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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봉주의 소신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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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봉주의 소신을 지지한다 [기자의 눈]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되어 있지 않다면
정봉주 전 의원은 선거법이 옭아맨 사법 피해자다.

지난 2011년, 'BBK는 이명박 것이 아니다'라는 명제가 진실로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그는 'BBK는 이명박 것'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지 못한 죄로 감옥살이를 했다.

'BBK가 누구 것이냐'는 물음은, 시간이 한참 지난 이제야 미궁을 빠져나오는 중이다. 세상은 분명히 바뀌었다. 그러나 7년 전 그의 의로운 외침이 뒤늦게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억울한 옥살이를 보상받을 길은 없다.

그가 구속수감 된 직후 소위 '정봉주법'으로 명명된 선거법 개정 움직임이 일었다. '확실한 증거 없으면 입 닥쳤어야지!'라는 논리로 무지막지하게 휘두른 재판부의 법 적용에 정 전 의원과 그의 지지자들,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이 똘똘 뭉쳐 항거했다.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의 성립 요건을 강화하자는 게 '정봉주법'의 요지. 특정 사실이 허위임을 알았거나 후보자 비방에 목적이 있었다는 걸, 말한 사람이 아니라 검사로 하여금 입증토록 하자는 취지였다. 나 역시 '정봉주법', 찬성이다.

형법상 명예훼손죄는 정 전 의원을 억울하게 옥살이시킨 선거법과 논리가 닮았다.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피해 사실을 입증하지 못한 피해자는 쏟아지는 화살을 홀로 감내해야 한다. 성폭력으로 고소당한 가해자가 증거 부족으로 불기소 처분이나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무고나 명예훼손 같은 역고소가 가해자의 다음 수순이다. 이때부터 피해자는 가해자로 둔갑한다.

정 전 의원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 설명을 했다. "성추행 사건은 무죄 확률이 높고, 무죄가 되면 그 다음에 어떻게 됩니까? '너 증거도 없이 나 걸었지?' 바로 무고로 겁니다. 그래서 피해를 당한 여성들이 지금까지 미투 운동에 동참을 못한 거예요. 왜? 무죄로 됐을 때 무고로 되치기 될까봐."

이 때문에 지난 2015년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우리나라에 권고했다. 그럼에도, 미투 운동이 해일처럼 밀려온 이제야 제도개혁 과제로 떠올랐을 뿐이다. 정봉주가 구속된 후에야 '정봉주법'이 조명됐던 것처럼.

물론 정 전 의원도 "시대정신에 무척 뒤쳐진 법"이라고 폐지 의견을 밝혔다. 그가 말한 "시대정신"은 '미투'일 터. 그가 여러 차례 밝힌 미투 소신, 지지한다.

그가 이틀째 침묵한다. 당혹감이라면 이해한다. 기억을 더듬을 시간이 필요한 거라면, 그것도 이해한다. 그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도 타들어 가는 속을 견디며 그가 진실을 기억해내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사실 인정, 진실한 사죄, 그리고 참회. 정 전 의원이 맞섰던 '괴물'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검찰 소환을 코앞에 둔 지금까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성추행 가해자' 정봉주는 정나미 떨어진다. 그러나 '기억나지 않는다', '소설이다' 같은 2차 가해로 피해자를 다시 짓밟는, 흔한 가해자의 길을 걷지는 않으리라는 마지막 믿음을 남겨둔다. 그가 괴물과 싸우다 스스로 괴물이 되어 있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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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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