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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합의문에 서명한다면 정치적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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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합의문에 서명한다면 정치적 사기" [인터뷰] 김세균 교수 "독자파, 지금은 역사적 소임 생각할 때"
김세균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대표적인 '좌파 지식인'이다. 진보진영을 소위 NL(민족해방)과 PD(민중해방) 그룹으로 나눈다면 김 교수는 PD로 분류된다. 현재 새 진보정당 건설에 부정적인 진보신당의 세력도 김 교수와 세상을 보는 틀은 비슷하다.

그런데 김 교수는 진보정당의 통합에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진보정치세력의 연대를 위한 교수 연구자 모임'(진보교연) 공동대표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연석회의'에 참여하면서, 말 그대로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김세균 교수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 합의문의 한계보다 의미를 설명하는데 공을 들였고, 진보신당의 이른바 '독자파'들을 향해서는 쓴소리도 거침없이 했다. 새로 건설될 진보정당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를 향해서는 "그는 민주당과 진보정당 사이가 아니라,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 있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유시민 대표가 5.31 합의문에도 찬성한다고 하면 이는 "이제까지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포기하는 것으로 정치적 사기"라고 지적했다.

이 고빗길을 잘 넘겨 새로운 진보정당이 건설되면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가 진정한 보수ㅡ진보의 양자 구도로 재편될 수 있다는 김 교수는 신자유주의를 막는 더 중요한 과제를 놔두고 과거에 사로잡혀선 안 된다고 몇 차례 강조했다.

▲ 김세균 서울대 교수.ⓒ프레시안(여정민)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北 권력승계, 딜레마 있지만 지금 싸울 문제 아니다"

프레시안 : 진보대통합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진보교연에서는 5.31 합의문을 추인하기로 했는데, 이번 합의의 의미와 한계가 있다면?

김세균 : 가장 미흡한 점은 정당 운영의 구체적 방책을 담은 '부속합의서 2'가 포함되지 못한 것이다. 당 운영의 원칙만 정하고 구체적 실행 방안은 뒤로 미뤘다. 그러나 패권주의 극복이라는 원칙을 정해뒀고 이 원칙에 입각해 1인1표제, 공동대표제 등을 합의했으니 그에 합당한 형태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 물론 실무적 협상에 들어가면 당직 배분 등을 놓고 상당한 신경전이 있을 것이다.

진보교연 성명에도 들어가 있었지만 또 한 가지 미흡한 것은 대북정책 관련 부분이다. 결렬 위기까지 갔던 대목이기도 하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합의 내용을 "비판적 견해가 있음을 존중한다"고 인용했는데, 의도적으로 합의문을 왜곡했다기보다는 자신이 그렇게 이해하고 있음이 표현된 것이다. 사실 소수의견으로 존재하는 것을 존중한다는 의미라면 굳이 이 문구를 넣을 필요가 없었다. 당 운영에서 이미 소수의견을 존중한다는 정신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북의 권력 승계 관련 합의문은 양당이 서로 50%씩 양보해서 마련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자기 나름대로 해석할 거리가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현실 정치의 관점에서 본다면 딜레마가 있다. 북의 권력 승계 문제가 우리 국민들의 민주주의 상식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북은 그것을 자기 체제의 핵심 문제라고 본다. 다른 문제와는 또 다르다. 때문에 이 문제를 건드리면 아무리 우리가 북 체제를 인정한다고 해도 북에서 볼 때는 자신들의 체제에 대한 직접적 비판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북의 권력 승계 문제를 비판하면 남북 화해 협력체제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들의 전반적인 정서에 일치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 진보정당이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남북 화해 협력을 주장하면 그 정책도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국민 다수가 진보정당을 이른바 '종북세력'으로 보면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화해협력 정책도 적극 추진할 수 없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 문제는 앞으로 조성될 정세에 적절히 대처하면 되는 것이지 지금 이것이 원칙적으로 옳으냐, 그르냐 싸울 문제는 아니다. 어차피 양당 모두에게 미흡할 수밖에 없는 문제로 남겨두고 갈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아쉬운 점은 많지만 결렬 위기를 딛고 합의문을 만들어냈다. 그 의미가 있다면?

김세균 : 두 가지 의의가 있다. 우선 기존의 NL-PD, 혹은 NL-비(非)NL의 구도를 넘어서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둘의 차이점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그 차이점은 넘어서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사실 우리 사회에 이른바 민족 문제와 계급 문제는 상당히 많이 얽혀있다. 노동자 투쟁이 일어나도 연평도 폭격 같은 것이 터지면 내부 정치도 엄청나게 영향을 받지 않나. 합의문은 진보진영의 기존 오래된 구도를 넘어서는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또 부속합의서 1로 만들어진 20대 주요 정책과제를 자세히 보면 대단히 변혁 지향적이다. 단순히 '신자유주의 극복'이 아닐 사회 각 영역의 중요 정책적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역동적 복지국가론은 복지 하나만 잘 하면 신자유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이번 합의문은 신자유주의 극복뿐 아니라 일정하게는 자본주의 체제도 극복할 수 있는 전망을 보여준다. 완전히 사회주의적 강령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를 보다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정책을 추상적 수준에서 담고 있다.

진보정치 전체로 볼 때도 의미가 크다. 총선이나 대선 방침 등을 놓고 보면 그동안 민노당은 상대적으로 온건하고 진보신당이 좀 더 급진적이었다. 일반적으로 대북정책은 자주적 평화통일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전제조건을 요구하는, 최소주의적 접근을 했다. 그런데 20대 정책 과제에서 국내 개혁을 놓고 최소주의 정책도 아니고 최대주의 정책도 아닌, 변혁 지향적이면서도 현실성을 담보하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이대로 한다면 이전보다 좀 더 급진화 된다.

"유시민, 최종 합의문에 서명한다면 정치적 사기다"

ⓒ프레시안(여정민)
프레시안
: 국민참여당 문제도 또 하나의 쟁점이다. 이정희 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과거를 묻지 않겠다"고 하면서 참여당 논란이 거세졌다.

김세균 : 연석회의에서 논의된 것은 최종 합의문을 찬성하는 모든 사람에게 문호를 개방하자는 것이었다. 참여당이 참여하겠다고 신청했지만, 논의 대상이 되려면 참여당이 먼저 공식적으로 이 합의문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우리에게 전달해줘야 한다. 아직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으니 논의할 거리도 없다.

그런데 유시민 참여당 대표가 자기 자신의 이제까지의 모든 정치적 입장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이 합의문에는 서명할 수 없다. 합의문 내용이 그렇다. 자신이 지금까지 말한 것과 너무 상반되는 정책과제가 많다. 한미 FTA도 새 진보정당은 완전히 반대한다. 그런데 유 대표는 노무현 정부에서 한 것은 괜찮다는 입장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대표가 이 합의문에 서명을 한다면 사실 그것은 정치적 사기다. 서명에 앞서 자기 자신이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한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해 포괄적이고 진솔한 반성과 사과가 먼저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고 서명만 하면서 옛날 일은 더 말할 이유가 있냐고 한다면 자기 자신의 정치적 양심에 일치하는 행동이라 보기 어렵다. 일종의 마키아벨리적인, 권력정치적 접근이다. 그렇게밖에 해석이 안 된다.

프레시안 : 19일 민주노동당이 당대회를 열고 합의문을 추인했다. 하지만 수임기구의 권한을 축소하면서 민노당 당권파가 또다른 노림수가 있다는 의혹도 진보신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26일 진보신당 당대회 결과가 예측하기 쉽지 않다.

김세균 : 양당이 합의문을 승인해도 두 당이 합당하는 것이 아니라 신설 정당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쉬운 과정이 아니다. 당원들이 모두 새로 입당원서를 써야 한다. 보통 작업이 아니다. 수임기구를 만들어야 하니 어차피 당 해산 결정은 8월에 나와야 한다. 속임수가 아니냐는 것은 괜히 하는 얘기다. 부속합의서 2도 마련하면 그때 최종적으로 해산 결의를 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합의안을 의결했으니 진보신당도 승인해준다면 순조롭게 순풍의 돛을 달고 갈 것이다. 순풍의 돛을 달면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 지금은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는 외부 사람들이 대폭 새 당원으로 가입할 것이다. 확장력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진보신당이 부결시키면 앞날이 상당히 난항에 빠진다. 어디로 갈지 모른다. 상당히 변형된 형태가 되거나 혹은 암초에 부딪혀 좌초할 수도 있다. 진보신당이 갈라질 수도 있다. 진보신당 당원들이 합의문이 미흡하다 판단하더라도, 조건부로라도 통과시켜 주기를 바란다. 아직 부속합의서 2가 남아 있지 않나.

"새 진보정당 '도로 민노당' 아냐…피해의식 버리고 역동성 보자"

프레시안 : 진보신당에서 상대적으로 통합에 대해 소극적인 이유는 '도로 민노당'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를 어떻게 해소시킬 수 있을까?

김세균 : 과거의 피해의식 때문이다. 민노당 창당 당시에는 들어오지 않았던 세력들이 2004년 총선에서 민노당이 10석을 얻은 뒤 적극적으로 가입했다. 그러면서 당내 구도가 바뀌었다. 뒤늦게 들어온 사람들이 다수파가 됐다. 또 그들이 공직과 당직을 80% 가까이 차지하면서 패권주의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2007년 대선에서 그들이 권영길 후보를 내세워 참패한 뒤 그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면서 분당까지 이르렀다.

분당되고 많은 사람들이 탈당하면서 남은 민노당에는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난 것 같다. 위기감의 발로였을 것이다. 하나는 당의 체질이 다소 개선됐다. 그전에는 주로 비NL계에서 제기하던 사회경제적 의제를 본인들이 주도해야 하는 상황 때문이었다. 또 지역정치에 강력한 뿌리를 내리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신자유주의 세력과 대단히 가까워졌다. 당시 민노당은 진보대통합에 기초한 민주대연합이 아니라 오직 민주당과의 연합에만 신경을 썼다. 이정희 대표가 친노나 민주당에서 엄청난 인기가 있는 것도 지난 서울시장 선거 이후 아닌가. 자유주의 세력과 가까워지면서 문제점도 드러났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많은 실리를 챙겼다.

반면 진보신당은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라는 대중 정치인을 가지고 출범했는데 지역에 대중적으로 뿌리 내리지는 못했다. 게다가 지난해 지방선거는 최악이었다. 심상정은 유시민을 위해 사퇴했는데 유시민은 당선되지도 못했다. 노회찬은 완주했더니 한명숙이 노회찬 때문에 졌다고 모든 비난이 쏟아졌다. 진보신당의 당세가 2008년 촛불 때까지 상승세를 기록하다 이후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도로 민노당'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나는 새 정당을 '도로 민노당'이라 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새 통합 진보정당이 가지는 역동성 때문이다. 새 진보정당은 두 당의 합당으로 끝나지 않는다. 두 당이 분열되면서 어디에도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새로 당원이 될 것이다. 현재의 민노당, 진보신당, 그리고 새 세력으로 구성되는 큰 틀의 3자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다. 진보신당이 흡수되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지금 민노당과 진보신당 각각 내부에 통합에 부정적 세력이 있는 것 아닌가. 이미 과거의 민노-진보신당 대립 구도가 아니다. '도로 민노당'이라는 말은 그런 역동성을 전혀 포착하지 못한 주장이다.

프레시안 : 최근 비정규직, 양극화 등 문제가 가장 중요한 정치 이슈가 됐다. 이런 배경에는 실제로 국민들의 삶의 질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삶은 진보정치가 개입할 여지가 커졌지만 실제 진보정당의 지지율이나 존재감은 오히려 축소됐다. 가장 큰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김세균 : 외환위기 때는 그래도 정리해고 되면 환송식이라도 했다. 떠나는 사람은 나는 가지만 우리 회사가 잘 됐으며 한다고 울었고, 보내는 사람은 미안하다고 울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분위기조차 없다. 당시는 고통분담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약자에게 모든 고통이 전가되는 시스템이다. 진보정당의 입장에서 보면 10년의 김대중, 노무현 정부 동안 진행된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투쟁이 너무 어려웠다. 두 정부다 한편으로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진전시켰기 때문이다. 진보세력은 민주화는 지지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싸워야 하는 딜레마에 처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는 절차적 민주주의도 후퇴했고, 한국에서 신자유주의를 적극적으로 추동했던 이들도 반대하는 새로운 정세가 마련됐다. 그보다 더 그 폐해를 모든 사람이 또렷이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새로운 연대 투쟁의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홍익대 청소 노동자들을 위한 날라리 세력, 한진중공업의 김진숙을 위한 희망버스가 바로 그것이다. 과거에 한 번도 없던 일이었다. 자발적인 연대다.

진보대통합 운동도 그 힘을 모아야 한다. 내가 통합에 찬성하는 이유는 새 통합정당이 '신자유주의 반대 정치연합 전선'의 형성이기 때문이다. 전선이 꼭 당의 형태일 이유는 없지만 당이 아니면 결속력이 떨어진다.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세력을 모두 모아야 한다. 좌우로 최대한 외연을 넓히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유시민 참여당 대표가 안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노무현 유언의 집행자 유시민 아냐…노무현 정신은 진보로 가라는 것"

ⓒ프레시안(여정민)
프레시안
: 유시민 대표는 신자유주의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미인가?

김세균 : 유시민 대표는 신자유주의 지지자다. 유시민 대표가 들어오면 그것은 '진보자유세력의 연합'이 된다. 유시민의 정확한 노선은 좌파 신자유주의자다. <제3의 길>을 쓴 영국의 엔서니 기든스와 같다. 민주당의 '3무1반'을 놓고도 유시민은 너무 좌클릭한다고 비판하지 않았나.

정치적으로 그는 자유주의자로 절차적 민주주의 관점에서는 진보적이지만 실질적 민주주의 측면에서 보면 그는 진보가 아니다. 보편적 복지조차 포퓰리즘이라 비판한다면 유시민은 민주당과 진보정당 사이가 아니라,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 어디쯤에 있는 것이다. 민주당보다 더 우경화된, 대단히 보수적 노선이다. 물론 민주당이 최근 좌경화되어서 더 그 것이지만. 어찌 보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가까울지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것은 참여당 당원들의 성격이다. 진보적인 당원들이 꽤 있다. 그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훈을 따른다면 참여당이 아니라 진보정당으로 와야 한다. 노무현 유언의 핵심은 나의 한계를 뛰어넘어 더 진보로 가라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면 그의 유언 집행인으로 유시민을 생각하면 안 된다. 노무현 정신은 유시민과의 관계를 끊고 진보 쪽으로 오는 데 있다. 물론 참여당이 선거 연대의 대상은 될 수 있다. 그러나 조직 통합의 대상은 아니다.

프레시안 : 그런데 민주노동당 일부는 참여당과 같이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김세균 : 민노당 내부에서부터 그런 주장은 깨질 것이다. 그런 주장을 하는 세력을 제외한 모두가 반대할 것이다. 표결에 붙여도 반대가 많다고 본다. 민노당의 뿌리가 노동자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 아닌가. 역사적 전통이 있는데 모든 과거를 불문하고 타협하자고?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이정희 대표가 자꾸 참여당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본인에게 불리하다. 이미 이 대표가 상당한 손해를 입었고 앞으로 더 거론할수록 더 손해다.

"2012년 단일화 요구 무시할 수 없다…진보적 정권교체 이뤄야"

프레시안 : 통합도 결국은 2012년 총선과 대선 때문에 더 가속도가 붙었다. 총선과 대선 전망은 어떤가?

김세균 : 현재 나타나는 정당 지지율과 선거 결과는 전혀 다르다. 국민들의 압도적 분위기는 정권 교체다. 대신 단일후보로 나오라는 것이다. 그러니 진보정당도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단일후보 요구를 무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동시에 국민들의 진보정당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좋아졌다. 처음에는 진보정당이라고 하면 '빨갱이 아니냐'고 했지만 지금은 당 활동가들에게 '고생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더라. 호감도가 높아졌다. 활동가들도 신바람이 난다고 말한다. 진보정당이라도 단일후보로 나올 경우 당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국민의 객관적 요구를 고려해 적합한 전략을 구사하면 상당한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원내 교섭단체도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강력한 통합진보정당이 있어야 한다.

대선은 단순히 절차적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민주대연합 수준의 정권교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절차적 민주주의는 진전하는데 실질적 민주주의는 후퇴하는 노무현 정권의 비극이 또 발생한다. 진보정당의 정책을 얼마나 민주당이 받아들이도록 하느냐가 핵심이다. 민주당이 진보정당의 정책을 받아들이는 만큼 진보적 정권교체가 이뤄진다.

선거연합을 위해서는 협상을 해야 하는데, 협상은 그를 통해서 쟁취하고자하는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또 그 목표를 획득하지 못했을 때 다른 카드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협상력이 생긴다. 북한이 협상을 잘하는 이유가 있다. 대선 후보 협상은 그렇게 해야 한다. 이 정도 수준의 정책 합의가 안 되면 독자적으로 간다는 배짱이 필요하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지금부터 '반드시 야권연대를 해야한다'는 주장은 반대다. 더 답답한 건 결국 민주당이다.

"선거연대는 해도 민주당과 공동정부는 반대…자칫하면 진보정치 몰락한다"

프레시안 : 선거연대를 통해 민주당과 공동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것은 어떻게 보나?

김세균 : 반대다. 내각책임제는 다르지만, 대통령제 아래에서는 장관 몇 자리 얻으면 그 정부의 실책에 대한 책임도 같이 져야 한다. 우리가 완전히 정권을 잡은 것도 아니고 대통령도 우리 사람이 아닌데 책임만 져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대통령제 아래의 공동 정부는 모두 실패했다. 안 들어가는 것보다 못한 결과가 나타났다. 공동정부에 참여한 그 정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만 떨어졌다. 자칫하면 진보정치 세력이 몰락의 길을 걷게 될 수도 있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26일 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진보신당 당원들에게 한 마디 해 달라.

김세균 : 진보정치의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우리 사회에서 진보정치가 유의미한 세력으로 등장할 수 있는가의 갈림길이다. 2004년 정점을 찍고 계속 하락세였던 진보정치 세력의 재도약의 계기다. 이 길에서 성공하면 우리 정치 구도는 보수/자유/진보의 3자 정립 구도로 만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더 장기적으로 보면 중간에 있는 자유주의 세력이 양분되어 명실상부한 보수/진보의 양대 구도로 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진보세력의 독자적 집권도 가능하다.

현재 일각에서 제기되는 복지국가 단일정당론을 내가 반대하는 이유는 그 구상은 자유주의 세력을 쪼개는 방식이 아니라 진보를 자유주의 세력에 갖다 붙이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수/자유의 2자 구도가 된다. 전형적인 미국식이다. 그러나 미국은 진보진영이 최선과 차선을 찾을 수가 없다. 차악이냐 최악이냐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이 아니라 유럽 구도로 가야 한다.

통합이 난항을 겪어 최종 무산된다면 한국 진보정치 운동의 미래도 어려워진다. 자유주의 세력과의 연대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결국 자유주의 세력에게 완전히 흡수될 것이다. 또 다른 한 흐름은 대단히 소수화된, 주변 세력으로 머물게 될 것이다. 그 외에 통합하자는 흐름까지, 진보진영이 여러 갈래로 나눠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진보신당 독자파의 행동에 진보운동 전체의 명운이 달려 있는 셈이다. 다시 한 번 환기시키고 싶은 것은,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강력한 신자유주의 반대 전선을 만드는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 그 문제는 이른바 NL의 1차 과제도 아니다. 그런데 자기 스스로 진보 좌파라고 자처하는 진보신당의 독자파들이 누구보다 스스로 앞장서야 할 시대적 과제를 놔두고 과거에 민노당 내부에서 싸웠던 부차적인 문제로 반신자유주의 연합 전선 자체를 앞장서서 파괴하는 것은 문제다. 오히려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당을 끌어들이려는 등의 행동에 방파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

프레시안 : 긴 시간 얘기 감사하다.

ⓒ프레시안(여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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