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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조작' 민주당원 '드루킹'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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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댓글 조작' 민주당원 '드루킹'은 누구인가? 김경수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 요구했다 거절당한듯
정국의 중심 현안이 된 이른바 '민주당원 포털 댓글 조작 사건'의 주모자 김모 씨는 '드루킹'이란 이름으로 블로그·SNS 활동을 하던 인물로, 온라인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2010년 전후부터 블로그를 개설, 일명 '파워 블로거'로 꼽히며 수백 만 명의 인터넷 이용자가 그의 블로그를 방문했다. 활발하지는 않지만 트위터 등 SNS 활동도 했고, 작년 7월까지는 팟캐스트 방송도 했다.

소액주주 운동을 목표로 한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共)진화 모임(경공모)'로 활동하기도 했다. 경공모는 회원 수가 2500여 명에 이르며, 국내외 유명 인사들을 초청해 강연을 여는 등 경제민주화 이슈와 관련해 활발한 활동을 벌여 왔다.

이번 댓글 조작 사건(☞관련 기사 : 김경수 댓글 조작 연루? "청탁 불발 보복" vs "정권 게이트")과 관련해 주목할 점은, 김 씨는 이번 사건이 들통나기 전 실명으로 올렸던 과거 글들에서는 열성적인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의 면모를 보였다는 것이다.

15일 현재 그의 블로그는 폐쇄된 상태이지만, 그가 과거 트위터에 남긴 글을 보면 그는 작년 대선 직후 "득표율을 보니 하루 쉴 틈도 없이 곧바로 달려야 할 것 같다. 문재인 정권의 사활은 내년 지방선거의 승부로 미뤄졌다"며 "TK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승리해야만 문재인 정권이 하고싶은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대선 기간 중에도 "문재인 캠프에서 느껴지는 여유. 승리에 대한 확신에서 나오는 여유로운 느낌이 정말 좋다"며 "문재인은 여유롭고도 강한 후보가 되었고, 우리는 넉넉하게 승리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특히 대선 기간 중에는 상대 후보에 대한 공격도 있었는데 그는 "2012년 10월 23일 제가 글로 '안철수는 MB 아바타 같은 존재'라고 처음 언급했었다"며 "토론회에서 안철수가 한 말은 제 블로그를 알고 한 말이었군요"라고 쓰기도 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그의 트위터에는 안희정·이재명 등 당시 문 대통령의 당내 경쟁자들을 견제하는 취지의 게시물이 주로 올라왔고,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의 '삼성 X파일' 관련 문 대통령 비판 기사에 대한 반박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관련 기사 : 문재인과 '삼성 X파일' 문제, 왜 논란인가?)

文 지지하며 같은 진영 내 공격도…"나도 당했다" 증언 여기저기

그러나 김 씨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최재성 전 의원 등 친문 중에서도 현재 당 주류를 형성한 이들에 대해서는 비판적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지난해 7월 31일 "오늘 추미애 대표의 <조선일보> 인터뷰를 보면 더 이상 내가 나설 필요가 없는 국면이 되었다"며 "이제 조만간 문 대통령이나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 나서서 당청관계를 정리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글을 트위터에 썼다.

같은날에는 또 "팟캐스트는 접습니다. 추 대표와 문 대통령 간의 갈등에 대해서 어느 정도 여론 환기가 이뤄져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판단한다"고 팟캐스트 종방을 알리는 글을 쓰기도 했다. 애초 팟캐스트의 목적이 '문 대통령과 추 대표의 갈등 환기'였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같은해 8월에는 친문 성향으로 분류되는 모 의원의 글을 리트윗(공유)하며 "○○○ 의원이 진심을 담아서, 문 대통령의 의지를 지키려는 친문 의원들을 '개혁에 반대하는 적폐세력'으로 언론플레이하는 추미애 대표에게 일갈하셨네요"라고 하거나 "민주당의 당 개혁안을 살짝보니 팟캐스트의 지지를 그대로 당으로 옮겨서 당을 추미애, 김민석이 장악하려는 그림이 보인다"고 하는 등 추 대표에 대해서는 집요하게 반대하는 태도를 보였다.

당내 비문 그룹을 비판하면서도 그는 "민평련은 무슨 민평련? 힘 다 빠져서 있으나 마나한 그룹"이라고 폄하하면서도 끝에 가서는 꼭 "민주당의 최대 문제는 민평련이 아니라 김민석·추미애같은 '탄핵 배신자 그룹'"이라고 글을 맺는 식이었다.

물론 그가 쓰는 글은 엄밀한 사실에 기반하지도 않았고 설득력 있는 관점을 제시하지도 못했다. 예컨대 작년 9월에 "손가혁(손가락혁명군)은 추미애 치맛자락 잡은 이익 집단"이라고 주장한 게 대표적이다. 같은해 8월에는 "박기영 임명 논란의 본질은 '이명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순수 과학자들을 몰아내고 기득권이 된 종교 과학자들, 소위 창조과학자들이 자신들의 입지가 흔들릴 것을 두려워해서 집요하게 물어뜯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여론 조작 사건의 범인 김모 씨가 '드루킹'이라는 지목이 나오자마자 '그럴 줄 알았다'거나 '드루킹은 원래 친문이 아니다'라는 등 비판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전 성남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나도 작년 이 사람으로부터 '동교동계 세작'이라는 음해공격을 받았는데, 황당무계한 내용이었지만 그의 큰 영향력 때문에 졸지에 '동교동이 내분을 목적으로 더불어민주당에 심어둔 간첩'이 되고 말았다"며 "그는 자신이 일방적으로 한 나름의 '기여', 즉 조작 글에 대한 보상으로 김 의원에게 청탁했을 것이고, 원칙주의자 김 의원은 부당한 요구를 당연히 거절했을 것이며, 이에 반발한 이들은 '나한테 잘못 보이면 비난 여론을 만들어 문재인정부도 힘들게 할 수 있다'며 보복 겸 무력시위로 정부비판 댓글을 조작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은 김 씨 일당을 겨냥해 "이들은 댓글 조작과 허위 글에 기초한 정치적 영향력을 과신하고, 자신이 선택한 정치인(정치집단)을 위해 옹호용 또는 상대방 공격용 댓글 조작이나 날조 글을 써왔다"며 "이들은 뚜렷한 직업도 없었다는데 '조작글을 이용한 영향력'을 특정 정치인(정치세력)과 거래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 의원에게도 같은 요구를 했다 거절당하자 '정부비판 댓글 조작'아라는 해괴한 짓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원조' 친노 인사로 불리는 이상호 전문건설공제조합 상임감사도 "(드루킹은) 온갖 '카더라' 정보를 짜집기해 사실을 왜곡하고 나를 음해하는 글들을 게시해 수많은 사람들이 그걸 사실이라 믿고 나에 대해 댓글로 욕을 하게 만든 자"라며 자신이 당한 경험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감사는 노사모 카페에서 '미키루크'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며 유명세를 얻었던 인물이다.

그는 "법적인 대응을 준비하다 귀찮아서 차일피일 미루다 잠시 잊어버린 아이디인데, 중요한 선거를 앞둔 이 시점에 어처구니 없는 짓을 저질러 자유한국당에게 공격 빌미를 제공한 자가 그 '드루킹'이란 걸 알게 되니 머리에서 갑자기 스팀(열)이 올라오면서 뚜껑이 열린다"며 "컴퓨터와 모바일이 좋긴 한데 이런 변태스러운 인간들이 서식하는 인터넷이 가끔은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고 했다.

"'댓글 중요' 먼저 깨달은 건 MB", 김경수 글 리트윗도…오사카총영사 자리 요구?


'드루킹'의 트위터에는 이번 사태를 예고하는 듯한 내용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김 씨는 지난해 6월초 <연합뉴스>의 '청소년들의 뉴스가치 잣대는?…댓글을 가장 신뢰해요'라는 기사를 링크하면서 이렇게 언급했다.

"댓글이 왜 중요한지 이 기사를 보면 알 수 있죠. 그 중요성을 제일 먼저 깨달았던 건 MB였죠. 그래서 댓글부대를 만들었던 겁니다."

트위터에는 그가 텔레그램으로 소통한 대상으로 지목된 김경수 의원 관련 내용도 2~3건 정도 있다. 그는 작년 4월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가 군 화력훈련을 참관했다는 보도를 링크하며 "문 후보하고 김경수 의원 환하게 웃는 사진이 보기 좋아서"라는 글과 함께 웃는 표정의 이모티콘을 올렸다.

같은해 1월 19일에는 김 의원이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의 한국방송(KBS) 출연 정지 논란에 대해 '또다시 블랙리스트 부활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자 이를 그대로 리트윗하기도 했다.

다만 김 의원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부터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여론의 관심을 받아 왔고, 특히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는 상당한 유명 인사였다. 2011년 말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친문(親문재인)' 핵심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랬던 김 의원이 여기저기 논란을 일으켜 온 파워블로거 출신 인사에게 심지어 '여론 조작'을 직접 촉탁했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인사인데다, 특히나 그의 언행은 이미 5~6년 전부터 본인도 아닌 '문재인의 뜻'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

한편 김 씨가 김 의원 등 여권 실세들에게 했던 요구는 '일본 오사카(大阪) 총영사 자리를 달라'는 것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날 <한겨레>에 따르면,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김 씨는 김 의원을 정권 실세로 판단해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김 씨가 김 의원에게 자신이 아닌 제3자를 오사카 총영사로 임명해 달라는 청탁을 한 것으로 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사카 총영사는 이달 9일 새로 인사가 난 자리로, <한겨레> 논설위원실장 출신으로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 활동을 거쳐 정권교체 후 위안부 합의 검토 TF 위원장을 지낸 오태규 전 위원장이 신임 총영사로 임명됐다.


▲ 김 씨의 블로그. 15일 현재 폐쇄된 상태다. 화면 왼쪽 하단을 보면, 김 씨가 지난 2009·2010년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선정 시사·인문·경제 분야 파워블로거로 선정됐다는 표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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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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