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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원장 '외유' 논란에 뜬금없이 웬 '여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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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원장 '외유' 논란에 뜬금없이 웬 '여비서'? 안철수·김성태 공세에 정치권 안팎서 "여성 비하" 역비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9대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예산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논란에서 난데없이 '여비서' 동행이 문제라는 새로운 주장이 등장했다.

불씨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당겼다. 김 원내대표는 9일 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시 수행한 비서가 담당 업무(를 하는) 정책비서라고 했지만, 수행 여비서는 인턴 신분이었다"며 "인턴은 엄연한 교육생인데 인턴 여비서를 업무 보좌로 동행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정책 업무 보좌는 보좌관(4급 상당), 비서관(5급 상당)급이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날인 10일,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안철수 전 대표가 부채질에 나섰다. 안 전 대표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피감기관 돈으로 인턴 여비서 대동하고 해외여행하고, 해당 여비서는 1년도 안 돼 9급 정식 비서로 기용되고 7급으로 승진했다는 이야기는 취업을 못해 가슴이 멍든 대한민국 청년들을 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 전 대표는 이어 기자들과 만나 "일전에 '미투' 관련해서도 여러 문제가 많았는데 금감원장과 관련해서 또다른 문제가 나타났다"며 미묘한 여운을 남기는 말을 했다.

그러나 김 원내내표나 안 전 대표의 "여비서" 언급은, '피감기관 예산으로 출장을 다녀왔다'는 이번 사건의 본질과는 무관한 정치적 공세라는 비판이 예상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이 '을(乙)'의 입장인 피감기관, 나아가 '을의 을' 격인 '피감기관이 관할하는 민간기업' 돈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은 현재 시점에서 보면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는 범죄적 행위라는 야당 일각의 비판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또 속칭 '남의 돈'으로 가는 출장이 "관례"였다는 주장을 일단 비판하지 않고 과거에 실재했던 사실로 인정한다 해도, 그런 '관례'에서조차 보통 여야 동수로 균형을 맞추거나 최소한 여야를 섞는 경우가 통상적이었다. 김 원장처럼 한 명의 의원이 단독으로 가는 일은 흔치 않고, 이런 출장에 보좌진을 동행시키는 것도 극히 이례적이다. 시베리아 횡단철도 관련 출장 건 등의 사례를 봐도, 의원 10여 명이 함께 출장을 갈 때 실무 지원을 위해 한두 명이 동행하는 정도가 보통이었다.

그러나 '동행한 직원이 여성이었다', '해당 직원이 출장 후 고속 승진했다', '인턴 직원을 정책담당 비서라고 설명한 것은 거짓 해명이다'라는 야당 일각의 불필요한 의혹 군불때기는 이같은 상식적 비판의 수준을 넘어선다. 바른미래당 지도부에서조차 "보수 진영에서 (김 원장을) 공격하더라도 야비하게 하지 말자. 인턴이 여자라는 것을 계속 부각시켜서 부적절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상상하게끔 하는 이런 것은 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의원 보좌진들이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게시판 격인 '페이스북'의 '여의도 옆 대나무숲' 페이지에는 10일 김성태·안철수류(流)의 공세에 대해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한 직원은 "정말 속상하다. 수행한 보좌진이 남자였어도 이런 식으로 의혹 제기하고 '여비서' 신상을 터는 기사가 날까?"라며 "피감기관 예산으로 출장 다녀온 것, 잘못됐다. 그런데 꼭 '여비서와 둘이', '출장 다녀와서 고속 승진' 이런 프레임을 만드셔야 했나?"라고 분개했다.

이 직원은 "매번 '여비서'라는 명칭으로 이상한 사람들의 야릇한 상상에 동원되는 직업군이 되는 것 같아 불쾌했는데, 오늘은 같은 건물에서 얼굴 마주치며 일하는 의원이 '여비서'를 그렇게 이용하셨다. 의도하신 대로 그 기사 댓글에는 여기 옮겨담기도 더러운 말들로 도배됐다"며 "야당 (원내)대표와 공인된 매체가 대놓고 성희롱을 해도 참아내야 하는 직업이 되었다"고 한탄했다.

국회 직원이라고 주장한 다른 이용자도 "의원님들, 우리 품격 있게 싸웁시다"라며 "일하는 데 남자 여자가 어딨나? 가서 같은 방을 쓴 것도 아니고 출장의 목적은 일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 이용자는 "성별과 상관없이 해당 분야를 담당하는 사람이 동행하고 배석하는 게 맞지 않나?"라며 "이걸 두고 마치 사생활에 흠결이 있다거나 '미투'로 몰고가고 싶은 건 알겠는데, (이 건은) 적어도 '미투'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가 제기한 추가 의혹이 언론 기사화되는 데 방아쇠 역할을 한 '정책비서가 아닌 인턴이 출장에 동행했고 이는 김 원장의 거짓 해명'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냉소 섞인 지적이 나왔다. 한 직원은 "인턴은 정책(업무를) 하면 안 되고, 여성 보좌진은 남성 의원 수행하면 안 되나? 인턴 하다가 승진하면 안 되는 거였나? 여성 인턴은 의원 차(茶)나 타다가 나가라는 거냐"며 "인턴 때부터 급수 달고 있는 지금까지 남성 의원께 정책업무 직보하고, 담당 기관·단체 방문 일정을 수행했던 '여비서'인 저로서는 '정책업무 보좌는 보좌관급(4급 상당)이나 비서관급(5급 상당)만 한다'는 그 쪽(김 원내대표 측) 보좌진들 정말 불쌍하다. 그동안 여성 보좌진·인턴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셨는지 잘 알게 되었다"고 꼬집었다.

다른 게시판 이용자도 "같은 처지끼리 이러지 말자. 김 의원님 의원실은 인턴에게 잡일, 허드렛일만 시키나?"라며 "의원들도 아시겠지만 국회 300개 의원실 중 대부분은 인턴에게 정책업무도 법안 발의도 시킨다. 심지어 지역 민원까지 떠안기는 곳도 있다. 그게 바람직하다는 건 아니지만 국회 대부분의 의원실들은 이렇게 돌아가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19대 국회, 특히 주로 시민단체 출신인 민주당·정의당 소속 의원실에서는 20~30대 젊은 직원들이 '정책비서'라는 직함으로 정책 및 상임위 현안을 챙기는 일이 많았고, 이들 가운데 일부는 인턴이나 9급 등 낮은 직급의 대우를 받기도 했다. 김 원장과 같은 당인 은수미·장하나 의원실이나 정의당 박원석 의원실 등이 그런 경우였다.

'고속 승진'이라는 부분도 문제 제기 자체가 이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직원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여비서 고속 승진'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국회 사정을 모르는 건가?"라며 "인턴이 빨리 직급 달면 안 되나? 300개 방마다 다 (사정이) 다르고, 인턴이 9급·8급 순차적으로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언제 어느 직급으로 갈지 모르는 게 이 바닥인데 그게 왜 문제로 대두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다른 이용자도 "의원실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고 기간과 상관없이 이를 인정받았다면 승진이 무슨 문제가 되나 싶다"며 "박사까지 받은 사람을 인턴으로 쓰는 구조가 이상한 것 아니냐"고 역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의 과도한 흠집내기가 도를 넘고 있다"며 "의원실 보좌 인력은 직급에 상관없이 의정활동을 보좌하는 인력임에도 불구하고 '여비서와의 해외출장'이라는 프레임으로 몰고가는 것은 마치 '미투'와 연관시켜 선입관을 갖게 하려는 음모"라고 경고했다. 박 수석부대표는 "인턴 출신이 능력과 실력을 인정받아 9급도 되고, 8급도 7급도 되고 승진하면 비서관·보좌관도 되는 것은 보좌진과 신뢰에 기반한 동지적 관계를 중시하는 민주당 안에서는 당연시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고속 승진' 특혜인 양 몰아가는 것은 인턴을 역량도 없는 심부름꾼 정도로 보는 자유한국당스러운 궤변"이라며 "여성 폄하이자, 인턴 폄하"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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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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