야 하지만 국민이 정치인에 대해 정치적 입장 표명이나 과거정책에 대한 공개비판을 요구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와는 별개로 당연한 일이다. 광주학살에 대한 공개적 반성 요구에 대해 전두환이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이를 거부하는 것이 정당한가?)

오는 26일 진보신당의 당대회가 열린다. 키를 쥐고 있는 것은 통합에 부정적인 진보신당의 독자파이다. 독자파의 문제의식과 우려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소수 활동가 중심의 새로운 '전위정당'(대중정당이 아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렵겠지만 합의문을 지지해 진보대통합을 성사시켜줘야 한다. 그리고 부족한 것들은 새 통합진보정당 내에서 싸워나가면 된다.

그리고 국민참여당은 단순한 정치공학적 이유 때문에 이념적으로 거리가 너무도 먼 진보정당들에 추파를 던질 것이 아니라 이념적으로 훨씬 가까운 민주당과 통합을 추구하는 것이 맞다. 즉 진보정당들은 진보대통합을 이루고 같은 자유주의정당인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은 자유주의대통합을 이룬 뒤 이 두 통합정당간의 선거연합에 대해 고민하면 된다. 국민참여당이 민주당과도 이념적으로 너무 달라 동거가 불가능하다면서 어떻게 진보정당과 당을 같이 하겠는가?

그리고 같은 자유주의세력인 민주당과의 통합이 싫다면, 독자노선을 추구하면서 오는 선거에서 진보정당, 그리고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하면 될 것이다. 우리가 역사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급할수록 정치공학적으로 잔머리를 돌릴 것이 아니라 정도를 걸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급할수록 정도를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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